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도의 면적에 5,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몰린 나라는 찾기 어렵다. 현재의 인구와 그동안의 폭 발적인 인구증가는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 난 수십 년 동안의 한국의 인구증가는 현대사회의 발 달한 의학과 경제 수준, 그리고 농경사회의 출산 습관 이 이어진 결과였다. 그동안 한국의 산업구조는 농경에서 제조업으로, 제조업에서 3차, 4차 산업으로 바뀌었고, 삶을 규정하 던 조건들과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생각들도 완전히 달 라졌다. 특히,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 피 튀기게 경쟁하던 한국의 지난 수십 년은 출산과 육아 에 대한 태도를 더욱 부정적으로 바뀌게 했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고 교육시키는 데 필 요한 비용을 생각하면 한 명의 아이도 망설여지는 것 이 사실이다. 아니, 그 전에 지금 같은 노동시간과 직장 문화로는 출산과 육아를 위한 시간을 내는 것조차 어 렵다. 즉, 현재의 저출산 기조는 그간의 사회변화에 뿌 리를 둔 거대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이제 와서 갑자기 출생률이 극적으로 상승하는 일은 기대할 수 없을 것 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저출생은 인구구조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 다는 뜻이다. 달리 생각해 보면 인구가 줄면 우리의 삶의 조건 은 좀 더 나아질 수 있다. 지나친 경쟁도 줄어들고 자 원을 덜 쓰게 되니 환경도 회복될 것이며, 하다못해 매 일 막히는 도로도 조금은 쾌적해지지 않겠는가. 고령화, 젊은 노인들의 인구 감소 완충 역할 고령화도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 회의 노인을 과거의 노인과 똑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 다. 의학의 발달과 충분한 영양, 그리고 관리 기술은 60대의 외모와 체력을 40대의 그것으로 바꾸었다. 물론, 고령인구의 재취업과 연금 등 구조적, 제도 적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요는 노인들이 늘고 사회의 평균 연령이 증가하는 것이 곧바로 사회의 쇠 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건강하 고 오래 사는 노인들은 인구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고 우리 사회가 적응할 시간을 벌어 줄 것이다. 사회에 가득 차 보이는 갈등과 혐오도 일면 긍정 적인 요소가 있다. 사회 갈등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온 수많은 문제와 모순을 반영한다. 뿌리 깊은 좌우의 진 영논리부터 양극화, 세대, 결혼과 비혼, 남녀 갈등까지 한국 사회는 어느 사회보다도 빨리, 급격하게 발전하면 서 그만한 갈등의 씨앗을 품게 되었다. 사회에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면 된다. 문제가 있 어도 드러내지 않고 덮고 쉬쉬하는 것이 문제이지, 문 제를 드러내고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고름을 짜내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회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공정과 정의 등의 가치를 두고 한국인들의 분노가 끊 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금의 현실을 변화시킬 에너지 가 있다는 증거다. 한국인의 높은 자기가치감, 강한 응집력 발휘 또한, 모두가 잘 알다시피 한국의 사회변화는 여 러 측면에서 빠르고 극단적이다. 필자는 이 속도가 결 국은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 예측한다. 산업구조의 변 화와 경제 침체, 불안한 국제 정세, 그리고 이미 시작된 기후재난은 전 세계인들에게 똑같이 영향을 미친다.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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