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법률용어의 명확성은 전문화된 법적 용어의 사용을 통해 구축되는 것이 법률 규정의 일반 원칙이며, “동의”라는 개념이 굳이 다른 법적 개념과 달리 일상적 인 용어로 이해될 까닭은 없으므로, 사실상 명확성의 원 칙에 반한다는 반론은 적절하지 않다. 이러한 주장에 담긴 의미를 고려하여 이를 논의 쟁 점으로 제기해본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동의를 어 떠한 법률개념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인지, 다시 말해, 동의를 내심의 의사로 볼 것인가, 아니면 표현된 의사로 볼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해외의 비동의 강간죄 입법 방식을 통해 상세히 살펴볼 것이다. 나. 피고인에게 입증책임이 반드시 전환되는가? 피고인에게 입증책임 전환 문제는 형사절차의 대 원칙인 피고인의 무죄추정 원칙과 검사의 입증책임에 반하는 것으로 주요하게 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이 문제는 비동의 강간죄에 한정되지 않는, 기본적 으로 형사절차를 운영하는 데 있어 사법기관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주관적 구성요건인 고의에 대한 입증을 단지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포괄 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의 판단의 기준을 확립 하고 입증을 위한 요소들을 판례 등 실무를 통해 정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비동의 강간죄와 관련해서는 상대방의 행위를 보 고 동의했다고 믿으며 성행위로 나아간 피고인의 고의 와 관련된 주장과 이에 대한 입증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될 것이다. 주장에서 제기된 것처럼 이 문제를 입증책임 전환 하고자 한다. 우선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둘러싼 쟁점 을 중심으로 비동의 강간죄 관련 해외 입법 사례를 비 교하면서 논의를 정리하고자 한다. 2. 비동의 강간죄 도입의 쟁점에 대한 검토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가장 중 요하게 제시되는 것은, 바로 내심의 의사를 범죄의 구성 요건으로 둠으로써 초래되는 문제점에 관한 것이다. 외연이 불분명하고 행위 태양이 다양한 행위인 비 동의를 구성요건으로 둘 경우, 형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인데, 이 문제는 바로 동의의 본질이 피해자 의 내심의 의사에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피해자 내심의 의사가 동의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 한 기준이므로, 명시적으로 동의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 만 사실상 동의로 인식될 수 있는 상대방의 행위를 보고 동의했다고 믿으며 성관계로 나아간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 이때 피고인은 법정에서 자신이 동의했다고 믿었으 며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입증해야 하기 때문 에 입증책임이 검사에서 피고인으로 전환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 비동의 요건이 불명확한가? 우선 비동의 요건이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 에 대해서는, 이미 「형법」 상 구성요건에 촉탁 또는 승낙 이라는 동의와 관련된 요건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 폭행· 음란·위계 또는 위력 등의 개념 역시 추상적이며 포괄적 인 개념이지만, 판례를 통해 명확성을 구축해나가고 있 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형법」의 기본적인 원칙에 반 하지 않는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1 비 동의 강간죄에 대한 보다 상세한 논의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서 2018년 발간한 『형법상 성폭력범죄의 판단기준 및 개선방안』 참조. 2 2 023.2.9. 국회 대정부질문 중 한동훈 장관 및 류호정 의원 간 질의·답변 참조. 3 디 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입법적 대응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추진되었 으며, 피해자 지원체계가 발전하면서 국제적으로 한국의 성폭력 범죄 대응이 적극적이고 선도적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49 2024. 01. January Vol.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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