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8월호

청소년 원고단이 제기한 기후소송은 2018년 대법원의 ‘각하’ 결정을 받았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늦장 대응을 인정하지만, 기후변화의 원죄를 정부에 물을 수도 없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사법부는 정부와 기업이 잘못했다고 선언했어야 합니다. 그 선언만으로도 기후 대응은 크게 진보할 수 있었을 거예요. 명의 청소년 기후행동가는 곧 ‘선(善)’이고, 화석연료를 만드 는 기업과 이를 지원하는 정부는 ‘악(惡)’이라는 콘셉트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 연대하라는 차 원에서 본다면 훌륭한 다큐이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입 장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는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를 묻 는다면 글쎄요, 저는 이 다큐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그렇게 크게 바꾸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환경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 앞에서 MZ세대와 기성세 대가 한쪽에서는 아우성을 지르고, 다른 쪽에서는 귀를 막고 있다는 이야기인 거죠. 청소년의 대정부 소송은 각하, 미국 대법원이 선언적 결정이라도 했더라면 그런데 우리가 알기에는 ‘민주당 친환경’, ‘공화당 친석유’ 와 같은 이분법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왜 진보 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오바마 정부를 고발했을까요? 다큐에서는 의회에 나와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강조하는 오바마를 “레토릭의 달인”이라 고 비꼬며, 정작 오클라호마에 가서는 정부가 얼마나 전통 에 너지산업에 관심이 많고 후원을 아끼지 않는가를 어필하는 오바마의 자기모순을 꼬집습니다. 또, 천연가스인 셰일가스의 적극적인 개발을 통해 미국 을 최대 산유국으로 만든 이가 바로 자신이라며 고백하는 오 바마의 육성도 들려줍니다. 한마디로 그에게 친환경은 일종 의 수사일 뿐이라는 거죠. 이어 다큐는 “기후위기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에 게로 바통을 넘깁니다. 청소년 원고단 21명은 오바마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와도 대결하게 되죠. 과연 기후위기를 사법부 에서 재판할 수 있는지를 놓고 오바마 정부부터 트럼프 정부 까지 3년 동안 공방이 이어진 겁니다. 아직 청소년 원고단이 제기한 기후소송은 정식 재판을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인데, 2018년 사법부의 최종적인 결론 은 ‘각하’였습니다. 정식 재판이 불가능하다고 보았던 거죠.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늦장 대응을 인정하고, 그 피해 를 원고단과 같은 10대들이 가장 크게 입는다는 것 역시 인정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후변화의 원죄를 정부에 물을 수도 없고, 지구를 파멸로 몰고가는 기후변화를 막을 힘도 없으니 사법부에서 원고들을 위해 해줄 것이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법정은 정말 10대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 었을까요? 미국이라는 나라는 철저하게 삼권 분립을 하는 나라이고,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잘못한 일을 바로잡 는 게 본래의 기능이라는 점에서 법정은 분명 해줄 일이 있 습니다. 정부 책임이 얼마이고, 보상은 얼마라는 식으로 판결을 내리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그럼에도 사법부는 정부와 기 업이 잘못했다고 분명하게 선언했어야 합니다. 그 선언만으 로도 기후 대응은 크게 진보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미국 법원은 정부의 책임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며,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연방 정부에 명령 할 처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한 듯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사실 21명의 청소년들도 누군가를 법정에 세워 감옥에 보내려는 의도로 소송을 한 건 아닐 겁니다. 선언적 의미라도 법원의 판단이 나와 주면 자신들이 이긴 것으로 볼 수 있겠죠. 그렇지만 설사 선언적 판단이 나왔다고 해도 미국은 다 른 나라에 비해 확실히 늦은 편입니다. 23 2024. 08. August Vol.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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