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1월호

이런 상황 속에서 피어난 사랑이란, 진흙탕에 핀 연꽃일 수밖에 없습니다. 에밀리와 루크는 잠시나마 사랑을 하고 동 거도 하지만, 이들의 일은 ‘사랑’을 망쳐 버리고 맙니다. 에밀리의 승진을 계기로 갈등이 고조되던 두 사람은, 약 혼식 날에 최악의 이별을 선택합니다. 분노한 에밀리는 루크 를 포크로 찌르고, 루크는 에밀리를 강간하는 사건이 발생한 거죠. 사랑이 폭력으로 변하는 순간, 모든 결정권은 자유의지 가 아니라 돈의 논리 하나만이 지배합니다. 월 스트리트가 인간보다 돈을 우선하는 공간임을 호텔 화장실에서 벌어진, 한때 연인이었던 사람의 성폭력 장면을 통해 감독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월 스트리트도 모르는 돈의 규칙, 그래서 게임은 공정하다 그런데 이런 월 스트리트 판 막장드라마에 왜 “페어 플 레이”라는 제목이 붙었을까요? 단순한 역설일까요? 아닙니 다. 그 이유는 대형 헤지펀드사 회장이 루크에게 돈의 규칙에 대해 물어보는 대사에서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자네는 돈의 규칙을 아는가? 난 모르는데….”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공정할 수 있다는 의미지요. 우리 는 영화에서 돈의 규칙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돈의 규칙은 승자 독식 시스템입니다. 일단 명문대 MBA 를 나온 엘리트들이 미국 헤지펀드에서 일하기 쉽지만, 살아 남고 죽어나가는 조건은 학벌이나 명문대, 인맥 등이 아니라 오직 ‘실적’이라는 두 글자입니다. 실적이 좋아 보너스를 몇천만 달러 받던 팀장급 펀드 매 니저도 한 번 방향을 잘못 잡아 선물 옵션 투자에서 큰 손실 을 내면 바로 “짐 싸~!”를 외치는 게 헤지펀드사 사장들입니다. 그래서 돈의 규칙 1은 “돈은 강한 자를 좋아한다”입니 다. 살아남은 자가 돈과 명예, 그리고 사랑까지 모두 차지하 는 곳이 바로 돈의 세계라는 것이죠. 돈은 무정하기보다는 비 정하다는 표현이 좀 더 적절할 겁니다. 돈의 규칙 2는 “욕심을 버리라”는 겁니다. 영화에서 결혼 을 앞둔 에밀리와 루크가 불화를 넘어 결별에 이르게 된 결정 적인 이유는 바로 탐욕 때문입니다. 탐욕은 돈이 지닌 생명력 처럼 보이지만, 사실 탐욕을 가진 자는 돈을 벌기보다 잃기가 더 쉽습니다. 왜 탐욕이 돈에 부정적일까요? 탐욕을 부리면 눈이 멀기 때문입니다. 지표를 통해서 숫자를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지 표에서 볼 수 없는 나만의 것을 찾으려고 욕심을 부려 결국 낮은 가능성에 풀 매수 혹은 풀 매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극단적인 운명까지 이르게 되는 거죠. 돈을 많이 굴릴수록 더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 만, 돈을 벌려면 이성을 마비시키는 정도로 욕심의 촉을 발전 시키면 안 됩니다. 마지막 돈의 규칙 3은 역시 ‘분산’입니다. 팀장으로 승진 한 에밀리는 밤마다 루크 몰래 회사 상사들을 만나 술을 마 시며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승진한 만큼 실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죠. 결국 이 부담감은 분산투자가 아닌 밈 주식에 몰빵해 큰 수익을 내려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부부로 발전할 수 있었 던 두 사람의 인연을 파탄으로 몰고 간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죠. 저는 입시와 재테크 양쪽에 걸쳐 있는 경계형 인물이지 만, 그래도 입시에는 “나는 입시와 결혼했어”라는 낭만이 남 아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돈을 주무르는 헤지펀드에는 결혼 이라는 단어를 쓸 낭만 따위는 없습니다. 순간적인 사랑의 감정을 강간과 살인미수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정도로, 돈의 스트레스가 모든 것을 삼키는 블랙홀 입니다. 물론 영화의 배경이 세계의 돈을 빨아들이는 월 스트 리트라서 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페어 플레이」를 감상할 때는 우리는 월 스트리 트와는 다른 금융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 점을 명심하시고 보 는 게 좋습니다. 단, 너무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 자녀들에게는 절대로 보여주지 말고, 부부가 함께 보면 아마 연애 시절이 떠오르실 겁니다. 그리고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실지도 모르겠습니 다. “그래도 우리가 저들보다는 낫지!” WRITER 신진상 재테크 전문 저술가 · 자산 관리사 · 입시 컨설턴트 29 2024. 01. January Vol.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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