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 전만 해도 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 오면 차이 콥스키의 『사계』 중 「6월, 뱃노래」를 떠올리는 낭만이 있었 다.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나른하 고 아련한 피아노 선율이 세상살이에 상처 입은 이들의 마 음을 위무해준다.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한 차이콥스키는 얼마 나 위대한 인물인가. 경외하는 마음으로 차이콥스키의 생애를 살펴본 사람이라면, 분명 재밌는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차이콥스키는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하고, 러시아 법무성의 1등 서기관으로 일했던 법률가 출신이기 때문 이다. 법률가와 작곡가. 둘 사이에는 전혀 공통점이 없을 것 같지만, 차이콥스키는 법률가에서 작곡가로 변신해 큰 성 공을 이루었다. 차이콥스키와는 반대의 경로이긴 하지만, 우리 법무사 중에도 음악가로 활동하다 법무사로 입신해 성공을 꿈꾸는 이가 있다. 김지연 법무사(37 · 서울중앙회)는 서울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술고등학교 재학 중 도독하여 베를린 국 립음대에서 더블베이스를 전공한 재원이다. 음대 졸업 후 베를린 필하모니 무대에서 연주하는 등 여러 교향악단의 더블베이스 연주자로 활동하다 지난해 제28회 법무사시험에 도전, 「민법」 및 「부동산등기법」 과목 에서 최고득점을 얻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차이콥스키가 음대가 아닌 법대를 선택한 것은, 그에 게 음악적 재능이 없다고 판단한 아버지의 뜻이었다. 그렇 다면 김 법무사에게는 어떤 변신의 계기가 있었을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법률과 음악, 둘 사이에는 분명히 뭔가 공 통점이 있을 것이다. 음악과 법률에는 공통점이 있다, 규칙과 질서 & 창의적 해석 “법무사가 된 것에 그렇게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 던 것은 아니에요. 독일에 있을 당시 인문사회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토론문화가 발달하고 과거 우리나라처럼 분 단국가였던 독일인 동료들과 얘기하면서 자료도 찾아보고 하며 사회 전반의 현상에 관심이 생겼죠. 21세에 방송 교향악단을 시작으로 28세까지 여러 교 향악단에서 연주자 생활을 했지만, 다른 직업을 해보고 싶 어졌어요. 그래서 서울의 한 학원에서 독일어 강사로 일했 습니다. 그러다 독일어 자격시험 대비반을 준비하며 독일 어 텍스트를 많이 읽게 됐는데, 그중에서도 법과 관련된 텍스트에 가장 관심이 가더라고요. 법을 공부하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죠. 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개업할 수 있는 점이 좋아서 법무사시험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김 법무사는 똑 부러지는 말투에 강단 있는 목소리, 깔끔한 언어구사가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오랫동안 단련된 강철처럼 단단하고 굳은 느낌이랄까. 그러고 보니 그 느낌 에는 개연성이 있다. 기악은 어린 시절부터 쉬지 않고 꾸준 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야만 통달할 수 있는 세계다. 게다 가 그는 현악기 중 크기가 가장 크다는 ‘더블베이스(콘트라 베이스)’를 연주하지 않았는가. “더블베이스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전공 으로 공부했어요. 여름방학 때 처음 봤던 오케스트라 공연 에서 사람의 키보다 큰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는 연주자의 모습과 현악기 중 가장 낮은 음역대인 더블베이스 특유의 저음에 매료되어 전공으로 선택했죠.” “음악적 느낌의 확장 끝에 ‘법무사’라는 종착역에 닿았어요.” 55 2024. 07. July Vol. 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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