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233-4688 월간 법무사 생활법률전문가 127년 2024. 02 vol. 680
발행인 이남철 편집인 박철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상수·강성구·강신기·권중화·김정준·김정호·박성익 박윤숙·윤정진·윤평식·이경록·장태헌·정진홍·최상익 편집장 임정와 편집간사 김승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4년 2월 5일 통권 제680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일러스트 조옥경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2월 업무용 의자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법무사에게 폭신하고 편안한 업무용 의자는 친구 같은 존재. 법 무 사 와 애 장 품
봄이 시작되고, 크게 길하다 2024년 새해, 더욱 힘냅시다!
10 열혈 법무사의 민생사건부 일제강점기 조상 땅 소유권이전청구 소송 방어 사건(2023. 대법원) 16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첨단기술이 가져올 미래 富의 방향, 『블랙 미러』 시리즈 22 주목 이 법률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 제정법률 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26 법률고민 상담소 민사소송(손해배상·부당이득), 가사, 등기 분야 30 새로 시행되는 법령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 (2024.1.1. 시행) 등 32 요즘 화제의 판결 [대법원 2023도10313] 「스토킹범 죄처벌법」 위반(스토킹범죄) 등 91 내가 만난 법무사 황송연 법무사(부산회) 34 이슈와 쟁점 _ 일본의 방치부동산 문제와 상속등 기의무화제도 도입의 시사점 _ 외국 판례로 본 ‘동성(同性) 동거인 의 주택임차권 승계’와 우리나라에 서의 해석론 44 뉴스 투데이 _ 2024년 새롭게 시행되는 주요 법령 _ 「민사소송법」 개정법률 공포 _ 「인감증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협회 의견서 제출 _ 제163회 협회 이사회 개최 50 법무사가 사는 법 ‘서울시 시민참여옴부즈만’으로 4년째 활동 중인, 하경민 법무사 Contents 월간 법무사 생활법률전문가 127년 법으로 본 세상 법무사 시시각각 34 50
54 맞춤형 최신 대법원 판례요약 2023.11.7.자 2023그591결정 등 57 최신 규칙·예규·선례 부동산 등기선례(2023.7.1.~9.30.) 60 나의 사건 수임기 치과 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의료분 쟁과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 대한 대응 08 미경유람 전남 순천만의 철새 66 오뚝이 멘탈 관리법 성공을 위한 3가지 열쇠 : 의지력, 끈기, 동기부여의 톱니바퀴 70 율사삼인지언문 법무사의 시네리뷰 ① 토니 리처드슨,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72 문화路, 쉼표 (수상) 지금 이 순간, 행복하십니까? 74 명문장으로 읽는 책 한 권 “모든 친밀감은 고통을 낳는다.” - 문요한, 『관계를 읽는 시간』 76 음악이 들리는 그림이야기 카날레토, 「대운하의 레가타」 & 안토니오 비발디, 『사계』 중 「봄」 78 협회는 지금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85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90 편집위원회 레터 벚꽃과 살구꽃 현장활용 실무지식 슬기로운 문화생활 동정·등록 78 74 07 2024. 02. February Vol. 680
08 미경유람 슬기로운 문화생활
美 景 遊 覽 02 전 남 순 천 만 의 철 새 09 2024. 02. February Vol. 680
경매로 낙찰받은 땅, 조상 땅이라며 “내놔라” 소송 제기 “안녕하세요. 부동산 관련 소송인데, 법무사님 통해서도 소송 진행이 가 능하지요? 5년 전 경매로 낙찰받은 땅이 자신들의 조상 땅이라며 내놓으라는 소장이 왔어요.” 2021년 여름이 시작되던 7월의 어느 날, ‘공인중개사’로 일한다는 한 의뢰 인의 전화를 받았다. “네, 그럼요. 부동산 관련 소송은 법무사를 통해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진 행하시면 좋습니다. 법원에 제출할 서면은 제가 다 써드리고요, 법원 출석만 직 접 하시면 되세요.” 다음 날, 그 의뢰인이 두꺼운 책 한 권은 족히 되어 보이는 소장을 가지고 사무실로 찾아왔다. “법무사님, 제가 2016년에 경매 낙찰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아무 일이 없 던 땅이었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땅을 내놓으라니 너무 황당해요. 직업이 직업 이니만큼 저도 「민법」 지식이 어느 정도는 있는데, 아무리 봐도 소장 내용이 너 무 어려운 데다 원고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거든요. 이미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는데, 왜 이제 와서 소송을 제기한 건지 도무지 모르겠어 요. 제 생각으로는 충분히 싸워볼 만한데, 법무사님이 한번 살펴봐 주세요.” 나는 의뢰인이 건네주는 소장을 차분히 검토해 보았다. 사건의 원고가 11 패소가 뻔한 조상땅찾기 소송, 왜 제기했을까? 일제강점기 조상땅 소유권이전청구소송 방어 사건 (2023. 대법원) 사 정 10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명, 피고가 10명이나 되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땅 은 1981년에 소유권보존등기가 된 후, 1997년과 2005년 에 2차례 매매로 소유자가 변경되었고, 2016년 의뢰인 이 경매에서 낙찰받은 것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소장은 두툼했으나 원고 측의 주장 은 단순했다. 의뢰인의 땅은 본인들의 조상인 아무개가 일제 강점기 때 사정(査定)받았던 땅이니 의뢰인의 등기 는 무효인 등기로서 효력이 없으며, 그 땅의 소유권은 사 정받은 아무개의 상속인인 본인들에게 있으니 소유권등 기를 이전하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해방된 지 70년이 넘은 2021년 현재까 지도 일제 강점기 때의 조상 땅을 찾겠다는, 일명 ‘조상 땅찾기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의아 했다. 조상 땅을 찾으려면 이전에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 을 텐데, 의뢰인의 말마따나 왜 승산도 없는 지금에서야 소송을 한단 말인가. 이 소송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 나는, 사건을 맡아 의뢰인이 승소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원고 측 주장은 단순했다. 의뢰인의 땅은 본인들의 조상인 아무개가 일제 강점기 때 사정(査定)받았던 땅이니 의뢰인의 등기는 무효인 등기로서 효력이 없으며, 그 땅의 소유권은 사정받은 아무개의 상속인인 본인들에게 있으니 소유권등기를 이전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해방 70년이 넘은 2021년 현재까지도 이런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대법원 취득 시효 11 2024. 02. February Vol. 680
지조사(양전사업)를 했던 것처럼 해방 후 지세(地稅) 부 과를 위해 토지대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법에서는 1943년 「조선지세령」에 의한 토지대장 을 본 법에 의한 토지대장으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당시 는 한국전쟁(1950.6.25.~1953.7.27.)이 발발한 와중으로, 전쟁으로 사라진(멸실된) 수많은 토지대장을 어떻게 복 구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않았다. 법 률의 사각지대가 존재했던 것이다. 이러한 법률적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1975년 「지적 법」을 전부개정(1976.4.1. 시행)하여 제13조에 ‘지적공부 의 복구’ 규정을 마련하고, 시행령 제10조 단서조항을 통 해 소유자에 관한 사항은 부동산등기부나 법원의 확정판 결에 의하지 아니하고서는 복구 등록할 수 없도록 했다. 즉, 원고들은 “피고의 땅이 구 「지적법」 당시에 토지 대장이 복구되었으므로, 그 대장에 소유권자로 기재된 사람은 적법한 소유권자가 아니고, 그자로부터 토지를 양도받은 사람이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 별조치법」(법률 제3094호)에 따라 소유권보존등기를 했다 하더라도 그 소유권보존등기는 무효이며, 그 이후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도 모두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 이다. 「지적법」의 역사를 알아야 이 소송도 풀린다 원고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의 역 사적 배경이 되는 일제의 토지조사사업과 대한민국 「지 적법」의 역사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제 강점기였던 1910~1918년경, 일제는 조선에서 토지조사사업을 벌여 토지의 주인을 결정했는데, 이를 ‘사정(査定)’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사정을 통해 일제가 만든 토지조사부에 기재된 최초의 토지소유주를 ‘사정 인’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의 원고들이 바로 자신들의 조상인 “아무 개”가 사정을 받아 토지조사부에 사정인으로 기록되어 있다면서, 우리 판례가 이전의 소유관계를 묻지 않고 토 지를 사정받은 사람이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고 있으므로, 자신들의 조상인 “아무개”가 소유권을 원시취 득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등기의 추정력은 어떤 사항이 부동산등기부등본에 기재되어 있다면 그로부터 그 등기는 적법하게 이루어 지고, 실체적 권리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막 강한 효력이다. 의뢰인의 등기에 추정력이 인정된다면, 의뢰인이 경매 낙찰을 받아 등기이전한 것만으로도 의 뢰인의 소유권은 당연히 인정될 것이다. 그러나 원고들은 의뢰인의 등기가 추정력이 미치지 않는 무효의 등기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구 「지적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한 내용이 담 긴 대법원 판례(1992.1.21.선고 91다6399)를 인용하고 있 었다. 「지적법」은 1950.12.1. 법률 제165호로 최초 제정된 후, 1975.12.31.과 2001.1.26. 두 차례 전부개정되었다. 1975년 전부개정되기 전 「지적법」을 '구 「지적법」'이라고 한다. 2001년 전부개정은 9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지 적정보 전산화에 발맞추기 위한 것으로 소유권과는 무 관하나, 1975년 첫 전부개정은 소유권과 관련이 있다. 「지적법」이 1950년, 처음 제정되었을 때는 국가가 토지 주인에게 토지세를 부과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 우 선시 되었을 것이다. 조선이 전세(田稅) 부과를 위해 토 12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1심, 취득시효 및 동일성 문제 주장해 통쾌한 승리 원고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논리를 가져다 붙이며 의뢰인의 소유권을 부정했지만, 나에게는 두 가지 무기 가 있었다. 하나는 의뢰인도 말했던 ‘취득시효’의 법리였 고, 다른 하나는 토지대장에 기록된 사정인과 원고의 선 조가 동일인인가의 문제였다. 먼저, 취득시효의 법리부터 살펴보자. 취득시효란, 일정한 요건(점유기간, 소유 의사 등)이 존재하면 취득시 효의 대상이 되는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다. 취득시효는 소유권과 별개로 존재하는 점유권으로부터 도출되는 것 인데, 우리 「민법」은 부동산소유권에 대하여 점유취득시 효와 등기부 취득시효를 인정하고 있다(「민법」 제245조 제1항, 제2항). ‘점유취득시효’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 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 함으로써 그 소유권 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며, ‘등기부취득시효’는 ‘적 법한 등기’의 효력을 반영하여 등기부등본상 소유자인 경우,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선의 무과실 로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다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 록 한 제도다. 이번 사건과 같은 조상땅찾기소송에서 자주 다투 는 것이 바로 위 시효의 개념 중 ‘소유의 의사’가 존재하 는지 여부다.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를 '자주점유'라고 하는데, 소송할 때는 부동산을 달라고 청구하는 원고가 상대방의 ‘소유 의사’ 없음을 주장하고, 그 증거를 제출 해야 한다. 이를 ‘자주점유의 추정’이라 한다. 이러한 법리로 볼 때, 의뢰인의 토지는 1981년 소유 권보존등기가 되었기 때문에 점유기간이 이미 20년을 훌쩍 넘었고(점유기간을 계산할 때는 전 소유자가 점유 한 기간도 합산한다), 원고가 피고인 의뢰인의 ‘소유 의 사’를 깨뜨릴 만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다면, 피고의 승 소는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다른 요건들이야 공방이 될 여지가 적은 것들이고…). 대법원 판례(1979.7.10.선고 79다569)에서는 취득시 효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시효제도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의 보호를 거부하 고, 사회생활상 영속되는 사실 상태를 존중하여 여기에 일정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다음으로, 동일인의 문제는 조상땅찾기 소송에 관련 된 판례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송전략으로, 일 제 강점기에 의뢰인의 토지를 사정받은 사람이 원고들의 조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것이다. 위에서 밝힌 것처럼 대법원 판례는 토지조사사업 에서 토지의 소유자로 사정받은 사람이 당해 토지의 소 유권을 원시적·창설적으로 취득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 에, 사정명의인의 후손이 사정인과의 상속관계만 주장 하면 토지의 소유권을 간단히 주장할 수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정명의인의 후손들이 현재 의 등기명의인을 상대로 ‘조상땅찾기 소송’을 하는 경우 에는 그 선대와 토지사정명의인의 동일성에 관해 법관 이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엄격히 증명되어야 한다. 그래 야 적법한 원인(매매, 경매 등)으로 소유권을 취득한 사 람을 납득시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주민등록번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주민등록제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 그 동일성 을 입증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원고 역시 제 출한 소장에서 토지 사정을 받은 “아무개”가 자신들의 원고가 제출한 소장에서는 토지 사정을 받은 “아무개”가 자신들의 조상인 “아무개”와 동일인이라는 증거가 충분히 제출되지 않았다. 필자는 취득시효 항변과 함께 원고들이 토지 사정을 받은 사람의 후손들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와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얼마 후 1심 판결났다. 원고의 동일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다. 13 2024. 02. February Vol. 680
원고는 제출기한 당일이 되기까지 석명사항을 이행 하지 않았다. 나는 의뢰인에게 원고가 항소를 포기하려 나 보다고 했는데, 제출 마감일에 딱 맞춰 원고의 서면 과 증거가 도착했다. 토지를 사정받은 아무개와 원고들 의 선조가 동일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 한 것으로 보였다. 나는 이에 대한 반박과 증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의뢰인과 의논했다. 소송은 도전 의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무조건 이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1심에서 주장했 던 취득시효 주장을 좀 더 탄탄하게 보강해 제출키로 하 고, “원고가 추가로 제출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사정명의 인과 원고의 선대가 동일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다소 형식적인 주장에 덧붙여, “피고의 취득시효가 완성되었 으므로 피고의 등기는 적법하고, 따라서 불법점유라는 원고의 주장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소 준비서면을 작 성해 제출했다. 그리고 얼마 후 2심 판결이 나왔다. 취득시효를 주 장할 수 있어 이길 게 뻔한 소송이었지만, 판결선고일이 정해지자 이번에는 나도 판결이 어떻게 날지 참으로 긴 장되었다. 의뢰인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일이니, 어찌 안 그럴 것인가. 얼마 후 2심 판결이 났다. 재판부는 원고가 사정명 의인의 후손이라는 점은 인정하였으나, 피고의 취득시 조상인 “아무개”와 동일인이라는 증거를 충분히 제출하 지 못했다. 필자는 위 두 가지 무기에 따라 취득시효 항변과 원 고들이 토지 사정을 받은 사람의 후손들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와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얼마 후 예상한 대로 1심 판결이 나왔다.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의 선대인 아무개와 사정명 의인 아무개가 동일인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재판부 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피고들의 항변은 판단 하지 않았다. 소송 1라운드가 보기 좋게 우리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원고의 항소, ‘취득시효’에 집중한 전략으로 2심도 승소! 1심 승소 소식을 의뢰인께 전해드렸다. 의뢰인은 내 가 취득시효와 함께 동일성 주장을 할 거라고 하더니, 1 심 판결문에 그 내용이 똑같이 들어가 있다면서, 똑똑한 법무사님을 만나 너무 다행이라며 크게 기뻐했다. “그런데 원고가 항소 기간 내에 항소를 할 수도 있 습니다.” 승소의 기쁜 소식을 전할 때는 항상 단서가 따라오 는 법. 나는 항소의 우려를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뢰 인도 항소가 걱정되는지, 원고가 정말 항소할 것 같냐고 물었다. “아마도 패소가 확정되면 소송비용도 물어줘야 하 니, 항소할 가능성이 높을 거예요. 그래도 취득시효가 있 으니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이길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 요.” 자신만만한 순간에 나는 결코 자신감을 숨길 수가 없다. 얼마 후 예상한 대로 원고가 항소했다. 곧이어 법 원에서 석명준비명령서가 날아왔는데, “원고는 제출기 한까지 원고의 선대와 사정명의인이 동일인이라는 증거 를 제출하고, 피고는 원고가 석명사항을 이행하면 그에 대한 반박을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얼마 후 2심 판결이 나왔다. 원고가 사정명의인의 후손이라는 점은 인정되었으나, 피고의 취득시효 완성으로 원고의 항소는 기각되었다. 원고는 당연 수순으로 상고했다. 나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해 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예상대로 대법원에서는 곧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드디어 3:0 완승의 순간이었다. 14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효 완성을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고 측이 취 득시효의 법리를 깨기 위해서는 자주점유의 추정을 반 박해야만 했으므로, 반복적으로 피고가 불법점유(적법 한 원인 없는 점유)를 하고 있다고 주장을 했으나, 원고 의 선조가 이 땅을 사정받았다는 것 외에 피고 및 그 이 전 소유자들에게 "소유 의사가 없음"을 주장하는 증거를 대지 못해 결국 원고 측의 무단점유 주장은 받아들여지 지 않았다. 사실 법리적으로 볼 때 2심까지 원고의 패배는 예 정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대체 왜 원고들은 이 소송을 제기한 것일까.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당시 원고 측이 제출한 서면을 읽어보니, 원고 측이 피고가 낙 찰받아 등기한 땅이 무효인 등기이므로 소유의사가 없 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던 것으로 보아, 패소를 감수한 채 일말의 가능성을 보고 소송을 했다기보다는 ‘등기추 정력’과 점유로 인해 발생하는 ‘자주점유추정’을 구분하 지 못해 진짜로 승소할 수 있다고 보고 소송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등기의 추정력과 “점유”로 인해 인정되는 자 주점유 추정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일제 강점기에 토지 사정을 받은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하여도, 그 이후 이루어진 매매 등은 그 나름의 적법한 효력이 있는 것이 다. 큰돈을 주고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의 "소유 의사"를 백여 년 전 토지 사정을 받은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이유로 부정해서야 되겠는가. 원고 측이 욕심에 눈이 멀 어 이 같은 기본적인 생각을 놓친 것은 아닐까 싶다. 상고심까지? 그러나 뻔한 패소, 3:0 완승의 기쁨 나는 의뢰인에게 2심 승소 소식을 전했다. “법무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일 잘하는 법무사님을 만나 햇수로 3년을 잘 보냈습니다. 한 달 아들 집에 갑니 다. 이제 마음이 편합니다.” 의뢰인이 보내온 카톡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원고 가 상고한다 한들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것은 매 우 드문 일이기 때문에 의뢰인은 이제야 마음을 놓고 아 들 집에 다녀온다고 했다. 원고는 당연한 듯 상고했다. 나로서는 처음 맞이하 는 상고심(3심)이라, 어떤 형식의 서면을 제출해야 하는 지 미리 검토해 두는 등 준비를 마쳤다. 처음 하는 업무 는 쉬운 것 같아도 막상 시작하려면 쉽지 않은 법이다. 상고심의 대부분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된 다. 원고가 상고한 것이 부당하니 대법원에서 판단할 것 도 없이 기각한다는 뜻이다. 나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해 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에서 곧 심리 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3:0 완승의 순간이었다. 의뢰인에게 승전보를 전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뻤 다. 원고들의 황당한 소송에 대응해 의뢰인은 재산을 지 켰고, 나는 3:0 승리의 스코어를 이력으로 갖게 되었다. 한일합병이라는 우리 근대사의 아픔이 110여 년이 지난 현재의 시간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승소는 기 쁘지만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 사건이다. WRITER 김선미 법무사(경기중앙회) 15 2024. 02. February Vol. 680
과연 미래는 끔찍한 디스토피아일까, 거기에 돈이 있다면? 첨단 기술이 가져올 미래 富의 방향, 「블랙 미러」 시리즈 블랙 미러(Black Mirror, 2011.~2023.) 정보 : 영국/드라마/청소년 관람불가/시즌 6개 제작 : 찰리 브루커 출연 : 제시 플레먼스, 크리스틴 밀리오키, 지미 심슨 등 가까운 미래의 첨단 기술이 인간의 욕망을 실현해주면서 벌어지는 특별한 상황들을 영국 특유의 어두운 상상력으로 풀어낸 SF 옴니버스 시리즈 ⓒ Netflix 제공 법으로 본 세상 16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 언론 보도로 가장 많 이 회자된 시리즈는 무엇일까요? 바로 영국의 국가대표 SF 시리즈 『블랙 미러』입니다. 2011년 시즌 1이 처음 공개된 후, 2023년 시즌 6이 제작됐고, 앞으로도 몇 편의 시리즈가 더 예정되어 있는, 넷플릭스 최고 인기 최장수 시리즈이죠. 언론에서 미래 사회를 예견할 때, 이 「블랙 미러」 시리즈 와 처음부터 이 시리즈를 기획하고, 그 안의 모든 옴니버스 작품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쓴 작가 ‘찰리 브루커’를 많이 인 용합니다. 특히 인류의 미래가 최악의 지옥이 될 것이라는 비 관론의 입장에서 디스토피아를 묘사할 때 이 시리즈의 내용 을 근거로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반드시 미래를 부정적으로만 묘사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로서는 미래 사회를 통찰해 보면서 투 자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거든요. 그렇다면 비관론의 입장에서가 아니고 투자의 관점에 서, 번외편(「밴더 스내치」)을 포함해 시즌 6까지 총 29편의 에피소드 중 가까운 미래에 구현 가능한 첨단 기술에 대한 상상력을 담고 있는 에피소드 2편을 골라 그 기술과 투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존은 끔찍해」(시즌 6, 제1화) : 양자컴퓨팅의 등장이 가져올 혁명적 미래 시즌 6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존은 끔찍해」에는 ‘셀마 헤이엑’이라는 특급 배우가 출연합니다. 그만큼 「블랙 미러」 가 유명해진 결과죠. 이 에피소드는 그동안 기발한 상상력과 개연성을 보여준 찰리 브루커가 가장 그럴듯한 미래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합니다. 여러분은 내 현재가 고스란히 반영된 드라마가 넷플릭 스에서 방영된다면, 이를 돈 주고 볼 용의가 있으신가요? 넷 플릭스에 갑자기 새로운 드라마가 뜨는데, 자신의 이름이 제 목으로 등장합니다. 알고 보니 셀마 헤이엑이 나로 분해 내 삶의 은밀한 부분까지 모두 반영되어 방영되는 드라마였습 니다. 양자컴퓨터와 딥 페이크 기술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 이 드라마로 인해 주인공 존(애니 머피 분)의 삶은 파멸 합니다. 어떻게 이런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을까요? 해답은 양자컴퓨터와 딥 페이크 기술 때문이었습니다. 양자 컴퓨터는 슈퍼컴퓨터가 100만 년에 걸쳐 할 수 있 는 계산을 단 2초 만에 끝낸다는 환상의 컴퓨터인데, 0과 1 사이에 수많은 가능성을 일종의 저장 공간인 ‘큐비트’로 사용 하게 되면서 저장 용량과 계산 속도를 거의 무한으로 늘린 획 기적인 발명품입니다. 일단 양자컴퓨터가 실물을 보이게 되면 세상의 모든 암 호화폐가 뚫리게 될 겁니다. 비트코인은 당일로 시가 ‘0’이 될 가능성도 있지요.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이제는 너무 유명해 져 그 존재를 의심받는 상태는 아니지만, 실제로 그 모델이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국내 네티즌이 지분의 30%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 양자 컴퓨터 넘버원 그룹 ‘IONQ’를 포함해 일찍부터 개발에 뛰어 든 구글도 현재 그 칩만 공개했을 뿐, CPU는 아직 나오지 않 았습니다. ⓒ Netflix 17 2024. 02. February Vol. 680
그러나 딥 페이크와 음성인식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 전해 있습니다. 조만간 CG로 죽은 마릴린 먼로를 화면에서 부활시켜 진짜 마릴린 먼로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장면을 관객에게 보여줄 날이 올 정도로 말이지요. 이미 넷플릭스는 2022년, 앤디 워홀의 생전 목소리를 바탕으로 완벽하게 음성을 재현해 내 그의 일기를 그의 목소 리로 더빙해 다큐멘터리(「앤디 워홀 일기」)로 만드는 데 성공 했습니다. 저는 앤디 워홀과 앤디 워홀을 흉내 낸 AI의 목소리 를 전혀 구분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목소리뿐 아니라 가짜 영상도 구분하기 어려운 시절이 올 겁니다. 「존은 끔찍해」에서 셀마 헤이엑(셀마 헤이엑 본인 분)은 딥 페이크 기술로 존의 실제 삶을 드라마한 작품에 직접 출연 하지 않고 초상권만 팔아 수익을 챙깁니다. 휴대폰으로 실시 간 업데이트되는 존의 삶은, 셀마 헤이엑의 가짜 영상과 역시 딥 페이크로 만든 다른 등장인물들의 가상 연기에 계속 반영 되면서 시리즈의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일어납니다. 만약 내 삶이 모두 드라마화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요? 이런 식으로 8억 명의 넷플릭스 유저는 자신을 주인공으 로, 전 세계 유저들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의 주인공이 되는 것입니다. 양자컴퓨터의 놀라운 성능은 어마어마한 가상현실 메 타버스를 창조합니다. 알고 보니 영화 속 존과 셀마 헤이엑 등 모든 존재는 양자컴퓨터가 가상으로 만든, 또 하나의 버전 낮은 현실이었던 것이지요. 딥 페이크 기술과 양자컴퓨팅은 기존 세계를 그대로 모 사하고, 그 모사한 세계를 또다시 모사하는 식으로, 더 하위 버전의 세계를 계속해서 만들어냅니다. 넷플릭스는 유저를 늘려서 좋고, 유저들은 자신의 또 다른 변신이 또 다른 메타 버스에서 창출해낸 수익을 넷플릭스와 나눠 갖는, 그런 세상 이 오는 거죠. 「존은 끔찍해」에서 내 개인적인 삶이 유명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로 실시간 방영될 수 있는 것은 양자컴퓨터와 딥 페이크 기술 때문입니다. 정보처리 속도와 용량이 거의 무제한으로 늘어나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된다면 제약과 물류산업에 대혁신이 일어날 겁니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대입해 부작용을 ‘0’으로 줄인 최적의 약물이 등장하고, 주문과 거의 동시에 물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 Netflix 슬기로운 문화생활 18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또 하나는 양자 컴퓨터의 복잡성입니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난관에 도 불구하고, 현재 양자 컴퓨터의 개발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 고 있습니다. IBM, Google, Microsoft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은 양자컴 퓨터의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미 몇 개의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여 실험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 의 실용화가 아직까지는 불확실하지만, 그 잠재력만큼은 매 우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넷플릭스는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된 사회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사라지면 벌어질 일을 코믹하게 묘사했지만, 이 경고 는 그와 동시에 우리 삶을 바꿀 파괴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 니다. 투자의 성공은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혁 신에 있습니다. 경제적 도약을 원한다면, 미리부터 부작용을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레이철, 잭, 애슐리 투」(시즌 5, 제3회) : AI 로봇이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미칠 혁신 1960년대에 태어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나 1970년대생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스타트랙」을 보면 서 미래를 그렸다면, 밀레니얼 Z세대로 미래의 제프 베이조 스나 일론 머스크가 될 창의력과 사업성을 갖춘 인재들은 『블랙 미러』를 보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갑니다. 2019년 공개된 『블랙 미러』 시즌 5 중에서 제3편인 「레 이철, 잭, 애슐리 투」는 SM을 비롯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에 많은 영감을 준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미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흥분시켰는데, 바로 작품 속 인기 가수 ‘애슐리’의 음성과 행동 등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AI) 인형 ‘애슐리 투(2)’라는 상 품 때문이었습니다. 중국의 한 AI업체가 실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트럼프가 중국어로 인사하는 장면을 연 출한 적이 있지만, 실제 한 사람의 목소리와 똑같은 행동 방 이런 식으로 넷플릭스가 돈을 벌면 세상의 모든 돈을 다 끌어모을 수 있지 않을까요? 넷플릭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UTT업체들에게 이보다 더 잔인한 블랙 미러는 없을 겁니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인간 삶의 근본적 변화 만들 것 찰리 브루커는 이런 미래를 어떻게 볼까요? 그는 기본적 으로 유머러스합니다.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보지만 다른 디스 토피아 드라마와 다른 점은 유머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죠. 「존은 끔직해」에서도 존이 어떤 수단으로도 드라마를 중단시킬 수 없게 되자 셀마 헤이엑의 계약 해지를 유도하기 위해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일부러 변을 보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모든 것이 감시되어 이러한 배변 행위까 지 콘텐츠로 만드는 사회가 온다면, ‘개인정보 보호’라는 말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 등 모든 것이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찰리 브루커의 걱정은 기우일 수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에 한국의 서학 개미들은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여 왔 습니다. 미국의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IONQ(아이온큐)의 주 식은 지난해 초 3달러 77센트에서 연말 12달러까지, 거의 3배 이상 올랐습니다. 최고가 16달러까지 솟았었죠. 아이온큐의 주가 상승은 대한민국 서학 개미들이 미래를 보고 투자한 결 과입니다. 정보처리 속도와 용량이 거의 무제한으로 늘어나는 양 자컴퓨터가 실물로 등장한다면 제약과 물류산업에는 일대 혁신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대입해 부작 용을 ‘0’으로 줄인 최적의 약물이 등장하고, 주문과 거의 동 시에 물건을 받는 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죠. 양자컴퓨터가 등장한다면 아마도 대당 1,000억 원은 넘어가지 않을까요.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계산이 빠른 만큼 오류의 가능성 도 많습니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기술적 난관도 있고요. 그중 하나는 양자컴퓨터의 핵심 부품인 양자비트의 안정성입니다. 양자비트는 매우 미세한 환경적 요인에도 민 감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양자비 트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19 2024. 02. February Vol. 680
식으로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AI는 아직 등장하 지 않았습니다. 요즘 챗 GPT가 인기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 나 「레이철, 잭, 애슐리 투」에서는 그 기술이 구현되면 어떻게 될지,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과 똑같은 목소리와 행동을 하는 AI 아이돌의 등장 실제로 ‘애슐리 투’와 같은 AI가 가능하다면, 인간은 무엇 을 가장 먼저 만들려고 할까요? 물론 친구겠죠. 친구를 사귀 고 싶지만, 사교를 힘들어하는 10대들을 위해 사회성이 얼마 나 중요한지 잘 아는 부모들은 아낌없이 돈을 쓸 겁니다. 「레이철, 잭, 애슐리 투」의 주인공 레이철(앵거리 라이스 분)은 아빠, 언니와 함께 사는 여고생입니다. 언니는 세상을 떠난 엄마가 즐겨 듣던 1990년대 록 음악을 들으며 엄마와의 추억에 갇힌 현실을 선택하지만, 동생인 레이철은 당시 최고 의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 ‘애슐리 O(마일리 사일러스 분)’ 의 음악을 즐기며 지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레이철은 애슐리 O가 TV에 나와 자신의 목소 리를 빌려 탄생한 AI ‘애슐리 TOO’를 소개하는 것을 보고, 아 빠에게 ‘애슐리 투’를 생일 선물로 사 달라고 조릅니다. 모형 쥐를 이용해 생쥐퇴치 실험을 하는 뇌과학자인 아버지는 막 내딸의 소원을 들어주죠. 엄마의 죽음 이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레이철 은 ‘애슐리 투’와 대화를 나누며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고, 학 교 축제에서도 ‘애슐리 투’의 도움을 받아 멋진 립싱크 공연 을 합니다. 한편, 드라마는 팬인 레이철의 삶과 아이돌 ‘애슐리’의 삶을 나란히 병치해서 보여줍니다. 애슐리의 삶은 레이철의 삶과 여러모로 비슷합니다. 교통사고로 부모가 죽고 매니저 인 고모를 부모로 여기며 가수 생활을 하고 있죠. 그러나 돈 밖에 모르는 고모는 애슐리를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 각하고 착취합니다. 정신적으로 고갈되고 창의성이 말라 버린 애슐리는 은 퇴를 통해 고모에게 저항하려 하지만, 자신의 돈벌이에 방해 가 된다고 생각한 고모는 애슐리를 식물인간으로 만들고, 애 슐리가 남긴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 애슐리의 목소리와 똑같 은 인공지능으로 새 앨범을 출시합니다. 식물인간 상태에서도 인간의 뇌는 부분적으로 활동한 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입니다. 드라마는 상상력을 확대해 애 슐리의 두뇌를 스캔하여 창의성 영역을 바탕으로 한 신곡들 을 선보입니다. ⓒ Netflix 슬기로운 문화생활 20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이런 기술은 아직은 불가능하지만, 훗날 가능해진다면 가 수는 영원불멸할 수 있습니다. 죽어서도 계속 앨범을 내고, 메 타버스의 아바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과도 만날 수 있죠. 바로 여기서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두 번째로 공감할 사업 아이템이 등장합니다. 드라마에서는 모션 픽처 기술로 모델이 춤을 추면, 홀로그램 기술로 재현된 애슐리의 가상 이 미지가 그 춤을 따라 추며 라이브를 선보입니다. 이 라이브는 확대·축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관객석 뒤편 에서도 애슐리의 크기를 확대해 자세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 이 있습니다. 이런 기술이 실현된다면, 좌석별로 차등을 두던 콘서트 관람료도 전석 모두 비싼 VIP석 가격으로 받을 수 있 을 겁니다. 레이철과 그 언니는 뇌과학자인 아버지의 장비를 활용해 식물인간 애슐리의 뇌와 인공지능의 뇌를 마치 예전의 PDA처 럼 서로 동기화합니다. 이를 통해 애슐리는 고모로부터 벗어 날 수 있게 되죠. 드라마는 애슐리가 그동안 매너리즘을 느껴 왔던 아이돌 댄스 음악을 버리고, 레이철의 언니가 좋아하는 로커로 변신해 함께 노래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립니다. AI 아이돌과 팬의 채팅, ‘DearU’ 서비스 미래의 애슐리 투 이 드라마를 보면서 코스닥에 상장된 엔터테인먼트업체 ‘DearU’가 떠올랐습니다. 디어유는 SM의 자회사로 2024년 1 월 현재, 시가총액이 7,893억 원으로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 기준 84위의 회사입니다. 이 디어유의 수익 모델이 바로 ‘애슐리 TOO’와 같은 AI 아이돌과 카카오톡 형태의 메신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버블’ 이라는 서비스입니다. 한 아티스트당 월 4,500원(9인조 그룹 을 좋아한다면 한 달에 4만 원)의 유료 사용료를 내야 하는 데, 현재 이 메신저를 이용하는 고객이 무려 230만 명에 이 른다고 합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벤처기업인 데도, 그 영업이익만 200억 원이 예상될 정도로 수익 모델이 탄탄합니다. 역시 K팝의 영향력이 대단하죠. 더 놀라운 사실 은 이 서비스의 남녀 비율입니다. 아마 10대와 20대가 대부 분일 텐데, 여성의 비율이 97:3으로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통계상 여성들은 자신이 10대 때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평생 좋아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지금 10대인 ‘디어유’의 소비자는 앞으로 20대, 30대, 4~ 50대가 될 때까지도 이 서 비스를 돈 내고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다만, 실시간 메신저는 대화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미리 가수들이 만들어 놓은 메시지, 예를 들면 “날씨가 너무 춥네 요. 오늘 따뜻하게 입고 나가세요.” 등의 메시지를 받는 것입 니다. 하지만 팬 자신의 닉네임을 부르면서 “00야, 밥 먹었 어?”라고 친근한 메시지를 보낸다면, 아마도 팬들의 가슴은 한없이 녹아내릴 겁니다. 항간에는 미리 만들어둔 메시지도 아이돌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니고, AI가 만든 것이라는 소문이 돕니다만, 업체는 부 인하고 있습니다. 어떻든 이것이 발전하면 ‘애슐리 TOO’가 되 는 겁니다. 팬과 아티스트가 소통하는 채팅 서비스는 ‘디어유’가 최 초라고 하니, IT와 ET(엔지니어링 기술)가 만난 K컬처의 위력 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IT와 ET, 그 리고 맞춤 서비스에 미래의 돈이 몰린다는 점을 우리는 『블랙 미러』 시리즈를 통해 통찰해 볼 수 있습니다. WRITER 신진상 재테크 전문 저술가 · 자산 관리사 · 입시 컨설턴트 식물인간 상태에서도 인간의 뇌는 부분적으로 활동합니다. 「레이첼, 잭, 애슐리 투」에서는 상상력을 확대해 식물인간이 된 아이돌, 애슐리의 두뇌를 스캔하여 창의성 영역을 바탕으로 한 신곡들을 선보입니다. 아직은 불가능한 기술이지만, 훗날 가능해진다면 가수는 영원불멸할 수 있습니다. 죽어서도 계속 앨범을 내고, 메타버스의 아바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과도 만날 수 있죠. 21 2024. 02. February Vol. 680
들어가며 – 2024.1.6.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 제정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추심·조정(調停)에 필요한 채권금융회사 등의 준수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개인금융채무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 해 마련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 률」이 지난 1.16. 제정되어, 오는 10.17. 시행될 예정이다. 본 글에서는 위 제정법률의 제정이 추진된 배경과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입법적 평가와 함께 향후 보완이 필요한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 제정 추진의 배경 가. 채무조정제도의 개선 논의 1998년 IMF 외환위기 및 2002년 신용카드 대란을 겪으면서 채무 불이행자가 급증하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신용 저하가 사회적 문제 로 대두하였다. 이에 정부는 2002년 10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신용 회복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채무조정제도를 제도화하였다. ‘연체 전 채무조정, 채무조정교섭업’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01. 02.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 제정법률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Attention 법으로 본 세상 22 주목 이 법률
금융위원회는 입법예고 이후 2021.2. 온라인 공청회 를 개최, 4 2021.6.24.부터 법제처 심사가 시작되었으나 2022년 법안을 자진 철회하고, 5 2022.3. 「대부업법」을 개정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채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 제정법률(안) 을 입법예고 하였다.6 입법예고 후 금융위원회는 정부발의 방식으로 2022.12. 개인채무자보호법안을 발의하였고, 법안은 박 홍근 의원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과 함께 2023.2. 정무위원회에 상정되어 법안심사제1소 위로 회부되었다. 이후 2023.11. 김종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인금융 채무자보호법」(안)과 함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심 사하여 각 법률안의 내용을 통합·조정한 정무위원회의 대안을 제안하는 것으로 의결되었고, 2023.12.20. 본회의 에서 그 대안이 가결되어 2024.1.16. 공포되었으며, 9개월 후인 2024.10.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의 주요 제정 내용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은 총 6장, 52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적 채무조정 제도화, ▵연체에 따 른 과다한 이자 부담 완화, ▵불리한 추심 관행 개선 등 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금융기관의 자율 협약을 바탕으 로 설립된 비영리사단법인이었으나, 2016년 채무조정제 도의 공공성과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서민의 금융생 활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법정 기구로 재출범 하였다. 그러나 채무조정이 법적 근거를 가지고 제도화되었 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조정은 금융회사의 시혜적인 성격 을 가지고 있었으며, 개인금융채무자의 권리 등은 미흡 한,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금융위원회는 개인연체채권의 관리체계를 개선하 여, 개인금융채무자와 금융기관 간 공정한 원칙을 정립하 고자 2019년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T/F”를 운용 하였다. 당시 TF의 목적은 개인금융채무자와 금융회사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써 규 정화하는 이른바 「소비자신용법」 제정을 목표로 하였다. 1 TF를 통해 논의된 주요 내용은 개인금융채무자와 금 융기관 간 사적 채무조정을 활성화하는 방안, 개인금융채 무자의 과도한 연체 및 추심부담 완화, 금융기관의 채무 자 보호 책임 강화 등이었다. 나. 법 제정 과정 금융위원회는 약 1년간의 TF를 운영한 결과물로 2020년 9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 한 법률」을 「소비자신용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는 전부개 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하였다.2 당시 입법예고 된 소비자 신용법안은 다음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3 ● 개인채무자와 채권금융기관 간 사적 채무조정 활성 화 : 채무조정요청권 및 채무조정교섭업 도입 등 ● 개인채무자의 과도한 연체 및 추심부담 완화 : 연체 채무부담 범위 한정, 추심총량제한, 연락제한 요청권 및 법정 손해배상 도입 등 ● 채권금융기관의 채무자보호책임 강화 : 수탁매입추 심업자가 법 위반 시 원채권금융기관도 추심업자와 함께 법적책임 부담 03. 1 금 융위원회 보도자료, “「소비자신용법」 제정을 추진하겠습니다. - 개인 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T/F 구성 및 운영 -”, 2019.10.8. 2 금 융위원회 공고 제2020-353호,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 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2020.9.21. 3 금 융위원회의 「소비자신용법」 제정안 발표 이전에도 2016년 12월 제윤 경 의원의 대표발의로 ‘소비자신용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고, 동 법안은 신용사업자·신용소비자의 새로운 권리·의무 관계를 확립하여 가 계부채 개선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건전성 강화를 목적으로 하였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4 금 융위원회 보도자료, “『「소비자신용에 관한 법률안」 온라인공청회』 개 최”, 2020.12.14. 5 자 진철회안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6 금 융위원회 공고 제2022-106호,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채무자 보 호에 관한 법률」 제정법률(안) 입법예고, 2022.3.8. 23 2024. 02. February Vol. 680
권추심 내부기준 및 이용자 보호기준 등을 수립하도록 하였다. ● 채무조정제도의 개선 : 개인금융채무자의 권리 를 강화하고, 개인금융채무자와 채권금융회사 등 간의 사적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선 개인금융채무 자의 채무조정요청권을 법정화하였으며, 채권금융회사 등의 채무조정 내부기준 수립을 의무화하였다. 이에 따라 오는 2024.10.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 이 시행되면, 개인금융채무에 대한 관리가 옆 장의 <도 표>와 같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 가. 평가 – 개인금융채권 연체 후 전과정 규율해 진일보 이번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에는 2020년 금융위 원회가 입법예고한 「소비자신용법」에서 규정하고 있었던 연체 전 채무조정제도, 채무조정교섭업 등이 제외되었는 데, 이는 기존의 논의에서 일부 후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제정법은 “연체-추심-소멸” 등 개인금융 채권의 연체 이후 전(全) 과정에 걸쳐 규율하고 있다는 점 에서 진일보한 법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채권금융회사의 관행을 개인금융채무자의 권익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있어, 동법이 시행되 면 채무자 보호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 상된다. 특히 가장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연체 된 원금에 대해서만 연체이자를 부과토록 한 연체이자 부 과방식의 변화이다. 이로 인해 개인금융채무자의 연체 이 후 증가하는 부담이 현저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채무조정요청권의 도입으로 채권금융회사의 입 장에서도 배임으로 판단될 위험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 적용범위 : 기본적으로 개인금융채무자와 채권 금융회사 등 간에 발생한 모든 개인금융채권에 대해서 동법이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나, 개인금융채권의 범위 및 성질에 따라서 일부 규정은 적용이 제외된다. 예를 들어, 유치권, 질권 및 저당권 등 제3자의 권리가 연계 되어 있는 개인금융채권에 대해서는 기한이익 상실, 양 도제한 등에 관한 규정이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 개인금융채권의 연체관리 : 그동안 표준약관 등 을 통해서 관리되고 있었던 기한이익 상실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서 채권금융회사 등의 구체적인 의무를 규정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연체이자의 제한이라 할 수 있다. 기한이익이 상실되면 원금 전부에 대해서 연체이 자를 부과하는 기존의 관행을 개선하여, 아래 예시와 같이 연체된 원금에 대해서만 연체이자를 부과하도록 규정하였다. <예시> 대출원금(잔액) 100 = 상환기일이 도래한 원금 10 + 도래하지 않은 원금 90 (현행) 100 × (약정이자 + 연체가산이자) 부과 (개선) [10 × (약정이자 + 연체가산이자)] + [90 × (약정이자)] 부과 ● 채권금융회사 등의 관리책임 : 기존에 관행적으 로 채권을 양도하거나 추심을 위임하던 관행을 개선하 기 위해서 개정법에서는 채권금융회사 등의 채권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그 수단으로 채권양도 내부기준 및 채권추심 내부기준을 수립하도록 하여 양수인 및 채권 추심자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도록 관리책임을 부여하 고 있다. ● 추심관행의 개선 :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규율되던 채권추심에 관한 특별법적 규정 을 제정함으로써 채권추심자의 채권추심행위에 대한 제한 및 절차를 강화하였고, 채권추심회사로 하여금 채 04. 법으로 본 세상 24 주목 이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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