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동·식물원 방문만으로 영감을 얻은 그는 도시민들이 꿈꾸는 완 벽한 정글의 풍경을 창조하였다. 그가 그린 정글은 완벽히 우리의 상상에 부합하지만 실제로는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장 소이다. 마치 아담과 이브가 떠나온 에덴처럼 누구나 믿고 싶어 하는 미지의 낙원처럼 말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루소는 학창시절 미술에 재능을 보 이는 학생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을 택한다. 세금징수원으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하지만 미술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여가시간에는 캔버스 앞에 서서 붓을 들었다. 이런 그를 사 람들은 “일요일의 화가”, “공무원 화가”라고 불렀다. 애석하게도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그의 그림은 원근법 을 중시하는 정통적 화풍과 완벽히 반대되었기에 그다지 큰 주목 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그린 것과 같이 평면적이며 단 순한 루소의 스타일은 당시 아방가르드를 추구하던 파블로 피카 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루소의 예술성을 알아본 피카소는 자신의 예술가 동료들에 게 그를 소개한다. 루소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이 기존의 다른 화 가들의 작품들과는 달리 독특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만 의 유니크한 스타일에 확신을 가지고, 세간의 조롱과 무관심에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데뷔 때부터 말년까지 스물다섯 점 이상 남긴 그의 정글 시리 즈에는 원시적 생명력과 이국적 신비함이 가득하다. 그 대미를 장 식하는 「꿈」은 제목 그대로 루소의 이상이 완벽하게 구현된 작품 이다. 화가의 상상인지, 그림 속 여인의 꿈인지, 아니면 우리의 숨겨 진 욕망이 만들어 낸 환상인지 알 수 없는 풍경을 보며 해방감마 저 느껴진다. 미지의 원시림에서 펼쳐지는 어느 밤의 이야기는 더 위에 지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자연으로의 회귀 본능을 강 렬하게 일깨운다. 열일곱 멘델스존의 상상력이 가득, 몽환적인 여름밤 이야기 고요한 겨울밤과 달리 여름밤은 왁자지껄한 생명의 시간이 다. 짧지만 강렬한 여름밤의 넘쳐흐르는 생명력에 영감을 받은 영 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을 쓴다. 그의 다 른 작품들과는 달리 오해와 질투가 가득하지만 결국 모든 연인이 맺어지는 해피엔딩 이야기다. 여름밤을 배경으로 요정왕 오베론과 여왕 티타니 아의 사랑싸움에 말려든 아테네의 젊은이 헬레나, 헤 르미아, 뤼산드로스, 데메트리오스의 복잡한 사각관계 러브스토리에 훗날 독일의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 바 르톨디(1809-1847)가 흥미를 느낀다. 멘델스존은 두 번에 걸쳐 이 유쾌한 작품을 위한 곡을 작곡하는데, 첫 작품인 「서곡」을 작곡하였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열일곱이었다. 문학적 상상력이 다 양한 악기를 통해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치환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멘델스존의 천재성을 알 수 있다. 고요하게 연주되는 목관악기는 몽환적인 여름밤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서 바이올린의 빠른 패 시지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요정의 날갯짓을 그려낸 다.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해지는 가운데 요정왕 오베 론의 등장을 알리는 위풍당당한 멜로디가 관현악의 합 주로 울려 퍼진다. 이어서 꼬일 대로 꼬인 러브스토리가 춤곡의 멜로 디로 묘사된다. 장난꾸러기 요정 퍽의 마법에 빠져 당 나귀 인간이 된 보텀의 울음소리가 현악기로 묘사되는 부분에서 멘델스존의 유머스러움이 돋보인다. 한바탕 유쾌한 음악적 서사가 펼쳐지고 나면 다 시 곡 초반에 나왔던 요정들의 날갯짓이 연주되고, 신 비로운 여운을 남기며 목관악기가 이야기의 끝을 맺 는다. 여담으로 이 「서곡」을 작곡한 후 17년 뒤, 중년의 나이가 된 멘델스존은 프로이센의 빌헬름 프리드리히 4세를 위해 희곡의 중요한 장면을 위한 극장용 곡들을 추가적으로 작곡한다. 그중 일곱째 곡인 「축혼행진곡」 은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널리 연주되고 있다. 이처럼 여름밤이 주는 영감이 비단 예술가들에게 만 허용된 특권은 아닐 것이다. 나만의 신나는 상상에 빠져들다 보면 더위는 사라지고 어느새 아침 해가 떠 오른다. 그러나 밤은 또 찾아올 터이니 아쉽지 않다. WRITER 최희은 미술·음악 분야 작가 · 번역가 77 2024. 08. August Vol.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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