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교류가 일어나는 통로를 말한다. 자아의 진짜 모습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바운더리 라는 형태로 그 실체를 드러낸다.” (11쪽) 저자는 ‘바운더리(boundary)’라는 개념을 통해 인 간관계의 문제와 해법에 접근한다. 바운더리는 “인간관 계에서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게 하는 자아의 경계 이자, 관계의 교류가 일어나는 통로”다. 바운더리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나’와 ‘나 아닌 것’ 을 혼동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자기를 보호하지 못하거 나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잉보호하는 등 상호교류 에서 어려움”(11쪽)을 보인다. 그러므로 바운더리는 “자 신을 보호할 만큼 충분히 튼튼하되, 동시에 다른 사람들 과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이어야 한 다”(65쪽). 이를 바탕으로 그는 바운더리가 왜 문제인지, 일그 러진 관계의 틀을 실제 사례를 들어 이해하도록 하며, 애착 손상으로 일그러진 바운더리의 4가지 유형(순응 형, 돌봄형, 방어형, 지배형)과 행복한 관계의 5가지 조건 (관계조절력, 상호존중감,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 갈등회 복력, 솔직한 자기표현)을 제시한다. “우리가 누군가와 친밀하다는 것은 갈등과 좌절이 전 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갈등과 좌절을 풀고 관계를 다시 회복했다는 것이다. 모든 친밀함은 고통을 동반한다. 다만 그 고통을 해소 하여 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중요 한 것은 상처를 주고받지 않으려는 것보다 관계의 상처 를 잘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92쪽) 공감을 통한 정서적 연결, ‘건강한 바운더리’를 형성한다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83쪽)으 로 ‘공감’을 꼽는다. 공감을 통한 정서적 연결감이 건강 한 자아를 발달시키고 보호와 교류가 잘 기능하는 건강 한 바운더리를 형성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반복적인 공 감의 실패는 애착 손상과 자아 발달의 왜곡으로 이어지 고 성인이 되어서도 인간관계 교류방식에 왜곡이 발생한 다고 한다. 그는 해결 방안으로 ‘회복’과 ‘복구’라는 단어를 꺼 낸다. 애착 손상은 ‘회복’하는 것, ‘복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누군가와 친밀하다는 것은 갈등과 좌절이 전혀 없 었다는 것이 아니라 갈등과 좌절을 풀고 관계를 다시 회 복했다는 것”이라며 위로와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모든 친밀함은 고통을 동반한다’라는 그의 언어가 관계 의 상비약으로 가슴속에 스며든다. 문요한의 『관계를 읽는 시간』은 내 맘 같지 않은 관 계의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건강한 거리’를 되찾아 갈 수 있도록 돕는 ‘변화’의 심리학이다. 저자는 좋은 관 계를 “따로 또 같이(alone together)”(211쪽)라고 표현한 다. ‘같이’의 핵심은 내적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고, 똑같 은 경험을 하지 않아도 관심을 두고 물어봐 주고 알아 주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역기능적 관계 양상을 보이 며 서로를 향한 마음과 표현이 어긋난다. 누군가와 불편 해지는 건 너무 싫어(순응형), 네가 기뻐야 나도 기뻐(돌 봄형), 나한테 신경 좀 쓰지 마(방어형),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지배형)이 충돌하며 내적 경험을 공유하지 못하 고 관계의 작은 손상에도 고통을 느낀다. 이로써 고통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원화하여 인간은 끊임없이 성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관계를 읽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이 관계의 자기결 정권을 되찾고 나답게 살아가는 변화의 첫걸음을 내디 뎌 볼 수 있기를 바란다. WRITER 김민숙 인문학 작가 75 2024. 02. February Vol.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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