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언론이라는 무기를 버리고 총을 들었네. 우 리 사회가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언론이라는 무기 를 활용해도 될 터인데 왜 총을 들었나?” 마인호프를 체포한 뒤 호르스트가 남긴 이 말은 울 림이 있지만, 아무리 외쳐도 변화하지 않는 현실에 좌절 한 젊은이들이 총의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이해는 된다. 자아비판으로 동료 12명 살해한, 일본 급좌조직 일본에도 「바더 마인호프」에 비견되는 영화가 있다. 일본 급좌파연합조직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한 「돌입하라! 아사마 산장사건」이다. 1970년대 초 일본의 연합적군은 경찰의 눈을 피해 일본 군마현의 산악지대로 피신한다. 여기서 군사훈련을 하고, 격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그들이 꿈꾼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이 무엇 이든 현실에서 그들은 동료들의 사소한 흠을 트집 잡아 ‘총괄’이라는 이름으로 자아비판을 하도록 하고, 그것도 미흡하다고 생각하면 기둥에 묶어 폭행했다. 이 과정에 서 12명이 숨진다. 이를 파악한 경찰이 추적을 시작하자 이들은 아사 마 산장으로 도피해 여주인을 인질로 삼고 경찰과 대치 한다. 이 과정은 일본의 NHK 등 방송으로 생중계되면 서 무려 90%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한다. 일본의 시민들은 처음 이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청 년들을 지지했지만, 12명을 가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는 것이 밝혀지면서 경악하며 그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 한다. 지금 일본은 시민단체 활동 혹은 사회운동이 없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개혁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저 끔찍한 군마현 살인사건이 그 원인으로 작용한 탓이다. 온건한 방법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은 아니 다. 한 국가, 한 사회에서 변혁을 요구하는 세력은 자신 이 원하는 상태가 실현되는 모습을 그들의 현재 모습에 서 발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원하는 세상이 ‘총괄’이라는 이름으로 자행 되는 살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외면할 수밖에 없다. 극단은 극단을 낳는다 “모든 금지를 금지한다.”, “권력을 상상력에게로!” 68운동 당시 터져 나온 구호다. 그래서 아사마 산장사건 도 68운동의 연장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동의하기는 어 렵다. 권력을 쥔 자가 총괄이라는 이름으로 그 동료들을 비난하고 살해까지 한 것은 기존 사회의 악폐라고 할지 언정 결코 그들 혹은 시민사회가 꿈꾸는 모습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사회에 극단이 존재하면 그 극단의 반대편에는 그 극단에 저항하는 세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마치 뉴턴 의 ‘작용과 반작용 법칙’처럼. 독일이 나치를 조기에 청산하고, 일본도 전범세력 을 철저히 숙청했다면, 또 극도의 빈부격차를 낳는 저급 한 자본주의를 개혁했다면 이들의 반면에 선 테러리스 트들이 들어설 여지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테러리 스트 잉태에 책임이 있는 자는 독일과 일본의 군국주의 세력이고, 반개혁적이며 반인도적인 세력들이다. WRITER 주영진 법무사(인천회) 71 2024. 08. August Vol.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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