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추어 춤을 추는 장관이 펼쳐진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후에 도 쭈욱~ 봄이 올 때까지 시청사, 오페라하우스 등 여러 공공장 소에서 화려한 무도회가 계속된다. 마치 봄이 빨리 오기를 재촉하 는 것처럼 말이다. 화려한 오스트리아 무도회의 전통은 합스부르크 황실의 역 사만큼 아주 오래되었다. 지금은 비록 황가의 영광이 사라졌지만, 화가들의 그림을 통해 당시의 화려함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오 스트리아 제국 당시 다양한 계층의 일상생활 면면을 남긴 빌헬름 가우제의 작품 중 「호프부르크의 왕궁 무도회」(1900)는 황실의 찬란한 위엄과 영광을 잘 표현하고 있다. 현재 빈 시립 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원작을 보면, 멋 진 콧수염에 금실과 훈장으로 장식된 백색 제복을 입은 프란츠 요제프 1세를 둘러싸고 절을 하는 귀부인들의 호사스러운 옷차 림도 시선을 사로잡지만, 저 뒤편으로 경쾌하게 춤을 추는 한 쌍 의 커플을 보면 무도회의 분위기가 진지하고 엄숙하기보다는 경 쾌하고 즐거웠다는 걸 알 수 있다. 황금으로 장식된,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무도회장 어디선가 들리는 오케스트라의 밝고 경쾌한 왈츠 연주와 함께 시끌시끌 사 람들의 들뜬 대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카라얀의 1987년 빈 신년음악회, 「봄의 왈츠」 연주로 대성공 아쉽게도 그림 속의 인물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이 화려한 무도회장에서 울렸을 법한 음악을 지 금도 매년 새해 첫날 빈음악협회 황금홀에서 공연되는 신년음악 회에서 들을 수 있다. 1939년 송년음악회로 시작된 빈 신년음악회는 제국의 역사 와 달리 고리타분한 전통에 머물지 않고 시대에 따른 변화를 거듭 하며 살아남아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잡았다. 여기에는 전통을 고 수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악단원들과 지휘자들의 노력 이 숨어 있다. 세계 최고의 악단, 빈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 지휘는 당대 최고 지휘자들에게만 허락되는데,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거장, 카 라얀은 1987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년음악회의 지휘봉을 잡 았다. 그리고 그 명성답게 유례없는 시도로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는데, 협연자를 내세우지 않던 신년음 악의 전통을 깬 것이 그의 첫 번째 신의 한 수였고, 주로 관현악곡으로 연주되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의 「봄의 소리」 왈츠를 원곡에 맞춰 연주한 것이 두 번째 신의 한 수였다. 그리고 세 번째 신의 한 수는 “흑진주”라 불리 는 흑인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을 신년음악회 무대 에 협연자로 올린 것이었다. 한 마리의 꾀꼬리가 노 래하는 듯한 아름다운 캐슬린 배틀의 음성과 빈필 하모닉의 하모니는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지금까지 도 회자되는 명연주로 자리잡았다. 카라얀의 파격적 인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지금도 눈을 감고 당시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어느새 황금빛 무도회장 한가운데서 풍성한 꽃향기 에 취해 오케스트라의 경쾌한 반주에 맞춰 빙글빙 글 춤을 추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아름다운 예술작품들로 새해를 시작하게 되니 올해는 즐거운 일이 가득할 것 같다. 이렇게 가끔 일 상의 번잡스러움을 잊어버리고 문화생활을 즐기며 쉼표를 찍는 것도 지치지 않고 멀리 나아가기 위한 좋은 방법 같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지금 빈 신년음악회의 연주 를 들으며, 새로 맞이할 한 해의 계획을 잠시 구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아름답고 푸른 도나 우」처럼 평온하며, 「라데츠키 행진곡」처럼 활기차고, 「봄의 소리」 왈츠처럼 아름다운 한 해가 되시길! “Liebe Leserinnen und Leser, ich wünsche Ihnen ein frohes neues Jahr!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WRITER 최희은 미술 · 음악 분야 전문 작가 · 번역가 87 2024. 01. January Vol.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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