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아시아 정치사상사, 비교정치 사상사 관련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허무’를 주제로 한 이 책은 중국 북송시대의 문장가, 소식의 「적벽부」를 토대로 썼다. 저자는 ‘중국정치사상사’ 와 ‘인생의 허무’를 연결한 강연 이후, 허무와 더불어 사는 삶에 관한 생각을 다양한 지면에 발표해 왔다. 그 글들을 「적벽부」와 같은 흐름에 맞추어 새롭게 재구성했다. 책 속에 시와 소설, 그림과 영화 등 수많은 예술작품 을 담아, 인생의 허무에 대해 앞서 고민한 이들의 사유를 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해석했다. 그의 저서로는 『중국정치사상사』(2021)를 비롯해, 산 문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2018), 『우리 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2019) 등이 있다. 삶은 목적에 집착하지 않고, 다가가는 과정 “삶은 악보가 아니라 연주다. … 재즈는 즉흥적이다. 재 즈의 핵심은 악보에 집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 을 즐기고 궤도를 이탈해가면서 즉흥 연주를 얼마나 유 연하게 해내느냐에 있다. 삶도 소울 재즈라면, 미리 정해 둔 목표 따위는 임시로 그어놓은 눈금에 불과하다. 관 건은 정해둔 목표의 정복이 아니라, 목표에 다가가는 과 정에서 자기 스타일을 갖는 것이다.”(101-103쪽) 인간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유한의 존재다. 하지만 너 나 할 것 없이 좋은 대학·직장·결혼을 꿈꾸며 치열하게 살 아간다. 그러다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죽을 수도 있다. 그렇 다면 그 삶은 무의미한 것일까? 저자는 애니메이션 「소울」(2020)의 이야기로 삶의 의 미에 답한다. 주인공 조 가드너는 미국 뉴욕에서 파트타임 으로 일하는 음악 교사다. 그는 “갈채를 받는 재즈 피아니 스트로서 멋진 공연”을 하는 진짜 꿈이 있다. 그런데 목표 달성 직전에 하수구에 빠져 죽으면서 그 의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저승에 간 조는 천 신만고 끝에 이승으로 돌아와 연주에 참여하지만, 삶의 의 미가 ‘유명한 연주자’가 되는 데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다. 삶이란 미리 정해놓은 목표의 수단이 아니라고 자각 하면서 진짜 갱생을 시작한다. 삶도 소울 재즈라면 “미리 정해둔 목표”에 집착하지 않고 “목표에 다가가는 과 정”(103쪽)에서 자기 스타일을 갖는 것이다. 궤도를 이탈하 더라도 유연하게 삶을 연주하며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삶 의 갱생을 시작해 볼 수 있다. 악착같이 쉬고, 최선을 다해 설렁설렁 살아야 한다 김영민의 인문에세이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 가』는 ‘목적이 없어도 되는 삶’을 위하여 나아간다. 목적을 달성해도 기대만큼 기쁘지 않고 목적 달성에 실패해도 허 무가 엄습했던 순간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목적은 결국 삶을 배신하기 마련이므로, “목적 없는 삶을 살기 위해”(292쪽)서는 적극적으로 쉬고, 악착같이 쉬고, 최선을 다해 설렁설렁 살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삶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며 사는 것에서 벗어나, “허무 를 다스리며”(293쪽), 실제로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유머와 해학, 통찰로 반짝이는 책 속의 문장에서 그의 진심이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쓸쓸하게 다가오던 허무의 무게를 덜어내 주며, 위로와 공감을 얹는다. 더불어 이 책은 시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회화와 벽화, 판화 등 다양한 예술작품 이미지로 허무를 직관할 수 있도 록 이끌며 글의 이해를 돕는다. 그 길 끝에 무심한 척 외면 해 왔던 ‘허무’라는 두 글자 속 텅 빈 마음을 받아들이며, 더불어 살아볼 용기를 내게 한다. WRITER 김민숙 인문학 작가 75 2024. 08. August Vol.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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