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12월호

길 만한 여유는 더욱 커질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세상에서 행복을 추구하며 삶의 이유 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자아 탐구에 더 많 은 시간을 쏟을 수 있도록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 요즘 어린 청소년들은 학업에 시달려서인지 감정이 메 마른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많다. 호불호도 뚜렷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저 세상이 좋다고 치켜세우는 직업, 부모님이 원 하는 직업을 갖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 말한다. 이런 삶이 과연 행복한 것일지는 의문이다. 공부도 중 요하지만, 자아를 확립하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파악하며, 가슴 안에 일종의 굳은 심지와도 같은 강한 마 음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적 가치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중 요하다. 강연장에서 이런 답변을 하고 나면, 입시에 방해되는 이야기가 아닌데도 무척 실망한 표정으로 “그래도 의대가 좋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학부모들이 꼭 있다. 어릴 때 인문학적 사유를 돕는 책을 읽는 데 시간을 좀 들인다고 해서 의대에 못 갈 정도라면 애초에 가망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오르지만, 입 밖으로는 이렇 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아이가 행복할 방법을 함 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05 통찰과 재능이 중요해지는 세상이 올까? “그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 아이 는 어떤 공부를 시켜야 할까요?” 오프라인에서 강연을 하면, 학부모들은 항상 이런 걱정 어린 질문을 하곤 한다. 필자 의 답변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특이점주의자들은 조만간 인간이 노 동을 이어갈 이유가 사라질 것이며, 소액의 기본소득을 제공받아 의식주를 해결해나갈 것이라 주장한다. 여가 시간이 상대적으로 풍족해지므로 정서적 만족을 추구하는 방 향으로 삶의 모습이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 도 있다. 이들이 소비하는 물품은 AI를 운영하 는 대기업이 생산할 것이고, 국가는 대기업 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법인세를 받아 기본 소득 체계를 지탱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개중 AI를 유지보수할 수 있는 극 소수의 엘리트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만 학 업 경쟁을 할 것이며, 다른 사람들은 그저 즐 겁게 지내는 방법을 고민하거나 노인들의 수 발을 들며 추가적인 소득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나아간다. 그런 미래가 현실이 될지는 잘 모르겠 지만, 우선 아이들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믿어도 될 것 같다. 고려시대 귀족 보다 현대사회의 평균적인 가정이 훨씬 더 쾌적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누리고 있으며, 비 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발달한 의학기술 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IT 기술이 발 달하면 발달할수록 사회에서의 상대적인 경 제 수준과는 관계없이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삶의 질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적 구조의 개편이나 소득 규모를 떠나서, 누구나 자신만의 취미를 즐기거나 표 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등 삶의 재미를 즐 IT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경제 수준과는 관계없이 삶의 질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적 구조의 개편이나 소득 규모를 떠나서, 누구나 자신만의 취미를 즐기거나 표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등 삶의 재미를 즐길 만한 여유는 더욱 커질 것이다. 다만, 이런 세상에서 삶의 이유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자아 탐구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77 ┃ 현장활용 실무지식 유비무환, 인공지능 이야기 2023. 12 vol.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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