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7월호

장대에 매어 높이 들거나 길 위에 달아 놓은 표지물이 다. 한자어인 우리말로는 ‘현수막(懸垂幕)’이고, 프랑스 어로 ‘placard’, 영어로도 똑같이 ‘플래카드(placard)’라 고 한다(‘광고’라는 어감을 강조할 때는 ‘배너(banner)’ 라는 표현을 쓰는 게 좋단다). 필자가 학교 다닐 때 많은 선후배들이 ‘플래카드’가 깃발처럼 나부낀다고 ‘flag card’라고 오인하거나, 계획 이나 방침 또는 구호를 적은 판이라는 의미에서 “플랜 카드(plan card)”, 심지어 이를 줄여 “PC”라고 부르기도 했다. 생각하면 아쉽다. 모두가 잘 모르던 시절이니까. ‘blending’과 ‘brand’, ‘wine cellar’와 ‘wine seller’ 헷갈리지 맙시다 “위스키(whisky)” 하면 떠오르는 나라 또는 지역 은 단연 스코틀랜드다. 여기서 나온 ‘스카치 위스키 (Scotch whisky)’의 대부분은 주원료인 맥아(malt)를 증류해 만든 ‘싱글 몰트(Single Malt) 위스키’가 아니라, 밀·옥수수 등의 곡물을 섞어 만든 ‘그레인(Grain) 위스 키’와 몰트 위스키를 섞어 만든 ‘블렌디드(Blended) 위 스키’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고급 위스키로 많이 알려진 ‘발렌타 인(Ballentine’s)’이나 조니 워커, 로열 살루트 등도 이 블렌디드 위스키의 대표 주자들이다. 이처럼 무언가, 특히 액체를 섞어 다른 화학적 성 분을 갖게 만드는 것을 ‘블렌딩(blending)’이라 한다. 아 로마 테라피를 위한 오일을 만들 때도 ‘에센셜 (essential) 오일’과 ‘캐리어(carrier) 오일’을 적당히 섞 어 블렌딩한다. 커피도 다양한 품종의 원두를 블렌딩해 서 풍미를 디자인(design)하곤 한다. 이는 ‘상표’를 뜻하 는 ‘브랜드(brand)’와는 전혀 다른 용어다. ‘코냑 (cognac)’으로 대표되는 ‘브랜디(brandy)’와도 다른 용 어이므로 가려서 쓰는 것이 좋다. 아, 그런데 위스키를 ‘양주’라고 부르는 것에는 반 대다. 위에 나온 술 모두, 거기에 맥주와 와인까지 다 서 양에서 건너왔으니 이는 전통주가 아닌 ‘양주(洋酒)’ 아 닌가?(하하!) 최근 한 독서 모임에서 와인 파티를 했는데, 매우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와인 저장고인 ‘와 인셀러(wine cellar)’와 와인을 파는 상인인 ‘wine seller’ 를 헷갈려 하는 사람을 보았는데, 서로 다른 단어다. ‘호치키스’는 고유명사, ‘스테이플러’라고 부르는 게 좋다 서류철을 할 때 요긴하게 사용되는 ‘호치키스’. 무 슨 뜻이냐고? 고유명사로 사람 이름이다. 2차 세계대전 전까지 널리 사용된 기관총(machine gun)의 이름이었 던 호치키스는, 미국의 공학자인 벤저민 호치키스 (Benjamin Hotchkiss)가 프랑스에서 설립한 회사의 상 호이기도 하다. 같은 성(姓)을 쓰는 다른 집안의 E.H. Hotchkiss 가, 아버지가 설립한 회사와 같은 ‘호치키스’라는 이름 (brand)의 지철기(紙綴器), 즉 ‘스테이플러(stapler)’를 만들어서 팔았는데, 워낙 잘 팔린 이 제품이 (특히 일본 에서) 마치 스테이플러 전체를 가리키는 보통명사처럼 사용됐고,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로 들어와 그대로 굳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이름이기도 하고, 일본에서 들어온 명칭상의 혼동이니 원래의 명칭으로 불러 주는 것이 좋 겠다. 그런데 몇 달 전 보정을 하러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기국에 갔더니 창구에 있는 스테이플러들에 친절하게 도 큼지막하게 이름을 적어 붙여 놓았는데, 그 이름은 “스탬플러”였다.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창구의 주무관 께 수정 요청을 했는데, 반영이 되었는지 한번 확인하 러 가 봐야겠다. 아, 보정할 일은 생기지 않는 게 좋은 데……. (하하!) WRITER 김청산 법무사(서울중앙회) · 연극배우 · 공연예술 평론가 73 2024. 07. July Vol. 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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