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제도의 위헌성 무엇보다 피의자 신상공개제도가 「헌법」의 무죄추정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점(제27조제4항6) 은 국가에 의 한 피의자 신상공개가 위헌성 논란을 벗어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신상이 노출됨에 따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 및 피고인의 방어권이 현저하게 위축되고, 수사기관과 법 관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그뿐인가. 신상공개는 기본 적으로 「형법」 상 명예훼손(제307조 제1항7), 특히 피의사 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식 별할 수 있도록 그 얼굴을 촬영할 수 있는데, 피의자는 이 에 따라야 한다(제5항). 한편, 신상정보를 공개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 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 정을 두면서(제4조 제3항), 원칙적으로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하기 전에 피의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제4조 제6항)3, 피의자에게 신상정보 공개를 통지한 날부터 5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신상정보를 공 개하도록 함으로써(제7항)4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을 최소 화하려고 노력한 점도 의미가 있다. 피고인 사건이 재판 과정에서 특정중대범죄 사건으 로 공소사실이 변경된 경우, 검사가 법원에 신상정보의 공 개를 청구할 수 있다(제5조 제1항). 이 경우 즉시항고가 가 능하다는 점에서 절차적 권리 또한 강화된 측면이 있다 (제6항). 그러나 정작 피의자는 물론 피고인의 신상을 공개하 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머그샷 촬영처럼 이를 강제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피의자 신상공개를 통한 법의 박탈과 호모 사케르(Homo Sacer) 가. 제도의 법적 성격 과거 「특정강력범죄법」 제8조의2와 「성폭력처벌법」 제25조의 피의자 신상공개는 물론, 현행 「중대범죄신상공 개법」의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신상공개의 법적 성격은 무엇일까? 아직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행위자에게 취해지는 조치라는 점에서 무죄추정 원칙과 충돌하고, 강 제처분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 논란이 따 를 수밖에 없다. 심지어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안처분이 아니기에 형벌과 보안처분의 이원론에 기반한 우리 법체계와 사뭇 이질적인 측면이 있고, 그 법적 성격이 명료하지 않다.5 1 이하의 내용은 김대근, 「피의자 신상공개와 재현의 정치」, 『관훈저널』 제 159호, 2022.의 내용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쟁점을 추가한 것이다. 2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특정중대범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말한다. 1. 「형법」 제2편제1장 내란의 죄 및 같은 편 제2장 외환의 죄 2. 「형법」 제114조(범죄단체 등의 조직)의 죄 3. 「형법」 제119조(폭발물 사용)의 죄 4. 「형법」 제164조(현주건조물 등 방화)제2항의 죄 5. 「형법」 제2편제25장 상해와 폭행의 죄 중 제258조(중상해, 존속중상 해), 제258조의2(특수상해), 제259조(상해치사) 및 제262조(폭행치 사상)의 죄. 다만, 제262조(폭행치사상)의 죄의 경우 중상해 또는 사 망에 이른 경우에 한정한다. 6.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특정강력범죄 7.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성폭력범죄 8.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의 아동ㆍ청소년대 상 성범죄. 다만, 같은 법 제13조, 제14조제3항, 제15조제2항ㆍ제3항 및 제15조의2의 죄는 제외한다. 9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의 죄. 다만, 같은 조 제4항의 죄는 제외한다. 10.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6조 및 제9조제1항의 죄 11. 제1호부터 제10호까지의 죄로서 다른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되는 죄 3 다만,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피의자의 의견을 청취한 경우에는 이 를 생략할 수 있다. 제6항 단서. 4 다만, 피의자가 신상정보 공개 결정에 대하여 서면으로 이의 없음을 표시 한 때에는 유예기간을 두지 아니할 수 있다. 제7항 단서. 5 예컨대, 「성폭력처벌법」 제42조 이하의 신상정보 등록 등이 형벌과 다른 보안처분의 하나로서 다루어진 그동안 맥락과 사뭇 다른 것이다. 2023년 7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스토킹행위자에 대 한 잠정조치로서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맥 락에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문헌으로는 김 대근, 「스토킹행위자에 대한 전자감독제도 도입에 따른 법리적 쟁점과 개 선방안」, 『입법학연구』 제21집 제1호, 2024 참조. 이 글에서는 잠정조치로 서의 전자장치 부착의 법적 성격을 침익적 행정처분으로서 수사상의 강 제처분이라고 성격을 파악한다. 6 「헌법」 제27조 ④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수사가 종료되어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에 대해서 확정판결 전 까지 무죄로 추정되기 때문에 당연해석으로 수사 중인 ‘피의자’에 대해서 도 무죄추정을 해야 한다. 7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 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02. 27 2024. 08. August Vol.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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