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춘남녀들의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 가 큰 인기다. 지금은 ‘시즌 18’이 방송 중인데, 얼마 전 남녀 출연자들의 직업이 공개되는 회차에서 매우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영식(가명)’이라는 출연자가 “소방 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동시다발적으로 출연자들의 환 호성이 터진 것이다. ‘소방관’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목숨을 건 화재 진압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 는 소방관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이타성의 신성함을 느끼게 한다. 최동혁 법무사(대전세종충남회·38)는 소방관으로 일 하다 법무사가 된 특이 이력의 소유자다. 화재 현장에서 진 압과 피해자 구조작업을 해오던 13년 차 베테랑 소방관이었 던 그는, 지난해 법무사 시험에 합격해 2023.7. 법무사로 개 업한 새내기 법무사다. 소방관과 법무사. 두 직업 사이에는 큰 접점이 없어 보 이는데, 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어 인생의 대전환을 맞았 던 것일까. 한다면 하고야 마는 근성의 소유자 “병환 중이던 아버지께서 2018년 돌아가셨는데, 제가 어릴 때부터 ‘법조인이 되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저 는 그 말씀을 아버지의 유언이라고 생각하고, 그 유지를 받 들고자 법조인의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문득 예전 경기도지사를 지냈던 남경 필 전 의원의 말이 떠올랐다. 남 전 지사는 자신이 정치에 입문한 것이 정치인이 되라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기 위 해서라고 했다. 무슨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비슷한 생각 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혈 연으로 이어지는 가족의 뿌리와 전통을 지키려는 보수성 의 근원을 읽은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제가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이어서 법무사 시험에 도 전하는 것이 가장 빨리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라는 판단 을 했습니다. 소방관 생활 10년 차로 생활도 어느 정도 안 정되어 있었을 때라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소방관으로 일 하며 법무사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3조2교대로 주야가 바뀌는 힘겨운 업무 환경에서도 그는 주경야독하며 죽기 살기로 공부에 매달린 끝에 ‘소방 관 재직 중 합격’이라는 대단한 성취를 이루어냈다. “법무사 2차 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아, 이건 진짜 일 하면서 할 수 없는 공부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 서 이번에 붙지 못한다면 다시는 법무사 시험을 쳐다보지 않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한다면 하고야 마 는 근성이 좀 있거든요.” 공부하다 몸이 다 망가졌을 정도로 죽을 둥 살 둥 절 박하게 매달린 데는 뭔가 대단히 특별한 사연이 있지 않았 을까 했으나, 그런 것은 없었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법 무사 시험에 도전키로 결심했으니,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력질주했을 뿐. 그러고 보면 최 법무사가 소방관 시험에 도전한 것도 그랬다. 아버지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우연히 동네 형을 만났고, 소방관 시험에 도전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 남을 위 해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점과 무엇보다 체력적으로도 자 신이 있어 소방관에 도전했다는 것이다. “소방관도 법무사도 남을 돕는 직업이라 만족합니다.” 57 2024. 01. January Vol.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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