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말해서 당신의 뇌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벌레에서 진화해 아주아주 복잡해진 신체를 운영하는 것이다. (…) 우리 뇌는 생각하고 느끼고 상상하며 수백 가지 경험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모든 정신적 활동은 신체예산을 잘 관리해서 당신을 살아있게 한다는 뇌의 핵심 임무가 낳은 결과물이다.”(31-32쪽) 흔히 뇌의 중요한 임무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착각 할 수 있는 오류를 지적한다. 우리의 뇌가 하는 가장 중 요한 일은 생각 말고도 더 많은 것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뇌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복잡해진 신체를 운영”하고 “신체예산을 잘 관리”(32쪽) 하는 것이다. 여기서 ‘신체예산’이란 과학적으로 ‘알로스타시스 (allostasis)’를 의미하는데, 이는 “몸에서 뭔가 필요할 때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자동으로 예측하고 대비”(27쪽)하는 것을 뜻한다. 기억에서 환각까지, 황홀감에서 수치심에 이르기까 지 우리의 뇌는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몸의 신진대사 예산에서 자원을 넣거나 빼낸다. 살아가는 모 든 순간에 뇌가 쉼 없이 신체를 운영하고 예측하며 생존 하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뇌는 네트워크, 1,280억 개 신경세포의 유연한 연결 “당신의 뇌는 하나의 신경망, 곧 네트워크다. (…) 인터 넷은 디바이스들을 연결한 네트워크다. 개미집은 터널로 연결된 지하 공간들의 네트워크다. 소셜네트워크는 연결된 사람들의 모임이다. 뇌로 말하 자면 1,280억 개의 신경세포가 하나의 거대하고 유연 한 구조로 연결된 네트워크다.”(59-60쪽) 뇌에 관한 고민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왔다. 아리 스토텔레스는 뇌가 ‘심장을 위한 냉각실’이라고 믿었고, 뇌를 ‘자동차 라디에이터’ 같은 것으로 여겼다. 저자는 뇌에 대한 과거의 믿음에서 나아가 인간의 뇌가 “하나의 신경망, 곧 네트워크다”(59쪽)라고 전한다. “1,280억 개의 신경세포가 하나의 거대하고 유연한 구 조로 연결된 네트워크”(60쪽)라는 것이다. 저자는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해 1,280억 개의 개 별 신경세포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으며, 이러한 배치 전체를 뇌의 ‘배선wiring’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만들어 진 뇌 네트워크는 항상 켜져 있는 상태로 배선을 통해 서로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의사소통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던 뇌 네트워크가 머릿속에 윤곽을 그리며 ‘나’라는 존재가 보 다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뇌과학, 심리학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학술검색에 등장하는 저자의 수백 개 문 헌 목록에서 제목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정 서’다. 논문의 주된 제목이 ‘정서’인 것처럼 저자는 『이토 록 뜻밖의 뇌과학』에서도 “인간의 마음, 또는 인간의 뇌 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240쪽)를 간결하 고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의 두 귀 사이에 있는 3파운드(1.36kg) 덩어리 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부터, 나아가 뇌가 만들어 낸 사회 적 현실 세계에 대한 책임까지 사고를 확장해 나간다. 아울러 이 책은 뇌에 관한 유익한 강의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해 뇌과학자에게 직접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히는 점이 장점이다. 단순히 뇌 과학의 지식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중추인 뇌를 흥미롭게 알아가고 ‘나’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돕 는다. WRITER 김민숙 인문학 작가 77 2024. 06. June Vol.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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