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시 북내면의 작은 마을 외룡리에는 국내 최초로 설립된 민영교도소가 자리하고 있다. 개신교 계열 의 재단법인 ‘아카페’가 기독교 정신을 통한 교화를 목적으 로 2010년, 브라질의 민간교도소 ‘휴마이티 교도소’를 모 델로 하여 설립한 ‘소망교도소’다. 민간이 운영하는 소망교도소는 여러모로 정부가 운 영하는 기존 교도소들과는 차이가 많다. 예를 들어 이곳에 서는 영화에서 흔히 보던, 감방의 철창문 아래 투입구로 배 식판을 받아 식사하는 모습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모 든 수감자들이 식당에 함께 모여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또, 재소자들은 수형번호가 아니라 각자의 이름으로 호칭되고, 재소자 직업교육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카페에 서 가족 면회를 한다. 이런 차별화된 운영으로 설립 14년을 맞은 소망교도 소의 현재 출소자 재범률은 5%대로, 전체 출소자 재범률 20%에 비해 4배나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개성 몰살이 아 닌 ‘인격 존중의 교화’라는 취지가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망교도소에서는 재소자들이 출소 후 사회에 잘 적 응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 영성훈련, 직업교육, 가족관계 회 복 프로그램 등 체계적이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재범률 감소에 한몫을 하고 있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에서 ‘정언합동법무사 사 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오종규 법무사(53·서울중앙회)는 한 달에 한 번씩 여주를 방문해 소망교도소의 교육 프로그 램 중 재정관리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서 운영 하는 ‘부채탈출 119’라는 재정관리 및 부채상담 프로그램의 팀장으로 활동한 경험이 인연이 되었다고 한다. 교회에서 ‘부채탈출 119’ 프로그램 운영하다 재소자 강의 요청받아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분기 기준 으로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은 1,854조 원에 달하고 있습 니다. 가계부채 문제가 더 이상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 원의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수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부채 문제로 고통받는 신도들을 구제하기 위한 ‘부채탈출 119’라 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제가 책임자로서 “재정전문가의 상담 → 신용회 복위원회를 통한 구제 → 법원을 통한 개인회생 및 개인 파산 심판’ 절차 등의 체계를 마련하는 등 열심히 활동을 했죠. 그러다 보니 2020년경, 교회의 교도소 사역 팀에서 소망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경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 이 왔어요. 그때부터 소망교도소로 강의를 다니기 시작했 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서울에서 여주까지 강의를 가야 하 는 일정이다 보니 처음에는 3개월에 한 번씩 강의를 했는 데, 지금은 그의 강의가 출소자들을 위한 필수강의가 되면 서 매달 한 번씩 강의를 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의 얘기를 듣다 보니 교회 차원에서 신도들의 부채 탕감을 위한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신선했 고, 오 법무사가 개인회생·파산 대리 업무를 하고 있는 법 “제 강의 듣고 조는 재소자는 딱 한 분 보았습니다.” 53 2024. 08. August Vol.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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