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사람은 우상을 만들지 않는다 철학자 칸트는 ‘미성년 상태’로부 터 벗어나라고 우리에게 말했다. 칸트 는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에 서 계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계몽이란 우리가 마땅히 스스 로 책임져야 할 미성년 상태로부터 벗 어나는 것이다. 미성년 상태란 다른 사람의 지도 없이는 자신의 지성을 사 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이 미성년 상태의 책임을 마땅 히 스스로 져야 하는 것은, 이 미성년 의 원인이 지성의 결핍에 있는 것이 아 니라 다른 사람의 지도 없이도 지성을 사용할 수 있는 결단과 용기의 결핍에 있을 경우이다. 그러므로 ‘과감히 알려고 하라!’,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 라!’ 하는 것이 계몽의 표어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다른 사람의 지 도에서 해방된 뒤에도 미성년 상태에 머무르고, 다른 사람들이 손쉽게 후견 인으로 들어앉는 이유는 게으름과 비겁 함 때문이라고 칸트는 지적한다. 사실 미성년으로 머무르는 것은 무척 편안하다. 만약 나에게 나를 대신 해 지성을 가진 책이 있고, 나를 대신해 양심을 가진 목사가 있고, 나를 대신해 음식을 준비하는 요리사가 있다면, 나 는 조금도 수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내가 그런 일에 보수를 지불할 능력만 있다면 나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다 른 사람들이 나를 대신해서 골치 아픈 습관과도 같은 생각만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너무 많은 생각을 외부에 의존하는 데 길들여 진 것이 사실이다. 내가 사는 의미가 나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가치에 의해 주입되고 이입된다. 많은 부와 높은 지위, 화려한 명예를 선망하거나 그리 는 나의 생각은, 사실은 나의 것이 아니라 세상이 만들어 내게 입힌 기성복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내 몸에 안 맞아도 억지로 입어야 한다. 사회가 요구한 성공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 며 살아야 한다. 옷을 나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옷 에 맞추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 되고 있다. 우리는 세상 일에 대해 판단하는 것도 아주 습관적으 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의존한다. 특히 자신이 속해 있는 진영의 집단적 사고에 자신의 생각을 일치시키는 일은 가장 흔한 현상이다. 자신의 생각이 집단의 생각과 같음을 확인하면서 자 신이 집단의 일원임을 확인하고 안도하게 되는 심리적 속성 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굳이 내가 속한 집단과의 불화를 겪는 일 없 이, 가장 익숙하고 편하게 살아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인으로서의 태도는 아닐 것이다.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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