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라, 만일 소송에서 지더라도 크게 손해는 없었고, 그래서 그냥 그걸로 위안을 삼고 이 사건은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정리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끝내기는 너무나 억 울했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해보기로 하고, 판결 선고 3 일 전에 참고 서면을 작성해 제출했다. 참고 서면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① “전세계약 당시나 그 직후를 전후해 원고에게 소유권 이전 사실을 고지하였다”는 피고나 피고 측 증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증인은 피고와 같은 운명공동 체로서, 그 증언을 믿기 어렵다. ②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제4항에서 “양수인이 임대 인의 지위를 승계한다”라고 규정한 취지는 임차인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이는 임차인의 동의가 없는 한 면책적 채무 인수로 보아서 는 아니 된다. 이는 「민법」 제454조제1항에서 “채무 자와 제3자 간의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하는 경우, 채 권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규정하 고 있는 것을 보아도 같은 이치로, 이러한 채무 인수 에 대한 「민법」 제454조의 법리는 특별법인 「주택임 대차보호법」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③ 만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양도 사실을 고지한 것만 으로도(고지한 사실도 없거니와 설사 있다고 하더라 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제4항에 따라 보증금 반환채무가 면책적으로 무자력 양수인에게 승계된다 고 본다면, 이는 소위 ‘갭투자’라는 미명하에 무자력 바지사장을 이용하여 악덕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합법적으로 면탈하는 것을 법원이 용인해 주는 꼴이 고, 그 결과가 작금의 전세사기 대란과 억울한 피해자 들의 양산이다. 원고 승소! 원고 측 주장 대부분 인정한 12장의 판결문 위와 같이 참고서면을 제출한 후, 선고 당일 초조한 라고 간청하여 몇 마디 할 수 있었는데, 중개보수나 현금영 수증 관련 질문은 증인이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되었고, “증인은 계약 당일에 실제로 중 개한 사람이 아니며, 원고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중개보조 원 김○연)이 중개인인 줄 알고 나왔다”는 말에는 무슨 생 각인지 피고 측 증언에 더 신뢰를 보이며 사건을 종결하고 는 11월로 선고기일을 잡아버렸다. 필자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 정으로 “그러면 우리도 증인으로 김○연”을 신청하겠으니 한 번 더 기일을 잡아달라고 하였다. 이에 판사는 “김○연의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특정하 고, 김○연이 증인신문에 협조할 수 있는지 여부도 확인 해 신청하라”고 하였으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리는 만 무했다. 이대로는 너무 억울하다! 선고 3일 전 반박 주장 ‘참고서면’ 제출 승소를 100% 확신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 느 정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사건을 수임한 것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지게 될 줄이야…’ 필자는 허탈한 기분이 되었다. 의뢰인도 자신이 잘못해 다 된 밥에 재를 뿌렸나 싶었던지 침울한 표정이었다. 법정을 나와 전철역까지 걸어오면서, 우리는 편파적이 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판사님의 알 수 없는 태도와 갑작 스러운 변론 종결에 비분강개했다. 심지어 피고 측 변호인 도 그런 우리가 몹시 안 되어 보였던지 “그러지 말고 상속 재산 파산절차를 통해 환가받는 방법”을 고려해 보라고 조 언까지 해 주었다. 사실 우리는 이미 그것도 신청해 두어서 이 물건을 공 매하거나 보증금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매수하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해서 환가신청을 하려던 참이었다. 소송에서 굳 이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어서 일부러 안 하고 있던 것뿐이다. 원고는 보증금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매수하기로 신청해 이미 법원의 허가까지 받아둔 상 Part. 5 Part. 6 76 나의 사건 수임기 현장활용 실무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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