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지 큰 틀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실종선고를 어디에 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했다. 그러나 “혜정”은 주민번호가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 에 가족관계증명서나 주민등록등본 등의 서류를 발급 받는 것이 불가능했다. 실종선고의 관할은 부재자의 마 지막 주소지가 관할이지만, 그래서 관할을 어디로 해야 하는지부터가 난관이었다. “혜정”에 대한 단서가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제 적등본이었다. 제적등본에는 혜정의 출생 장소가 기재 되어 있었는데, 혹시 “출생지”가 마지막 주소지가 아닐 까 하는 생각에 관할을 ‘부산가정법원’으로 하여 실종선 고심판청구서를 접수키로 했다. 다음 두 번째로 결정할 것은 청구인이었다. 실종선 고의 청구인은 이해관계인이다. 나는 피상속인에 대한 공동상속인인 의뢰인이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판단 했다. 그래서 의뢰인을 청구인으로 하여 2021.6. 부산가 정법원에 실종선고 사건을 접수했다. 그런데 다음 날 지역번호가 서울이 아닌 지방으로 된 전화가 걸려왔다. 이런 경우는 보통 법원이나 등기소 인 경우가 많다. 역시 발신자는 법원. “안녕하십니까. 법원입니다. ○○○○사건 담당자 분 계십니까?” “네, 제가 담당 법무사입니다.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네, 법무사님, 이 사건을 왜 부산으로 접수하셨나요?” “부재자의 주민등록이 없어 마지막 주소지를 정확 히 알 수 없어 출생지를 기준으로 접수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마지막 주소지를 알 수 없는 경 우에 해당하니 서울가정법원으로 접수를 하시는 게 어 떠실까요?” 나는 법원의 권유에 따르기로 하고, 부산가정법원 에 접수한 사건을 취하한 후 서울가정법원에 다시 접수 했다. 다행히 법원에서 다른 보정은 나오지 않았고, 일부 서류를 추가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이 나왔다. 나는 추가 서류 준비를 위해 의뢰인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법원에서 관할을 문제 삼지는 않네요. 서 울가정법원에서 사건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법원에서 몇 가지 서류를 추가 요청하니 준비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 선고” 사건으로 진행하면 된다. 의뢰인은 어느 쪽일까. “부동산은 어머니가 거주하고 계셔서 팔 계획이 없 고, 자동차도 폐차할 예정이라 그리 처분이 급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실종선고 사건으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실종선고를 진행하려면 인우보증서 2명이 필요하다. 실 종 당시 살아 있던 사람으로 그 정황을 직접 목격한 사 람이 보증인이 되어야 한다. “인우보증서를 작성해 줄 친가 쪽 친척, 두 분을 알 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자료를 더 검토해보고 사건 을 진행하겠습니다.” 의뢰인은 잘 알겠다며,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 제든 연락을 달라고 하면서 사무실을 떠났다. 주민등록 없는 이복누나의 실종선고, 관할은 어디로? 의뢰인을 보내고 나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 이 무슨 날벼락인가. 2021년 6월에 실종선고심판청구서를 접수하여 두 차례나 어려운 보정을 겪었는데, 10월에 청구각하 판결문을 받았다. 나는 의뢰인이 이복형제로서 공동상속인이므로 당연히 이해관계인에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판사님의 판단은 달랐다. 불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빨리 의뢰인에게 알리고 다음 작전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6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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