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핸드폰, 컴퓨터 등 하나 이상의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디지털 속 세상이 실제보다 더 거대한 세계를 이루고 있는 시대, 이제는 디지털 상의 기록이나 흔적이 나 자신의 존재 와 일상의 삶을 증명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에 최근에는 민·형사 사건을 막론하고 디지털 기록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 그러한 디지털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훼손된 자 료를 복원하는 등의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기술 역시 그 중요성과 비중이 커지고 있다. 경이로웠던 ‘디지털 포렌식’ 수사의 세계 한준 법무사(52·서울중앙회)는 검찰청에서 오랫동안 디지털 포렌식 전문 수사관으로 활동했던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포렌식’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2006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에 근무하며 포렌식 수사에 눈을 떴고, 이후 오로지 ‘디지털 포렌식’ 한 분야에만 천착 해 고도의 전문성을 쌓은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2022년 10월, 검찰을 퇴직하고 이듬해인 2023년 10월, 법무사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촉망 받던 전문 수사관이 정년도 한참 남겨두고, 왜 검찰을 나와 법무사가 되었을까. 오늘도 그것이 궁금해 필자는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때는 바야흐로 춘삼월, 훈기보다는 꽃샘추위가 한창이던 3.14.(목) 오후 2:00, 만남의 장소는 서울 서초동 한준 법무 사 사무소. “제가 디지털 포렌식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6년 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로 발령을 받아 가면서부 터였어요. 당시만 해도 통상적으로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 은 삭제만 하면 영원히 사라지는 것으로 알던 시대였는데, 거긴 다른 세상이더군요. 첨단범죄수사부에서는 피의자 조사를 할 때, ‘포렌식 프로그램’으로 피의자 컴퓨터에서 삭제된 파일들을 복구 해 증거로 제시하더라고요. 끝까지 잡아떼며 혐의를 부인 하던 피의자들도 그걸 보고는 아무 말도 못하고, 혐의에 대 해 진술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목구비의 선이 뚜렷한 얼굴이 인상적인 한 법무사 는 수사관 출신이라는 선입견이 무색하게도 아주 친절하 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그가 포렌식 분야에 입문한 계기 를 듣고 있자니, 사람의 운명이란 것이 때로는 생각지 않은 우연에 의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음을 새삼 실감했다. 첨단범죄수사부에서 ‘디지털 포렌식’이라는 경이로운 첨단과학수사 기법을 접했던 그는, 이후로도 디지털 포렌 식 수사의 놀라운 힘을 계속 경험했다고 한다. “2008년경인가, 제주도에서 뇌물사건이 발생했습니 다. 제주도 재해영향평가 심의위원인 모 대학교수가 골프 장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거짓 환경영향평가서를 작 성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죠. 수사관들은 골프장을 압수수 색해 컴퓨터 포렌식을 실시했는데, 거기서 골프장 직인이 미리 찍힌 채 전송된 환경영향평가서 파일들이 복구된 겁 니다. 환경영향평가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증 명하는 증거들이었죠.” 한 법무사는 이런 사건들을 겪으며 ‘디지털 포렌식’의 중요성을 체감했고,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면 검찰 조 “디지털 포렌식, 나만의 무기로 성공하고 싶습니다.” 49 2024. 04. April Vol. 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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