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8월호

실천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문제는 보다 심각하다. 일부 시민들이 범죄자 등에 대한 신상털이를 ‘정의의 실현’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일각에서 다양한 사 회연결망(SNS)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매개로 개인의 신상 털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큰 문제다.14 제어 할 수 없는 자본의 추동력이 일반의 호기심과 연결되어 더 크고 무분별한 사회적 일탈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근대 사회가 가장 우려했던 무질서와 혼란, 즉 ‘만인 8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 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9 이러한 점을 우려하여 경찰청은 신상공개 후 피의자 가족 등 주변인 신상 정보 공개로 인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가족보호팀’을 운영하고 있다. 10 같은 취지로 김대근, 「피의자 신상공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시사IN, 664호, 2020.06.10. 11 Giorgio Agamben, Homo Sacer: Sovereign Power and Bare Life, Stanford University Press, 1998 12 디지털교도소 및 운영자는 성 범죄자에 대한 사적 보복 내지 사적 정의 실 현을 내세우면서 N번방 사건의 가해자들은 물론 널리 알려진 기존 성범 죄자의 사진과 이름, 연락처, 심지어 주변인과의 관계까지 개인정보를 유 포했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유출된 또 다른 피해자의 자살, 사안과 무관한 법관에 대한 신상털이, 허위정보 등이 문제가 되었고, 실상은 운영자의 마 약범죄 혐의와 정의와 피해자 구제가 아닌 사적 감정에 의한 복수 등이 문 제가 되면서 사이트가 폐쇄되고 일부 운영자가 체포되었다. 13 이에 대해서는 김대근, 「대체 누구를 위해 나섰나…‘밀양 사건’ 제3자 사적 제재 논란[김대근이 소리내다]」”, 중앙일보, 2024.07.10. 참조. 14 최근 일부 유튜버들이 2004년 밀양 집단성폭행사건에 대한 가해자 신상 공개 과정에서 피해자 동의나 승낙을 얻지 않고 사건을 재소환하는 과정 이나, 이른바 사이버 렉카에 의한 공갈사건 등은 사적 제재가 된 신상공개 의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민의 알권리’는 막연한 개념이다. 피의자의 재범방지나 범죄예방을 내용으로 하는 ‘공공의 이익’ 또한 그 효과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피의자의 공개된 신상을 통해 더러 그의 여죄(餘罪)를 파악하거나 수사협조를 얻을 개연성은 있으나, 제도의 추동력은 실상 피의자에 대한 일반의 ‘호기심’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 만인의 투쟁’이 오늘날 사회연결망과 같은 확장된 미디 어를 매개로 재현되는 것이다. 맺으며 – 신상공제 제도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개인이 사회와 연결될수록 취약해지는 역설은 근대 사회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한 인권이자 기본권으로 법적 지위를 부여함에 따라 발생하게 된다. 국가는 개인의 신상을 보호해야 할 핵심가치이자 본질적인 것으로 다루 면서, 동시에 이에 대한 법의 보호를 제거하고 권리를 박탈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고 실천한다. 법의 예외상태에 놓인 개인(피의자)은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 되고 타자화되면서, 점차 다른 타자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재생산된다. 한편, 개인들은 정의를 내세우면서 타 인의 신상공개를 자의적인 복수의 수단으로 정당화하거 나, 이를 활용하여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 어쩌면 신상공개의 제도화를 통해 우리는 ‘서로가 서 로에게 늑대(home hominis lupus)’인 시대를 살아가게 되 는 것은 아닐까. 03. 29 2024. 08. August Vol. 686 WRITER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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