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의 갈등과 혼란을 전환할 새로운 삶의 방향이다. 다시 살맛이 나고, 내 삶에서 흥과 신명을 낼 이유를 찾는 것이다. 우리가 각자의 삶을 공허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살아갈 이유를 갖고 자신의 삶에서 흥을 낼 수 있다면, 불씨 하나가 들불이 되듯이 모두의 신명이 되어 사회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변화를 감지하고 생존을 위해 누구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아 니다. 이번 「한국인은 왜?」 시리즈를 통해 살펴본 한국 인들의 심성에는 분명 그러한 능력이 있다. ‘나는 당연히 이만한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한국인들의 높은 자기가치감은 우리가 도달해야 할 높 은 기준을 설정한다. 그렇지 못한 지금의 현실이 더욱 고통스럽고, 이미 그것을 누리고 있는 누군가에게 상대 적 박탈감을 느끼겠지만, 한국인들은 내게 있어 당연 한 그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어쨌거나 나아갈 것이다. 꽤나 일방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귀찮을 때도 있는 한국인의 ‘정(情)’은 작게는 같이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고, 크게는 여러 가 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의 초석이 될 것 이다. 세상에는 중요한 이슈가 있어도 구성원들의 뜻 이 모이지 않아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많은 사 회가 있다. 한국이 재난과 위기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데는 남의 일을 내 일인 듯 그냥 지나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일정 수준 안정을 찾기까 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한국의 미래에 서 희망을 찾는 이유는 한국인들이 밖으로 자신의 영 향력을 미치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주체성 자 기). 한국사회가 유난히 시끄럽고 갈등이 불거져 보이 는 이유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 게 영향력을 미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면 악성 민원과 갑질로 나타나게 되지만,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이 들도 많다. 높은 자기가치감이 자기 자신만을 위해 발현될 경우,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지 만,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에 대한 높은 기준이 된다 면 언제든 강한 응집력으로 현실화될 수 있음을 우리 는 지난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 왔다. 내 속의 흥과 신명 불러내, 들불처럼 변화 이루어낼 것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의 갈등과 혼란을 전 환할 새로운 삶의 방향이다. 다시 살맛이 나고, 내 삶 에서 흥과 신명을 낼 이유를 찾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 펴보았듯이 흥과 신명은 스스로의 가치를 찾고 이를 표현할 때 찾아온다. 나의 가치와 내 삶의 이유는 어디 에서 찾아야 할까.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인들은 한(恨)을 풀기 위 해 살아왔다. 나라 잃은 설움, 가난, 배우지 못한 한, 누 군가에 대한 부러움…. 이 과정에서 국민소득 3만 달 러, 민주화, 선진국으로의 진입, K-문화의 확산 등등의 가시적인 성취를 이루었으나 정작 우리의 마음은 지치 고 병들고 있었다. 한을 푸는 데만 급급하여 내 안의 흥과 신명을 잊었기 때문이다. 한을 극복하고 신명을 추구하는 것은 좋다. 그러 나 신명은 내 흥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나는 왜 부자가 되어야 할까, 나는 왜 남보다 나아야 할까. 스스로 이 유를 찾지 못하는 삶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거꾸로, 우리가 각자의 삶을 공허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살아갈 이유를 갖고 자신의 삶에서 흥을 낼 수 있다면, 불씨 하나가 들불이 되듯이 모두의 신명이 되어 사회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 슬기로운 문화생활 한국인은 왜 81 2023. 12 vol.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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