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233-4688 월간 법무사 생활법률전문가 127년 2024. 05 vol. 683
발행인 이남철 편집인 박철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상수·강성구·강신기·권중화·김정준·김정호·박성익 박윤숙·윤정진·윤평식·이경록·장태헌·정진홍·최상익 편집장 임정와 편집간사 김승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4년 5월 5일 통권 제683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일러스트 조옥경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5월 복사기 소송서류와 씨름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법무사에게 고성능의 복사기는 필수품이자 애용품 법 무 사 와 애 장 품
08 열혈 법무사의 민생사건부 _ 한 사회 초년생의 사해행위취소 소송 대응 및 한정승인 사건(2023. 수원지방법원) 14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_ 월 스트리트의 탐욕이 만든 인재 (人災), 「버니 메이도프 : 월가의 괴물」 20 주목 이 법률 _ 「 디지털포용법」 제정안에 대한 검 토와 입법 과제 24 법률고민 상담소 _ 상 업등기, 민사, 등기(입목등기) 분야 28 새로 시행되는 법령 _ 「 사료관리법」 일부개정 (2024.4.25. 시행) 등 30 요즘 화제의 판결 _ 【대법원 2023도11418】 업무상과 실치상 및 「의료법」 위반 등 91 내가 만난 법무사 _ 신정순 법무사(서울동부회) 32 이슈와 쟁점 _ 전세사기 양산하는 부동산담보신 탁 제도의 문제와 개선 입법 방안 _ 상속법상 ‘특별수익’에 관한 입법론 적 검토 – 특별수익과 기여분, 그리 고 유류분제도 _ 임신 32주 전 태아성별고지 제한 (「의료법」 제20조제2항) 위헌 결정 의 쟁점과 의미 48 발언과 제언 _ 제 23대 협회장선거 후보자 선택을 위한 제언 50 뉴스 투데이 _ 제 23대 협회장선거 후보자 등록 및 후보자 토론회 개최 _ 헌 법재판소, 현행 유류분제도 위헌 결정, 「채무자회생법 시행령」 개정 안 입법예고 등 52 법무사가 사는 법 _ 한 때는 만화가를 꿈꾸었던, 여봉구 법무사 Contents 월간 법무사 생활법률전문가 127년 법으로 본 세상 법무사 시시각각 14
56 맞춤형 최신 대법원 판례요약 _ 2 024.2.8.선고 2021다206356 판결 등 60 최신 규칙·예규·선례 _ 부 동산 등기선례 (2023.10.1.~2024.3.31.) 등 64 나의 사건 수임기 _ 소 규모 주택정비사업 요건에 해당 되지 않는 예외 사안에서의 집단등 기 처리과정 06 미경유람 _ 2019 대구 두류공원 풍등축제 70 오뚝이 멘탈 관리법 _ 힘 든 상황을 극복하는 내적인 힘 – 자기인식과 자기조절 근력 74 율사삼인지언문 _ 법 무사의 시네리뷰 ② - 노먼 주이슨, 「허리케인 카터」 76 문화路, 쉼표 _ (수상) 길고양이와 보낸 한철 78 명문장으로 읽는 책 한 권 _ “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는 말라.”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80 음악이 들리는 그림이야기 _ 르 누아르 「피아노 치는 소녀들」 (1892) &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K. 545」 82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소식 86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90 편집위원회 레터 _ 솔로몬과 소크라테스 현장활용 실무지식 슬기로운 문화생활 동정·등록 80 52 05 Vol. 683 2024. 05. May
06 미경유람 슬기로운 문화생활
美 景 遊 覽 05 2 0 1 9 대 구 두 류 공 원 풍 등 축 제 07 2024. 05. May Vol. 683
“신용불량자 아버지의 채무로 할머니 집이 가처분되었어요.” 법무사 사무소의 주 고객층은 아무래도 나이대가 조금 높은 편이다. 사회생 활의 연륜이 어느 정도 쌓여 있어야 법적인 문제도 생기고 하는 법이니까. 그래 서인지 가끔 맞이하게 되는 젊은 고객들의 사건은 유독 기억에 많이 남게 된다. 지난 2023년 6월경, “할머니의 집이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이 되었는데, 아무래도 아버지의 채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며 SNS로 상담을 요청해온 고 객이 있었다. 사회 초년생 K 씨였다. 할머니 집의 가처분이 아버지의 채무로 인한 것이라면, 개인회생이나 파 산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므로 현재 아버지의 소득 상황을 체크해야 했다. “아, 아버지는 몸이 불편하셔서 고정적인 일은 못 하고 계세요. 현재 장애 등급도 있으시고요. 예전에 있던 채무를 제대로 정리 못 하신 것은 알고 있었 는데, 벌써 20년도 넘은 일이라 지금까지 그 빚이 살아서 문제가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K 씨는 아버지가 몸도 불편한데 빚까지 있으니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계 속 신용불량자로 살았다고 했다. “그렇군요. 아버지 채무가 원인이라면 할머니 사건도 물론 잘 처리해야겠 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면 아버지 채무에 대한 조치도 해야겠네요.” 나는 K 씨에게 사건에 대한 자료를 챙겨서 사무실을 한 번 방문해 달라고 했다. ‘채무 연좌제’ 끊어내고 K 씨, 이제는 행복합시다! 한 사회 초년생의 사해행위취소소송 대응 및 한정승인 사건 (2023. 수원지방법원) 08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그런데 법무사님, 제가 요즘 월차 내기가 어려워 평 일 상담은 정말 어려운데, 혹시 주말 상담이 가능할까요?” 바쁜 직장인들 중에는 꼭 주말 상담을 해야 한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막상 상담약속을 잡고 사무실을 나 오면 바로 상담을 취소하거나, 아예 노쇼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아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마침 그 주 일요일에는 할 일이 있어 사무실 에 나갈 예정이기도 해서 흔쾌히 주말상담을 해주겠다 고 했다. 대신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채권자의 사해행위 취소소송으로 떠오른, 아버지의 20년 전 채무 며칠 후 일요일. K 씨가 약속한 시간에 딱 맞추어 사 무실을 방문했다. 법원에서 온 소장 등도 잘 챙겨왔다. 아직 법원 서류를 들고 다니며 법무사 사무소를 왔다 갔 다 하기는 어려 보이는 K 씨를 보니 동생 같은 마음도 들 었다. 사건을 잘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지고 온 서 K 씨의 아버지는 2002년경 받은 저축은행 소액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2015년 이 부실채권을 양도받은 원고가 양수금청구소송을 제기해 공시송달로 확정되었다. 2020년 2월, 할아버지가 작고하며 남긴 집을 할머니가 갖는 것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이루어졌고, 채권자는 2/9만큼의 아버지 지분에 대해 이전등기 말소를 하라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을 냈다. 09 2024. 05. May Vol. 683
채권은 채권양도가 되었고, 채권을 양도받은 대부업체는 K 씨의 아버지에게 2015년 양수금청구소송을 했고, 공 시송달로 사건은 확정되었다. 이후 5년의 세월이 흘러 2020년 2월, K 씨의 할아버 지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남긴 작은 집을 할머니가 갖는 것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이루어졌다. 당시 상속 인은 할아버지 기준으로 배우자와 자녀 3명. 따라서 K 씨 의 아버지가 상속받은 법정상속지분은 2/9가 된다. 이것이 원고인 대부업체가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 기한 이유가 되었다. K 씨의 아버지가 상속재산분할협의 를 한 것은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해행위를 취소 하고 2/9만큼의 지분에 대해 이전등기 말소를 하라는 것 이다. 만약 소송이 받아들여진다면, 할머니가 소유하고 있는 집의 아버지 지분 2/9는 협의상속으로 인한 이전 등기 부분이 취소되어 돌아가신 할아버지 소유로 원상 회복될 것이고, 그러면 채권자인 대부업체는 K 씨 아버 지 명의로 대위상속등기 후 경매절차에 들어가거나, 경 매 대신 현금을 상환하라고 채무자인 의뢰인의 아버지 를 압박할 것이 뻔했다. 무슨 목적이든 원고의 소송은 일리가 있었다. 채무 가 많은 상속인은 절대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해서는 안 되고, 법원에 직접 상속포기를 청구하여 상속포기 결 정을 받아야 한다. 우리 대법원의 판례가 일관적으로 상 속포기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지만, 상속재산분할협 의는 사해행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K 씨의 사건을 검토하면서 그의 아버지가 상속포기 를 하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쉬웠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3년 전 벌이진 일을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수습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할 터. 21년 전인 2002년, 대출받은 돈 으로 2023년 소송이 들어온 것이니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은 “소멸시효” 완성 여부 검토였다. 채무자 당사자와 가족들이 빚이 없어졌다고 믿고 살 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이제 와서 법적으로 채무 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인지 법무사인 나도 궁금했고, 소멸 시효 완성으로 이 청구를 방어할 수 있는지 도전의식이 솟았다. 이 일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아직 어린 K 씨가 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건에 관한 당사자가 여럿이 다 보니 흐름부터 잘 파악해야 했다.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K 씨의 말대로 할 머니의 집이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이 되어 있었고, 그 외에 할머니 앞으로 ‘사해행위 취소’ 소장이 송달되어 있 었다. 소장 송달을 받고도 두 달 동안 답변서를 내지 않 아 무변론 판결 선고일이 잡힌 상태였다. 할머니는 아직 어린 손녀딸이 걱정할까 봐 그동안 법원에서 온 서류들을 갖고만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무 변론 판결 선고일 송달을 받고서야 어쩔 수 없이 손녀딸 에게 사실을 알렸다. 영민한 K 씨는 사건해결이 급선무라 고 생각해 급히 나와 상담을 했고, 직장인에게는 꿀 같은 일요일 휴일을 반납하고 나의 사무실을 방문한 것이다. 무변론 판결이 잡힌 경우는 빨리 간단한 답변서라 도 제출해 판결이 확정되는 것부터 막아놓고 준비서면 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마음이 바빠졌다. 소장을 검토해 보니 K 씨의 아버지는 2002년경 저 축은행에서 소액대출을 받은 후 상환하지 못했다. 부실 10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모든 빚을 떠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잘 해보 고 싶어졌다. 나는 K 씨에게 아버지 앞으로 2015년 공시송달 된 소장(양수금사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사해행 위취소 사건에 답변서를 냄과 동시에 양수금사건에 대 한 추후보완항소도 함께 진행하자고 했다. 소멸시효 완성 등 3가지 쟁점의 준비서면 제출, 그리고 추후보완 항소 K 씨의 의뢰로 추후보완항소장과 답변서를 제출했 다. 일단 급한 불은 껐으니, 이제는 진짜 채무를 소멸시 키기 위한 본격적인 서면 작성에 돌입해야 할 때. 나는 ①소멸시효완성, ②적법한 채권양도통지 없음, ③전득자 의 사해의사 없음의 3가지를 쟁점으로 하여 서면을 작 성키로 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이란 「민법」 제406조에 규정된 채권자취소권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소송이다. 채무자 가 재산보다 채무가 많은 경우, 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 고도 자기 재산이 줄어드는 법률행위(매매, 증여, 상속재 산분할협의 등)를 하면, 채권자는 그 행위를 취소하고 원 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단, 채무자의 재산이 줄어드는 만큼 이익을 받은 사 람(또는 전득자)이 이 행위가 채권자의 이익을 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K 씨 사건에 대입해 보면, 채무자는 아버지, 이익을 받는 사람(전득자)은 할머니가 된다. 따라서 채권자가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취소시키려 면, 할머니가 이 상속재산분할협의로 인하여 아들의 채 권자가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나는 개인회생·파산 사건을 진행할 때의 노하우를 발휘해 채무자(K 씨의 아버지)의 신용정보 조회결과를 발급받아 오도록 했다. 다행히 신용정보조회 결과 아무 런 채권도 발견되지 않았다. 제3자인 할머니 입장에서 는 같이 사는 아들에게 십수 년간 채권자의 채무 독촉 등이 없었다면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아들의 채권자를 해하는 것임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원고가 제출한 증거서면 중 채권양수도 계약서와 채권양도통지서를 검토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 이 발견되었다. 채권양수도 계약은 2011년 이루어진 것 이 맞으나, 어떤 채권이 양도되는 것인지 채권을 특정한 상세한 채권리스트가 나와 있지는 않았다. 또, 채권양도통지서는 2022년에 보낸 것이 증거로 제출되었는데, 그나마도 포토샵으로 위조한 티가 역력 했다. 대표이사 이름도 틀렸고, 채권양도 통지는 본디 양 도인이 해야 하는 것으로, 양수인이 하는 경우는 필히 양 도인의 위임을 받아야 하지만 그 위임사실도 확인할 수 없었다. 전반적으로 매우 부적법한 채권양도통지였다. 한편, 대출은 2002년 받아 2003년부터 채무불이 행을 한 것이므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이 를 주장키로 했다. 채권이 소멸시효 완성되거나 또는 채 권양도통지가 적법하지 않아 그 대항력이 인정되지 않으 면, 사해행위의 근거가 되는 피보전채권이 인정되지 않 을 것이므로, 할머니에게 제기된 사해행위 취소 소송은 부적법하여 기각될 것이다. 법률적으로만 따지면 완전히 승소할 수 있었지만, 부동산가처분과 추후보완항소 등 해결할 일이 많아 K 씨는 조정을 받아들여 서로의 사건을 취하하고, 3회 분할로 1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소멸시효가 끝난 채권을 100만 원이나 주는 것이 아까웠지만,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K 씨의 마음도 이해되었다. 결국 조정성립으로 4개월에 걸친 사해행위취소 소송은 일단락되었다. 11 2024. 05. May Vol. 683
판사님은 K 씨에게 소송대리 허가가 없어 진술은 할 수 없으니, 사건 진행에 대해 할머니께 전달하라면서, 다음에는 꼭 소송대리 허가를 받고 출석하라는 말을 잊 지 않았다. 내가 동석하지 않았으면 K 씨 혼자서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어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미 안했다. 그 외에 법정에서 특별한 이슈는 없었다. 추후 원고 가 한 번 더 서면을 보내왔으나, 내가 반박한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재반박 없이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되풀이하는 서면이었다. 변론기일이 1번 더 잡혔고, 이번에는 K 씨가 소송대 리 허가를 받고 출석했다. K 씨는 판사님이 다음에 조정 을 하라고 권하더라며 내게 어찌하면 좋을지 자문을 구 했다. 법률적으로만 따지면 우리가 완전히 승소할 수 있 는 사건이라 자신감은 있었지만, 부동산가처분도 풀어 야 하고 추후보완항소를 해 둔 양수금사건도 있는 등 해 결할 일이 많아 나는 조정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할머니·아버지가 법정에 출석하기는 어 려우니 K 씨가 계속 법원에 다녀야 할 텐데, 그 시간도 어찌 보면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므로 좀 아까워도 돈을 조금 주고 조정하는 방향으로 해보시라고. 대신 50만 원 이상은 주지 말라는 단서와 함께. 준비서면에 반박하지 못한 원고, 결국 조정으로 합의 준비서면을 제출한 후 드디어 변론기일이 잡혔다. 원고는 내가 제출한 준비서면에 대해 반박하지 못했다. 관할 법원은 수원지방법원. 피고인 할머니가 법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손녀딸인 K 씨가 대신 출석했다. 나는 왠지 K 씨 혼자 법원에 보내는 것이 염려되어 함께 동석하기로 하고, 법원에서 의뢰인을 만나 함께 법 정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놓친 것이 있었다. 소액사 건이어서 할머니와의 가족관계 증빙(가족관계증명서, 등본 제출)만 하면 K 씨의 대리 출석1 이 될 것이라 생각 했는데, 이번 사건은 소가는 작지만 금전소송이 아니기 때문에 「소액사건심판법」의 대상2 이 되지 않았다. 소송 대리 허가를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얼마 후 아버지의 다른 채권자가 또 독촉장을 보내왔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나는 K 씨에게 아버지를 설득해 파산 서류를 준비하고 얼른 방문하라고 일렀다. 그러던 중 K 씨에게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왔다. 통화는 자연스럽게 상속 한정승인 사건 접수에 관한 상담으로 이어졌다. 1 「 소액사건심판법」 제8조(소송대리에 관한 특칙) 당사자의 배우자, 직 계혈족, 형제자매는 법원의 허가 없이 대리인이 될 수 있다. 가족관계 를 증빙할 서류를 지참하여 법원에 방문하면 된다. 2 「 소액사건심판규칙」 제1조의2(소액사건의 범위) 법 제2조제1항에 따 른 소액사건은 제소한 때의 소송목적의 값이 3,000만 원을 초과하 지 아니하는 금전 기타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 을 목적으로 하는 제1심의 민사사건으로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에 해 당하는 사건은 이를 제외한다. 1. 소의 변경으로 본문의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게 된 사건 2 . 당사자참가, 중간확인의 소 또는 반소의 제기 및 변론의 병합으로 인하여 본문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과 병합심리하게 된 사건 12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조정을 받아들여 조정기일에 참석했던 K 씨가 일을 마치고 사무소로 전화했다. 3회 분할로 100만 원을 주기 로 했고, 대신 서로의 사건을 모두 취하키로 했단다. 채 권자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취소하고, 우리 측은 추후보완항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이미 소멸시효 다 끝난 채권을 100만 원이나 주는 것이 너무 아까웠지만, 빨리 사건을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K 씨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결국 2023년 10월, 조정성립으로 4개월에 걸친 사해행위취소 소송은 일단락되었다. 아버지의 새로운 채무 발견, 그리고 뜻밖의 부고 그러나 K 씨와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 마 후 아버지의 다른 채권자가 또 독촉장을 보내왔다며 상담을 요청해온 것이다. 채권자는 “○○대부”였다. 아마 2002년 당시 갚지 않은 채무가 양도, 재양도 되면서 알 수 없는 대부회사로 채권이 계속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럴 때는 파산신청을 해야 한다. 개인회생은 목록 에 적지 않은 채권자에게는 면책 효력을 주장할 수 없으 나, 파산은 악의로 기재하지 않은 채권 외에는 면책 효력 이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K 씨에게 아버지를 설득해 파산 서류를 준비 하고 얼른 방문하라고 일렀다. 하지만 K 씨는 한 번씩 채 권자가 독촉을 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하냐는 상담만 할 뿐, 적극적으로 파산 준비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 무래도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딸에게 또다시 부담을 주 는 것 같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K 씨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였다. 2023년 12월이었다. 한 번도 얼굴을 뵌 적은 없지만, 그 인생의 처연함이 밀려 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분의 채무관계나 그 딸인 K 씨가 그간 고생한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통화는 자연스럽 게 상속 한정승인 사건 접수에 관한 상담으로 이어졌다. K 씨에 따르면, 사해행위 사건이 정리된 후에도 대 부업체로부터 2건의 큰 금액에 대한 독촉이 이어졌다고 한다. 동사무소에 사망신고를 할 때 안심상속 원스톱 서 비스를 신청해 아버지의 채무를 찾아보았더니 캠코(한 국자산관리공사)에도 채무기록이 있었다. 채무자 본인이 살아있다면 소멸시효 완성 여부가 중요하지만, 한정승인의 경우는 상속받은 재산이 없다 면 채무상환책임도 없다. 따라서 남아있는 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멸시효 완성을 따지는 것보다 채권 을 누락시키지 않고 최대한 찾아내 채무자가 사망했다 는 사실과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상 속된 재산이 없으므로 상환할 돈이 없다는 사실을 명백 히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정승인, 채무의 연좌제 끊는 일 상속재산 7만 원, 상속채무 7,000만 원. K 씨의 아 버지가 남긴 상속재산 목록이다. 돈으로 인생의 성적을 매길 수는 없겠지만, 재산과 채무를 한 사람이 사망 후 남긴 인생의 흔적으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장례비조차 남기지 못한 고인의 한정승인 절차를 진행하면서 마음 한구석에서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분의 마지막이 너 무 쓸쓸하지는 않았기를…. 잔고로 한 사람의 인생을 감히 예단할 수는 없겠지 만, 경제적으로 곤궁할수록 사회적으로도 고립되는 것 이 현실이다. 나는 한정승인을 남겨진 상속인들이 망자 의 채무를 잘 정리하고 수습하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 도록 돕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채무의 연좌제를 끊는 일’이라고나 할까. 아버지의 채무 때문에 1년여의 시간을(어쩌면 훨씬 더 오래) 속상해하고 애를 끓였을 K 씨가 이제는 부디 자 신의 삶에 집중하며 항상 행복하고 즐겁기를 소망한다. WRITER 김선미 법무사(경기중앙회) 13 2024. 05. May Vol. 683
월가의 거물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사기꾼이 되었나? 월 스트리트의 탐욕이 만든 인재(人災), 「버니 메이도프 : 월가의 괴물」 버니 메이도프 : 월가의 괴물(2023) (Madoff: The Monster of Wall Street, 2023) 정보 : 미국 / 다큐멘터리 / 4부작 / 범죄 제작 : 조 벌린저 월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를 저지른 금융전문가 버니 메이도프의 흥망성쇠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역임하고, 유대계 대학의 이사장을 역임한 금융계의 거물이었던 메이도프가 왜 월가의 괴물이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 Netflix 제공 법으로 본 세상 14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월 스트리트에서 이 사람 빼면 남는 게 뭐가 있을까요? 바로 ‘버니 메이도프’라는 지상 최대의 금융 사기꾼 얘깁니다. 원래는 세계 최고의 사업가였죠. 사업가와 사기꾼은 뒤에 두 자가 다를 뿐 같은 ‘사’짜 직업입니다. 성공하면 사업가, 실패 하면 사기꾼이 되는 거죠. 그래서 투자를 할 때는 이 사람이 성공할 사업가인지, 실패할 사기꾼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버니 메이도프는 1938년생으로 나스닥 위원장까지 역 임한 바 있는, 사기꾼으로서는 거물 중에 거물이었습니다. 사 기금액의 규모 면에서도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자그마치 640억 달러 규모의 사기를 쳤으니까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가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 190억 달러를 실제로는 단 한 푼도 투자에 사용하지 않았다 는 사실입니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일이죠. 넷플릭스 4부 작 다큐멘터리 「버니 메이도프 : 월가의 괴물」은 이러한 사기 극의 실체를 정밀하게 파헤친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 한 편으로 모든 사기꾼을 걸러낼 수는 없겠지 만, 최소한 사기의 정석을 파악할 수 있는 혜안은 길러질 것입 니다. 원금 보전하며 해마다 20% 수익률 보장, “내게 전 재산을 맡기세요.” 메이도프는 1980년대 후반부터 사기행각을 벌이기 시작 했는데,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2008년 금융위기 때가 되 어서야 마침내 꼬리가 잡혀 FBI에 체포되었습니다. 그때까지 그가 투자금으로 유치한 금액은 모두 190억 달러이지만, 공 식적으로는 640억 달러로 추산되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답은 그가 보장한 수익률에 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 주 로 유대인 아니면 은퇴한 고소득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달콤 한 말로 미래를 보장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원금은 보전하면서 해마다 20%의 수익 률을 보장하겠습니다. 내게 전 재산을 맡기세요.” 보통 은행 이자는 3%, 주식투자도 평균 5% 정도의 수익 을 올리는 게 일반적인데, 20%의 수익률이라니, 이는 전설적 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신급의 수익률입니다. 하물며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도 손 해를 본 시기가 있었건만, 리스크 없는 안정적인 고수익을 보 장한다? 과연 이런 투자를 누가 마다했겠습니까. 하지만 은행도 아니면서 투자원금을 보장한다고 한다 면, 이는 무조건 사기꾼으로 의심하는 게 맞습니다. 주식, 비 트코인, 선물 옵션은 모두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위험자산입 니다. 물론 하이 리턴으로 유혹할 수는 있겠지만, 그때는 반 드시 ‘하이 리스크’에 대해서도 설명해 줘야 합니다. ‘파생상품 권유사’는 투자자들에게 파생상품을 권유하 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반드시 하이 리스크에 대한 설명을 사 전 고지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그 자체로 사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투자 시 고려 사항을 한번 알아봅시다. ▶ ‘고위험 고수익’ 투자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 ① 투자 목표 : 투자 목표와 기간에 따라 적절한 위험 수준을 결정해야 합니다. ② 분산 투자 : 모든 투자를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여 러 상품에 분산해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③ 자신의 위험감수 능력: 자신의 성격,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수준을 파악해야 합니다. ⓒ Netflix 15 2024. 05. May Vol. 683
술과 친화력을 사기술에 이용하며, “싫으면 관두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렸죠. 100만 달러짜리 고객을 거절하면, 그 고객이 5명의 새로운 100만 달러짜리 고객을 몰고 온다는 걸 사기꾼 의 본능으로 간파했던 것입니다. 그는 완벽한 사기꾼이었지 완벽한 투자자는 아니었습 니다. 190억 달러를 투자받아 사모펀드사를 운영했지만, 단 한 군데도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에게는 옵션 투자로 돈을 번다고 했지만, 그는 옵션이든 주식이든 거래 자 체를 해 본 경험이, 적어도 사기를 시작한 후에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일주일 안에 전 재산을 잃을 수도, 한강뷰 아파트를 살 수도 있는, 고위험 옵션 투자 메이도프는 자신의 회사에서 옵션투자를 한다고 했는 데, ‘옵션’이란 어떤 금융 상품일까요? 옵션은 특정 주식, 선물 옵션, 통화 등의 기초자산을 특정가격에 특정날짜까지 매수 혹은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는 금융상품입니다. 옵션 매수자는 ‘옵션 프리미엄’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고, 옵션 매도 자는 옵션 프리미엄을 받습니다. 옵션에는 콜옵션과 풋옵션, 두 종류가 있습니다. ‘콜옵 버니 메이도프는 “어떤 경우에도 원금은 보전하면서 해마다 2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말로 유대인이나 은퇴한 고소득자들을 유혹해 190억 달러를 끌어모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모펀드를 운영하며 옵션투자를 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옵션이든 주식이든 단 한 건도 거래한 적이 없습니다. ⓒ Netflix ④ 정보 수집 : 투자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 수집과 분석은 필수입니다. ⑤ 전문가 카운셀링 : 투자경험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없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위 5가지 고려사항 중에서 메이도프는 ‘분산 투자’와 ‘위 험 감수’라는 단어는 애초에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특유의 화 슬기로운 문화생활 16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션’은 기초자산을 특정가격에 특정 날짜까지 매수할 수 있는 권리, ‘풋옵션’은 매도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콜옵션은 내가 미래의 주가가 오를 거라고 판단할 때 싸게 살 수 있는 권리 를 사고, 실제 그 시점에 주가가 내가 정한 가격보다 오르면 권리를 행사해 내게 옵션을 매도한 사람으로부터 그 가격에 주식을 사면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종목 옵션이 아니라 지수 옵션을 샀고, 코스피 지수 2,750에 1만 주를 콜옵션으로 샀는데 실제 2,900이 되었다면 나에게 권리를 매도한 사람은 시장에서 2,900에 1만 주를 사서 나에게 2,750에 팔아야 하니 어마어 마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 풋옵션은 그 반대 원리입니다. 시장에서는 싸게 살 수 있는 주식을, 나는 나에게 권리를 판 사람에게 비싸게 팔 수 있는 권리가 생깁니다. 주가가 폭락하면 큰돈을 벌 수 있 는 구조죠. 이러한 옵션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레버리지 효과입니다. 옵션 매수자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손실 가능성 또한 높습 니다. 우리나라는 최대 3~4배 정도의 레버리지(증권사에 지 는 빚)를 허용하지만 미국은 50배 이상의 레버리지도 쓸 수 있습니다. 그만큼 위험한 상품입니다. 한국시장도 2023년부터는 기존의 먼슬리(monthly) 옵 션 외에 위클리(weekly) 옵션 투자도 시행했습니다. 위클리 옵션과 먼슬리 옵션은 만기에서 다릅니다. 위클리 옵션은 매 주 금요일에 만기되고, 먼슬리 옵션은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만기됩니다. 일주일마다 전 재산을 잃을 수도, 한강 뷰가 있는 아파트 를 살 수도 있으니 정말 극과 극의 운명으로 갈리는 위험한 상품이죠. 누군가가 이익을 얻을 때 반드시 그만큼의 돈을 누 군가가 잃어야 하기 때문에 완벽한 제로 섬 게임입니다. 둘째, 옵션은 투자 상품 중에서 가장 어려운 종목입니 다. 위클리 옵션의 경우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대한 스트래들 (straddle · 동일한 행사가격과 만기일을 가진 콜옵션과 풋옵 션을 동시에 매수하는 전략), 스트랭글(strangle · 동일한 만기 일을 가진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수하지만, 행사가격 은 서로 다른 경우) 등의 전략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먼슬리 옵션의 경우, 장기적인 가격 방향에 대한 ‘커버드 콜(기초자산을 보유하고 동시에 동일한 행사가격과 만기일을 가진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 ‘프로텍티브 풋(기초자산을 보유하고 동시에 동일한 행사가격과 만기일을 가진 풋옵션을 매수하는 전략)’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메이도프의 폰지 사기, 스필버그 등 유대인들이 많이 당한 이유 투자자들로부터 190억 달러를 투자 받은 메이도프가 실 제로는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았는데, 매년 보장한 수익은 어 떻게 지급했을까요? 바로 새로운 투자자들이 낸 돈으로 지급 했습니다. 이런 게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인 ‘폰지 사기’인 거죠. 그런데 어찌 보면 폰지 사기는 모든 은행들이 다 하고 있 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예금하면 그 돈을 전부 은행에 보관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급 준비율이라고 지정된 10%만 보관하 고, 나머지는 투자를 하고 있거든요. 은행이 파산해서 예금자 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한다면, 그들 역시 폰지 사기가 되는 겁니다. 다만, 그 돈이 도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해 은행은 예고하고, 메이도프는 예고하지 않았 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메이도프는 동유럽에서 건너온 유대인의 후예였습니다. 부계와 모계 모두 유대인이죠. 뉴욕은 유대인이 많아 차별이 없지만, 플로리다만 해도 유대인과 개를 출입금지하는 음식 점이 있었을 정도로 유대인 차별이 심한 곳입니다. 플로리다에는 앵글로 색슨의 후손인 부자들이 주로 살 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들을 고객으로 두는 수많은 사업 가와 금융가 유대인들도 플로리다로 모여들었죠. 이들은 차 별이 심한 플로리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대인 자체 커뮤니 티를 만들었습니다. 버니 메이도프는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건너가 남동부지 역 팜비치에 고급주택을 구입하고, 이 유대인 커뮤니티를 파 고들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유대인들만 믿거든요. 바로 이러 한 특성을 활용해 투자금을 갈고리로 긁어모은 것이죠. 메이도프는 유대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유대인임을 떳 떳하게 밝히면서 자신에게 돈을 맡기라고 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노벨평화상 수상작가 엘리 위젤 등 유명한 유 대계 인사들이 이 말에 속아 투자를 했죠. 유대인의 전통과 17 2024. 05. May Vol. 683
정체성에 해박함을 기반으로 유대민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엄청난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메이도프를 의심했던 단 한 사람, 금융수학자 마코폴리스의 고발 메이도프는 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투자자들을 속여 가 며 그렇게 오랜 기간 사기를 칠 수 있었던 걸까요? 그의 사모 펀드 사무실은 19층이었는데, 사실은 17층에 은밀한 사무실 이 있었습니다. 컴퓨터 공학 전공자 두 명을 고용해 투자자들 에게 거짓말로 보여줄 매달의 수익률을 만들어냈죠. 얼마나 교묘했던지 그의 두 아들을 포함해 자신의 동생 과 심지어 아내까지도 그런 사실을 몰랐습니다. 투자금을 받 아 투자는 하지 않고 ‘JP 모건 체이스’ 은행에 보관한 후 직원 들 월급을 주거나 요트를 사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할 때만 출금해 쓰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죠. 그런데 단 한 사람, 그의 투자를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 이 있었습니다. 지인이 메이도프의 투자자였던, 금융수학자 ‘해리 마코폴리스’였죠. 메이도프의 사모펀드사는 헤지펀드 회사로 사내에 금융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터인데, 그들 모두 메이도프가 투자를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마코폴리스는 지인의 투자 내역을 꼼꼼히 분석 해 메이도프가 투자에는 젬병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메이도프가 투자한 종목들로 실제 백 테스팅을 해보았더니 전혀 그런 수익률이 나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의 지인을 비롯해 메이도프 고객들의 투자 내역서는 손해를 본 시기에도 이익을 본 것으로 그냥 우상향만 하고 있 었습니다. 실제 그 어떤 투자도 그런 우상향 그래프가 불가능 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죠. 마코폴리스는 미국의 금감원이라 할 수 있는 ‘증권거래위 원회(SEC)’에 “이건 완벽한 사기”라고 메이도프를 고발합니다. SEC는 두 명의 조사관을 파견해 사건을 조사토록 했습니다. 그러나 한때 나스닥의 위원장이며, SEC 고위간부들과 호형호 제하는 메이도프에게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죠. 결국 조사관 들은 그 어떤 혐의점도 발견하지 못한 채 돌아가고 맙니다. 슬기로운 문화생활 18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합니 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대량으로 투자원금을 회수하겠다 고 나섰거든요. 문제는 메이도프가 이미 그 돈을 다 써버려 잔고가 3억 달러에 불과했다는 사실입니다. 190억 달러를 투자 받아 단 한 푼도 실제 투자에는 사용 하지 않았는데, 무려 187억 달러(물론 그중 상당수는 초기 가 입자로 해마다 그가 확정해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느라 쓴 돈입니다)나 쓴 것입니다. 당시 메이도프의 큰아들은 뉴욕의 유명한 변호사였습니 다. 그의 장인은 사위에게 조언합니다. 자네가 감방 가는 걸 원치 않으니 아버지를 고발하라고. 결국 아들은 아버지를 고 발하죠. 메이도프의 이름이 월 스트리트에서 금융위기의 희 생양을 찾고 있던 미국 언론에 공개되자 분노한 민심은 그를 악마로 묘사했고, 그때부터 메이도프는 ‘월 스트리트의 괴물’ 로 불리게 됩니다. 그는 재판에서 사실상 종신형인 150년 형을 선고받고 2021년 감옥에서 사망했습니다. 두 아들 중 아버지를 고발했 던 큰 아들은 자살로, 둘째아들은 혈액암이 재발해 이미 생 을 마감한 상태였죠. 화장된 메이도프의 시신을 인수할 가족 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직도 그의 시신은 미국 정부가 보관 중입니다. 과연 메이도프만의 잘못일까? 그의 공범들 다큐는 메이도프 사기사건이 스스로 일으킨 범죄이고 그가 모든 책임을 졌지만, 사실은 중대한 공모자들이 있다고 고발합니다. 먼저 그의 오른팔이었던 프랭크 디파스칼리가 공범으로 지적됩니다. 그는 검찰에 적극 협조해 형을 면제 받 지만 암으로 사망합니다. 죗값을 치른 셈이죠. 그리고 두 번째 공범으로 메이도프가 공들였던 4명의 거물 투자자들, 바로 월 스트리트 4인방인 피카워, 레비, 체이 스, 샤피로를 지목합니다. 이들은 수백 프로의 수익률을 갈취 하며(말하자면 다단계의 다이아몬드 계급과 같은 사람들), 메 이도프의 사기 행각에 명성을 더해줬습니다. 결국 공범들은 파산한 메이도프 회사의 자산관리인 변호 사에게 번 돈을 모두 토해냈습니다. 이런 식으로 140억 달러 를 환수한 변호사는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하고, 자신은 수수 료로 10억 달러를 가져갑니다. 역시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죠. 한편, 다큐에서는 메이도프가 투자금을 모아두었던 미 국 최고의 은행 ‘JP 모건 체이스’와 금융거래위원회(SEC)도 함 께 고발합니다. JP 모건은 아무 거래도 하지 않고 그 많은 돈 을 은행에 맡기기만 하는 메이도프를 수수방관했죠. 아무 책 임도 지지 않았고, 그저 사과문 발표만으로 끝을 냈습니다. SEC도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하는 기관으로서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메이도프 사기사건은 월 스트리트의 탐욕이 만 든 인재(人災)입니다. 그래서 언제든 제2의 메이도프가 나올 수 있습니다. 메이도프가 금융계의 시리얼 킬러였음은 분명 하지만, 그의 옆에서 수많은 이들이 무능, 무책임, 방조로 일 관하지 않았다면 ‘괴물 메이도프’는 탄생할 수 없었다는 것이 다큐의 결론입니다. 비트코인 투자자나 선물옵션 투자를 간접 대행해 준다 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바로 이들이 제2의 메이도프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주식이든 비트코인이든 어떤 투자에서도 ‘리스크 프리’란 존재할 수 없음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합니다. WRITER 신진상 재테크 전문 저술가 · 자산 관리사 · 입시 컨설턴트 메이도프는 고객들에게 거짓말로 보여줄 매달의 수익률을 만들어냈습니다. 얼마나 교묘했던지 그의 아들들과 아내까지도 그 사실을 몰랐지만, 이상하게 생각한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금융수학자 ‘해리 마코폴리스’였죠. 그는 지인의 투자 내역을 꼼꼼히 분석해 메이도프가 “완벽한 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19 2024. 05. May Vol. 683
디지털 전환 사회에서 접근성·포용성 확대를 위한 국제적 동향 필자는 『법무사』지 지난 2022년 9월호, 「디지털 정보격차, 어떻게 해 소할 것인가? - 디지털격차의 현실과 ‘디지털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법 제적 과제」라는 글에서 대한민국의 정보격차 현실과 관련 법제의 문제점 을 살펴보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의 모색으로 2019년 EU가 제정 한 「접근성법(EU Accessibility Act)」 1 을 벤치마킹 사례로 소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 활용과 역량 부분의 정보격차가 여전히 심 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국내법제는 여러 법률에 산발적으로 규율되어 있어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대응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관련 규정 대부분이 임의규정이어서 접근성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효과를 이 끌어내기 어렵다는 등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이에 반해 EU의 「접근성법」은 장애인·고령자 등 정보취약계층의 디 지털 정보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접근성 요건을 촘촘하게 설정하고, 공공은 물론 민간 사업자들까지 이를 준수토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접근성법」에 따라 회원국들은 이에 부합하는 국내법을 마련 하여 접근성 요건 위반의 경우 벌금 등 제재수단을 마련해 강제하여야 하며, 소비자들이 소송 또는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여 야 한다. 그러면서도 기술 및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서비스에 대 한 근본적인 변경을 초래하거나 소기업의 경우 접근성 요건 의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 EU의 회원국들은 새롭게 법률 또는 하위법령을 제정하거나 종래의 법령을 개정하여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디지털 포용 규정, 공공영역 넘어 민간까지 규율해야 01. 「디지털 포용법」 제정안에 대한 검토와 입법 과제 Attention 법으로 본 세상 주목 이 법률 20
교육 실시 및 효과적인 교육을 위한 관련 프로그램 개발·보 급 및 전문기관 설치·운영 등을 정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의 개발·보급 지원, 관련 기기의 지원 등까지 망라하고 있다. 게다가 하나의 개별법에서 디지털포용 실현을 위한 각종 사항들을 규율함으로써 체계적이고 집중적이면서도 전문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도 의 미가 크겠다. 한편, ‘디지털포용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규정을 둠 으로써 관계 부처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포용을 효과적으 로 수행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였다는 점도 중요하다. 또 한 두 법안이 유사하게 시민사회 또는 이해관계자의 의견 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어, 디지 털포용 관련 각종 제도 및 정책들의 수립 및 운영에 있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디지털 포용을 위한 법제의 방향과 입법 과제 가. 디지털 포용법안에 대한 문제의식 제21대 국회가 곧 마무리되는 만큼 앞서 살펴본 디지 털 포용법안들이 입법화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 주 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그 일환으로 디지털 포용 법의 제정을 추진하여 “AI와 디지털 서비스 접근·활용을 전 국민의 보편권” 7으로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디지털 포용의 법제화 불씨는 아직 살아있으며, 제22 의 디지털 정보접근성 요건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제재토록 하는 한편, 피해자들로 하여금 소송 등 피해 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2함으로써 「접근 성법」이 정하는 각종 사항들을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 더 나아가 EU 「접근성법」은 디지털 분야 주요 법에서 도 지속적으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EU의 「디지털시장법(DMA: Digital Market Act)」, 「디지털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 Act)」 및 「AI법(AI Act)」 등에서 관련 수범자들은 EU 「접근성법」이 규율하고 있는 접근성 요건들을 준수하여야 함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3 우리 「디지털 포용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과 의의 우리나라에서도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하여 디지 털 전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디지털 격차 해소에 대한 관 심이 함께 증대되면서 제21대 국회에서 2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다. 두 건 모두 「디지털 포용법」이라는 동일한 제 목으로 발의되었는데, 하나는 2021년 1월 강병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고,4 다른 하나는 2022년 11월 박성중 의 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5 동 법안은 다소 상이한 부분은 있지만 대략적으로 유 사한 구성 체계와 내용을 담고 있다.6 디지털 기술 및 서 비스 이용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체계적인 개별법의 제정 을 목적으로 지향하며, 이를 위해 실태조사에 기반한 법 정 계획의 수립·시행, 전문기관의 설치·운영, 디지털 역량 교육 제도, 디지털 접근성 보장 및 품질인증제도, 디지털 포용 기술 및 서비스 지정제도, 개발지원·보급 등을 포함 하고 있다. 동 법안들은 디지털 접근성의 보장을 넘어 ‘디지털 포 용’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입법이라는 점에 서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법안의 내용은 디지털 접근성 에 대한 보장과 인증제도는 물론,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 이용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 02. 1 Directive (EU) 2019/882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17 April 2019 on the accessibility requirements for products and services. 2 EU 접근성법 이행을 위한 회원국들의 입법 현황은 https://eur-lex. europa.eu/legal-content/EN/NIM/?uri=CELEX:32019L0882 참고. 3 「디지털시장법」 전문 68 및 제8조, 「디지털서비스법」 제3조 및 제4조, 「AI법」 제16조, 제50조, 제71조 등 4 강병원 의원 등 15인, 디지털포용법안, 의안번호 2107422(2021-01-15). 5 박성중 의원 등 11인, 디지털포용법안, 의안번호 2118437(2022-11-23). 6 두 법안의 구성체계에 관한 구체적인 비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 회(김건호 수석전문위원), 디지털포용법안 검토보고(2023.2.) P.33 참고. 03. 21 2024. 05. May Vol. 683
적이라 할 것이다. 디지털 접근성 관련 현행법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 도 디지털 접근 및 이용 보장을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공 공기관으로 한정하고, 민간 사업자의 경우에는 ‘노력할 의 무’만을 부담하고 있어11 많은 그리고 중요한 영역에서 접 근권이 보장될 수 없는 구조였다. 동 2건의 디지털 포용법안 역시 현행법의 한계를 뛰어 넘지 못하고 접근 및 이용 보장을 위한 규정의 적용범위를 여전히 공적 영역으로만 설정하고 있다. 전술한 2019년 EU 「접근성법」이 획기적이며 중요한 입법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접근성 요건을 민간 부문까지 확대, 강제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2) 디지털포용을 위한 방안들은 보다 세밀하게 규율 될 필요가 있다 동 법안들의 규정들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데, 대표 적인 예를 들면 디지털 접근성 보장에 대한 규정을 꼽을 수 있겠다. 즉, 공공 부문에 있어서 접근성을 보장토록 하 면서도 그 적용대상인 디지털(또는 인공지능) 기술 및 서비 스의 범위를 설정하고 있지 아니하거나 해당 용어에 대한 정의 또는 범위 설정 없이 구체적인 유형을 하위법령에 포 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에 있어서 그 적 용대상을 정하는 것은 매우 핵심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의 권리 보호 범위가 확정될 수 있는 반면, 수범자들에게는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술개발 과 비용 등 각종 어려움을 발생시킬 수 있는 민감한 이슈이 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민간 영역에서도 접근성 보장을 의무적 사 항으로 규율하는 경우, 위반 시 제재 대상으로 설정되기 때 문에 더욱 명확하게 획정될 필요가 있다. 한편, 접근성 보장에 있어서 또 다른 중요한 쟁점은 어 떠한 수준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기준을 대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높다고 하겠다. 그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2019년 EU 「접근성법」 및 회원국의 이행입법들은 시범적용 및 유예기간을 거쳐 내 년 2025년 6월부터 발효될 예정인데, 이는 회원국이 제조 또는 유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EU 역내에 수입 또는 제공 되는 디지털 기기 및 서비스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 업 체 및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대응하는 입법 역시 필 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 포용법안은 모두 다른 법률과의 관계 조문에 서 “디지털 포용에 관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것을 제외하 고는 「지능정보화 기본법」에 따른다” 8라고 정함으로써 디 지털포용에 관한 특별법 내지 개별법의 성격을 확인하고 있다. 9 특별법 또는 개별법 형식으로 법률이 제정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디지털 포용법안의 경우에는 「지능 정보화기본법」과 같은 현행의 일반법·기본법이 목적 달성 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할 때, 보다 구체적으 로 법제도적 방안들을 도입함으로써 디지털 포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포용법안의 규정들은 「지능정보화기본 법」이 정하고 있는 조문과 거의 유사한 사항들을 유사한 문구로 작성, 기본법이 제시하는 입법의 지침적 성격을 그 대로 담고 있는 수준이여서 과연 동 법안의 제정 필요성이 무엇인가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10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앞으로의 디지털 포용법안 논의에서 고민해야 할 관점과 과제에 대해 아래에서 기술 해 본다. 나. 디지털 포용법안의 입법 과제 1) 공적 영역을 넘어 민간 부문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규율이 필요하다 디지털 사회에서 기술 및 서비스 제공은 대부분 민간 사업자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디지털포용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들이 공적 영역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도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적용되는 것이 필수 8 강병원 의원안 제4조 및 박성중 의원안 제5조. 9 앞의 각주 6, P.11 참고 및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조기열 수석전 문위원), 디지털포용법안 검토보고(2021.2.) P.12 참고. 10 앞의 각주 6, 7쪽 참고. 11 「지능정보화기본법」 제46조 참조. 법으로 본 세상 주목 이 법률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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