2023 법무사 12월호

2023. 12 vol.678 나는 고등학생 시절에 교지부에서 활동을 하였는 데, 당시 NGO 활동에 관한 취재를 하면서 나중에 어 른이 되면 시민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되어 공공의 이 익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 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은 작은 일에 만 분개하는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울분을 토해냈던 김수영 시인처럼, 동네 법무사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 내가 짧게나마 함께한 공익사건이 있었다. NGO 취재 당시 함께 취재했던 친구 중 하나로, 이제 는 변호사가 되어 한 공익재단 법무법인에서 공익변호 사로 훌륭하게 활동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어느 날 걸 려온 전화 한 통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김 법무사, 요즘 일은 잘되고 있니? 내가 뭐 하나 부탁할 일이 있는데, 좀 도와줄래?” 친구의 말인즉슨, 함께 일하는 공익변호사 중 북 한 이탈주민(새터민, 혹은 탈북민이라고 하는데, 이 하에서는 ‘새터민’이라고 함) 법률지원 담당 변호사가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건물인도청구소송으로 거주 지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새터민의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데, 현재 압류 해제 문제로 소송이 잘 풀리지 않고 있으니 법무사로서 집행 경험이 많은 내가 좀 도와줄 수 없겠냐는 것이었다. “그럼, 누구 부탁인데, 도와줘야지. 담당 변호사님 한테 내 명함 전달해 줘봐.” 나는 친구의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친구의 중개 로 곧 담당 변호사와 연락해 새터민의 상황을 전달받 고, 그 새터민 의뢰인과도 직접 통화하여 건물인도청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압류 해제 부분 을 처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난제가 된, 탈북형제의 임대주택 보증금 압류 해제 새터민 관련 사건은 처음 해보는지라 의뢰인에게 돌아가신 분의 재산이나 채무 관련 자료를 가지고 방 문이 가능하신지 여쭤보았다. 며칠 후 여느 의뢰인과 같은 모습으로 나의 첫 새터민 의뢰인이 방문하셨다. “법무사님, 안녕하세요!” 작고 다부진 체격의 의뢰인이 나에게 인사를 건 넸다. ‘새터민’이라는 것을 모르고 만났다면, 그냥 평범 한 동네 어르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담당 변호사에 게 전달받은 내용과 의뢰인 상담으로 파악한 내용을 종합해보니 당시 의뢰인의 상황은 이러했다. 의뢰인은 30여 년 전 동생과 함께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왔다. 우리 정부에서는 탈북민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임대주택을 지원하고, 통일부를 통해 가족 인원수에 따른 일정 금액의 주거지원금을 지급(대여가 아니라 전액 지원1)하고 있는데, 의뢰인 또한 동생과 함 께 주거지원을 받아, 동생이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임대계약을 맺은 임대주택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갑자기 사망하였다. 동생 의 배우자와 자녀들도 한국에서 살고 있었지만, 무슨 사연인지 서로 연락이 끊어진 것으로 보였고, 새터민 의 입장에서는 큰 금액일 수 있는 채무를 남기고 사망 한 관계로, 그 배우자와 자녀들은 모두 법원에 상속포 기를 한 상태였다.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결국 고인의 채무는 유일한 형제이자 다음 순위 상속인인 의뢰인에게 상속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SH는 의뢰인을 상대로 건물인도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계약자가 사망했으 친구와 함께 일하는 공익변호사 중 북한 이탈주민 법률지원 담당 변호사가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건물인도청구소송으로 거주지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새터민의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데, 압류 해제 문제로 소송이 잘 풀리지 않고 있으니 법무사로서 집행 경험이 많은 내가 좀 도와줄 수 없겠냐는 것이었다. 1) 조선일보, 2020.10.22.자, 「[단독] “직접 신청하라” … 통일부 쌓인 탈북 민 주거지원금만 40억원」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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