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자랑을 하고 다녔다. 그 며칠간은 괜히 기분이 좋 아서 싱글벙글 웃고만 다녔던 것 같다. 이렇게 커다란 긴장과 막판 반전을 안겨준 소송전이 끝을 맺었다. 최근 기사에 보니 정의당에서 「주택임대차보 호법」에 물건 양도 시 의무적으로 임차인에게 고지하는 조 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꼭 통과 되었으면 한다. 이번 사건을 처리했던 법무사로서 여기에 하나 더 추 가하자면, 임차인의 명시적인 승낙 없이는 차임이 면책적 으로 승계되지 않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될 필요가 있을 것 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8월호에 게재된 글을 보고 직접 전 화를 걸어와 많은 조언을 해 주신 신우 법무사사무소 법무 사님, 특히 막판 반전에 훌륭한 법리로 작용했던 「민법」 제 454조를 일깨워 주신 김영탁 법무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 린다.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재판부가 과연 필자의 주장을 뭐라고 반박하며 배척할까 몹시 궁금 했고, 지더라도 우리가 납득할 수 있도록 판결 이유에서 꼼 꼼하게 법리를 개진해 주었으면 했다. 의뢰인도 불안한지 전화를 걸어왔는데,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이 건으로 지더라도 지금 살고 계신 집 을 보증금으로 매수하시는 것이니 큰 손해는 없다”며 애써 의뢰인을 위로하는 필자의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전자소송 사이트로 들어가 마치 시험 합격자 발표를 열어보듯 사건조회 방을 클릭했다. 그 런데 이게 웬일인가. 떡하니 “원고 승소”라는 글이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너무 놀라 머리가 하얘졌는지, ‘그러니까 우리가 원고였지?’ 하고 주춤했던 기억이 난다. 긴장된 마음으로 열어본 판결문은 더욱 놀라웠다. 법 정에서의 그 편파적이었던(?) 판사님은 어디로 갔는지, 장 장 12장이나 되는 지면을 할애해 꼼꼼하게 법리를 개진하 며 우리의 주장을 거의 대부분 받아들여 주었다. 정말로 뜻밖이었고, 기대하지 않았던 승소였다. 의뢰 인은 뛸 듯이 기뻐하였고, 필자 역시 날아갈 듯한 기쁨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끝내기는 너무나 억울했다. 판결 선고 3일 전 참고 서면을 작성해 제출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양도 사실을 고지한 것만으로도 보증금반환채무가 면책적으로 무자력 양수인에게 승계된다고 본다면, 이는 소위 ‘갭투자’라는 미명하에 무자력 바지사장을 이용하여 악덕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합법적으로 면탈하는 것을 법원이 용인해 주는 꼴이고, 그 결과가 작금의 전세사기 대란과 억울한 피해자들의 양산이다.” EDIT 이재욱 법무사(서울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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