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4월호

-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삶에서 배우는 역사와 해방의 의미 정지아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자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평생을 정색하고 살아온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진 지 일색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7쪽) 정지아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아버 지가 죽었다”라는 첫 문장으로 긴 서사의 문을 연 다. ‘아버지’를 바라보는 ‘나’(딸)의 시선이다. 여느 소설과 달리 결말에 등장할 법한 아버지 의 죽음을 만우절 유머 정도의 가벼움으로 툭 던진 다. 그러고는 이내 “유머는 우리 집안의 금기였다.”(7 쪽)라는 반전의 언어로 무게중심을 잡는다. 시대를 불문하고 아버지라는 존재는 가볍지 않 다. 태아에서부터 내적 친밀감을 만들어 온 어머니 와 달리 아버지는 어느 정도의 무게와 거리가 있다. 그런 ‘아버지’가 시트콤처럼 유머러스하게 죽음을 맞 는 전개로 말머리를 이끌며 호기심을 불러온다. 자신을 비롯해 가족과 시대의 짐을 짊어지고 살다 간 아버지에게 ‘해방’은 어떤 의미일까. 죽음으 로 고통을 내려놓고 삶으로부터 해방된 것일까. 현 대사의 비극이었던 해방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일까.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죽음과 삶의 의미 ‘빨치산’의 딸로 살아온 소설가 정지아가 써 내 려간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흐르지 않는 시간 속 에서 살다 간 아버지의 박제된 세월을 수많은 관계 의 에피소드로 풀어내며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알 아간다. 소설가 정지아는 1965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 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 고, 모교에 전공전담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1990년 에 부모님의 삶을 옮긴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로 데뷔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76 슬기로운 문화생활 명문장으로 읽는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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