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문화심리학자로서 한국문화와 한국인들의 회복탄력성을 믿는다. 지난 역사 동안 수많은 고난과 어려움이 있었으나 우리는 결국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경신 대기근을 이겨냈고,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었다가 전쟁으로 분단까지 겪었지만, 지금 한국은 경제·군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에도 꿀리지 않는 당당한 나라로 서 있다. 출생률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 합계출생률 0.78 로 세계 최저 수준인 대한민국은 내년에는 0.6대로 떨 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감소하는 인구와 발맞춰 늘어나는 것은 고령층 인구다. 한국은 2017년에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2026년이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속도다. 미국이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 구 7% 이상)에서 초고령사회로 이행한 기간이 94년인 데 비해 한국은 3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저출생과 고령화의 충격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곳은 지방이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젊은 층들이 일자 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지방의 고령화 현상은 가 속화되었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 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한국의 수도권 집중 문화 때문에 지방은 지금 문자 그대로 소멸 위기에 처 해 있다. 그 외에도 OECD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과 양극 화, 정치·계층·세대·남녀를 불문하고 날로 심각해지는 갈등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넘쳐나는 혐 오와 분노,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부정적인 뉴스 들…. 세계 최저 수준의 행복도와 함께 OECD 중 1위 의 자살률은 한국의 현재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지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인류 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 산업구 조의 변화, 가시화되는 기후재난, 코로나19로 촉발된 신종 전염병, 우크라이나-러시아와 이스라엘-팔레스타 인 등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국제 분쟁, 미세먼지와 방 사능 등 고개를 돌리는 어디에도 나쁜 소식들뿐이며,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의 대한민국, 그러나 희망은 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필자는 문화심리학자로서 한국문화와 한국인들의 회복탄력성을 믿는다. 회복탄 력성이란 실패와 좌절에서 다시 일어나는 힘을 말한다. 지난 역사 동안 수많은 고난과 어려움이 있었으나 우 리는 결국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어진 경신 대기근에도 나 라는 망하지 않았고, 일제강점기라는 나라가 망하는 일을 겪고도 끝내 다시 광복을 맞았다. 곧 이은 전쟁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되고 결국 반 쪽으로 분단되었지만, 지금 한국은 경제적으로 군사적 으로 또 문화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에 꿀리지 않는 당 당한 나라로 서 있다. 나라의 흥망성쇠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있어 왔던 일이며, 환경 변화와 세계사의 흐름 역시 누구에 게나 공평하게 일어나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문제는 해결하고, 실패는 고쳐나가며 변화의 흐름은 잘 예측하여 적응해 나가면 된다. 그리고 한국 인들은 이제까지 잘해 왔고, 또 잘해 나갈 것이다. 저출산, 인구구조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부정적 신호들을 다시 해석해 보자. 부정적인 면만 보면 끝이 없다. 먼저 저출 생이다. 너도나도 저출생의 부정적인 측면만 이야기하 고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된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 슬기로운 문화생활 한국인은 왜 79 2023. 12 vol.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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