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9월호

ISSN 2233-4688 월간 법무사 생활법률전문가 127년 2024. 09 vol. 687

발행인 이강천 편집인 배종국 편집주간 김정준 편집위원 강신기, 권중화, 김여원, 김지안, 김천규, 박윤숙, 박재승, 박찬계, 서영준, 이경록, 장태헌, 전재우, 한응도 편집장 임정와 편집간사 김승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4년 9월 5일 통권 제687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일러스트 조옥경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9월 펜 법무사의 펜 끝에서 탄생하는 법률의 힘. 의뢰인의 사연을 기록하는 법무사의 모습에서 전문성과 신뢰성이 묻어난다. 법 무 사 와 애 장 품

08 열혈 법무사의 민생사건부 _ 혼외자로 출생신고 한 어머니의 ‘친생부인의 허가청구’ 사건 (2024. 서울가정법원) 14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_ 엘 리자베스 여왕 일대기로 본 영국 경제사, 드라마 「더 크라운」 20 주목 이 법률 _ 간 첩죄 적용범위 확대 「형법」 개정의 쟁점과 과제 24 법률고민 상담소 _ 민 사집행, 상속, 가사 분야 28 새로 시행되는 법령 _ 「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 (2024.8.17. 시행) 등 30 요즘 화제의 판결 _ 【 대법원 2020다239045】 손해배상청구 등 91 내가 만난 법무사 _ 김우규 법무사(부산회) 32 이슈와 쟁점 _ 정부의 ‘2024 세법 개정안’ 중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주요내용 해설 _ 디지털 유산 상속 처리의 쟁점과 과제 42 발언과 제언 _ 전 세피해지원 공익법무사 현장 상담기 _ 가상으로 본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 시행의 효과와 필요성 48 뉴스 투데이 _ 「민법」 개정안, 8.28. 국회 본회의 통과 _ 「상법」, 「상업등기법」, 「부동산등기 법」, 「법인등기사항특례법」 개정안, 국회통과 50 법무사가 사는 법 _ 가 정법원 가사조사관 출신, 이강훈 법무사 Contents 월간 법무사 생활법률전문가 127년 법으로 본 세상 법무사 시시각각 14

54 나의 사건 수임기 _ 한 정승인 시의 상속재산 처분과 상속재산파산 채권자집회에서의 청산금 감액 결정 60 맞춤형 최신 대법원 판례요약 _ 2 024.5.30.선고 2019다47387 판결 등 64 최신 규칙·예규·선례 _ 부동산 등기선례(2024.4.1.~2024. 6.21.), 공탁선례(2024.6.~7.) 68 오뚝이 멘탈 관리법 _ 재 해석의 마법 – ‘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로 06 미경유람 _ 합천 황매산의 은하수 72 율사삼인지언문 _ 성 년후견과 법무사 ③ - 어느 카페 사장님의 안타깝지만 다행인 이야기 74 문화路, 쉼표 _ (수상) 중국 ‘장가계’ 기행 76 명문장으로 읽는 책 한 권 _ “ 자연은 인간의 노력에 ‘차별적으로’ 보상한다.” - 이철승, 『쌀 재난 국가』 78 음악이 들리는 그림이야기 _ 에 드바르 뭉크, 「사랑과 고통」(1895) & 아르놀트 쇤베르크, 「정화된 밤」 op. 4(1899) 80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85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90 편집위원회 레터 _ 23대 편집위원회 새로운 색깔을 담아 현장활용 실무지식 슬기로운 문화생활 동정·등록 74 50 05 2024. 09. September Vol. 687

06 미경유람 슬기로운 문화생활

美 景 遊 覽 09 합 천 황 매 산 의 은 하 수 07 2024. 09. September Vol. 687

꽃피는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고, 법무사 사무소에는 다양한 가사사건 에 관한 문의가 많아진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다짐을 실천하는 것이리라. 지난 3월에는 가족관계를 바로잡고 싶다는 젊은 남성 의뢰인이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함께 살고 있는 친생부가 있음에도 서류상으로 미혼모의 자 녀로 되어 있다며 도움을 청했다. “멀쩡히 친아버지가 계신데도 미혼모의 자녀가 되어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버지가 없습니다. 이것 때문에 어린 시절 놀림도 받고, 방황도 많이 했어요. 성인이 된 후 직접 해결해 보려고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역부족입니다. 법무사 님이 저를 좀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나는 다양한 가사사건을 처리해 본 경험으로 얼마든지 도움을 줄 수 있다 고 그를 위로하며, 가족관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보도록 했다. 아들을 혼외자’로 출생신고 한 어머니, 바로잡으려면 소송해야 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원래 중국 국적이었어요. 외가는 일제 강점기에 만주로 이 주한 조선족입니다. 어머니가 중국에 계실 때 사업차 방문한 한국인 남성을 만 나 결혼하고 한국으로 이주했는데, 막상 한국에 와서는 불화가 심해 이혼했습 니다.” 나는 의뢰인의 사연을 들으며 그가 준비해온 서류를 살펴보았다. 의뢰인 의 어머니는 중국 국적을 가진 채로 1995년경 한국 남성과 결혼했다. 아직 20 대 초반이었던 그녀는 제법 나이 차이가 있는 남성과 결혼하고 한국으로 왔지 “멀쩡히 아버지가 있지만, 미혼모의 아들입니다” 혼외자로 출생신고 한 어머니의 ‘친생부인의 허가청구’ 사건 (2024. 서울가정법원) 212일 ‘친생추정’ 08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만, 국적 회복을 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혼했다. 20대 초반에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법이고, 환상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의뢰인의 말로는 어머니가 전남편을 매우 두려워했다고 한 다. 한국에 들어온 후로 혼인관계는 거의 파탄이 났고, 이혼도 겨 우 할 수 있었는데, 이혼 후에도 숨어 살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어머니는 의뢰인의 친부를 만나 그 사이에서 의 뢰인을 낳았다. 이때는 어머니가 전남편과 협의이혼 신고한 지 212일밖에 지나지 않은 때로, 아직 이혼한 지 300일이 지나지 않아 법적으로 의뢰인은 전남편의 아이로 추정되는 ‘친생추정’ 에 걸리는 시기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1999년 의뢰인을 혼외자 로, 아버지 없는 아이로 출생신고를 했던 것이다. 어머니는 2005년, 의뢰인의 친부와 혼인신고를 했다. 친부 는 외국인등록을 한 중국인이다. 한국에 산 지 수십 년째이나 개인 사정으로 아직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의뢰인뿐 아니라 친부도 부자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했다. 한국에 “인지”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 어 구청에서 인지신고를 하려 했는데, “서류에 친생추정이 미치 는 남성(어머니의 전남편)이 있으니 그를 상대로 의뢰인과의 친 생자 관계를 부인하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판결문을 가져 와야만 인지신고를 할 수 있다”는 담당 공무원의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당사자인 어머니가 전남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용기를 내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어 왔던 것이다. 친생부인 의 허가청구 혼외자 생 부 의뢰인의 어머니는 전남편과 이혼하고 친부를 만나 그 사이에서 의뢰인을 낳았다. 이때는 어머니가 협의이혼 신고한 지 212일밖에 지나지 않은 때로, 법적으로 의뢰인은 전남편의 아이로 추정되는 ‘친생추정’에 걸리는 시기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1999년 의뢰인을 혼외자로, 아버지 없는 아이로 출생신고를 했던 것이다. 09 2024. 09. September Vol. 687

시대의 변화에 따라 친생추정 규정인 「민법」 제844조제2항이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면서 혼인종료 300일 이내에 출생했으나 이미 혼인 중의 자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는 복잡한 소송을 하지 않아도 비송사건인 ‘친생부인의 허가청구’로 친생추정을 배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의뢰인도 출생신고가 되긴 했으나 ‘혼외자’로 신고된 것이므로, 일단 비송사건으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 관계가 아니라 생물학적 관계이므로 친생모와 자의 관계 는 법률로 정하지 않는다. 반면 친생부는 (유전자검사를 하지 않는 한) 생물학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므로 자녀와 의 관계를 법률로 정한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 터 3백 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 정한다”고 규정한 위 844조제2항의 단서조항은 2015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났다. 당시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이유를, 결정문(일부발췌)을 통해 들어 보자. ▶ 「민법」 제884조제2항 위헌확인 [전원재판부 2013헌마623, 2015.4.30.] 오늘날 이혼 및 재혼이 크게 증가하였고, 여성의 재혼금지기간이 2005년 민법 개정으로 삭제되었으 며, 이혼숙려기간 및 조정전치주의가 도입됨에 따라 혼인 파탄으로부터 법률상 이혼까지의 시간간격이 크게 늘어나게 됨에 따라, 여성이 전남편 아닌 생부 의 자를 포태하여 혼인 종료일로부터 300일 이내에 그 자를 출산할 가능성이 과거에 비하여 크게 증가 하게 되었으며,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부자관계 를 의학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쉽게 되었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따르면, 혼인 종료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가 전남편의 친생자가 아님 이 명백하고, 전남편이 친생추정을 원하지도 않으며, 생부가 그 자를 인지하려는 경우에도, 그 자녀는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어 가족관계등록부에 전남 편의 친생자로 등록되고, 이는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 를 통해서만 번복될 수 있다. 그 결과 심판대상조항 은 이혼한 모와 전남편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데 부담이 되고, 자녀와 생부가 진실한 혈연관계를 회복 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요즘 때가 어느 땐데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기 어렵게 해놨냐”는 소리다. 이와 같은 헌재의 결정 에 따라 국회는 2018년 「민법」 및 「가사소송법」을 일부개 헌재의 친생추정 조항 위헌 결정, 이제는 소송 말고 비송으로!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의뢰인의 어머니가 오랜 두려움을 떨치고 소송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 러나 사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세월이 흘러 친생추 정 제도도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굳이 친생부인소송을 하지 않아도 인지신고가 가능한 방법이 있다는 얘기다. 「민법」(법률 제12881호) 제4장은 ‘부모와 자’의 관계 를 규정한다. 제4장제1절은 친생자 부분이고, 그 첫 조문 인 제844조는 친생추정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다. ▶ 「민법」(법률 제12881호) 제844조(남편의 친생자의 추정) ①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는 부의 자로 추정한다. ②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백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 료의 날로부터 3백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 어머니는 자식을 직접 낳는다. 모자관계는 법률적인 10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이 사건의 경우는 이혼신고 후 아이 출생까지 252일 이 지났었다. 역시 친생추정 300일에 걸리는 기간이다. 아이 엄마는 유전자검사로 살인범도 잡는 시대에 이런 규 정이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펄쩍 뛰면서 빨리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나는 법적 유부녀가 다른 남성과 아이를 낳은 후 친생추정에 따라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게 되자 친생부 가 아이를 따라 비극적 선택을 했던, ‘하민이 사건’ 등을 접 하며 미혼부의 출생신고 등과 관련한 출생신고제도에 관 심이 많았고, 출생통보제 도입 등 출생신고 되지 않는 아 이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변호사 친구 덕분에 이런 경우 친생부인의 소가 아닌, 비송사건인 “친생부인의 허가 청구”로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친생부인소송”을 하겠다는 의뢰인에게 비송 사건으로 간단하고 빠르게 결정을 받아 출생신고 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신청부터 결정까지 3달이 채 걸리지 않 아 사건을 해결했었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친 생부인허가청구” 사건으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판단한 것이다. 그렇지만 첫 사건처럼 친생부인허가청구에 전형 적인 케이스는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의뢰 인에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일단 비송으로 진행해 보 기로 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소송보다 비교적 빠르고 간단 한 비송사건으로 친생추정을 깰 수 있게 됐지만, 혼인 중 자녀로 출생신고 된 경우는 해당이 안 돼 무조건 소송해 야 합니다. 하지만 의뢰인님은 출생신고가 되어 있긴 해도 ‘혼외자’로 되어 있어 비송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해요. 물 론 소송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비송으로 접수하고, 이후 법원 판단에 따라 진행해 가시지요.” 그러나 사건은 관할부터 삐거덕거렸다. 친생부인허 가청구 사건의 관할은 ‘사건본인의 주소지’ 또는 ‘출생지’ 가정법원이다. 첫 사건의 경우는 아이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기에 당연히 주민등록초본도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출생한 병원을 기준으로 관할을 정했었다. 그래서 이번 사건도 ‘출생지’가 관할일 것이라 생각하 고 사건을 접수했는데, 법원으로부터 사건본인의 주민등 록이 이미 된 경우에는 ‘주소지’로 관할을 정해야 한다며, 정(2017.10.31. 공포, 2018.2.1. 시행)하여, 혼인종료 300일 이내에 출생했으나 이미 혼인 중의 자녀로 출생신고가 되 지 않은 자녀인 경우는 복잡한 소송을 하지 않아도 비송 사건인 ‘친생부인의 허가청구’를 통해 친생추정을 배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니까 의뢰인의 경우도 어머니가 그토록 무서워 하는 전남편과 마주치며 친생부인소송을 하지 않아도 비 송인 ‘친생부인의 허가청구’를 통해 친생추정을 배제하고, 인지신고를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의뢰인의 경우는 출생 신고가 된 사례이긴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혼중자’가 아닌 ‘혼외자’로 출생신고 되었으므로 청구가 가능할 것으 로 보았다. ‘혼외자’로 이미 출생신고 된 경우도 ‘친생부인 허가청구’ 가능할까? 필자는 2021년, 친생부인 허가청구 사건을 해본 경험 이 있다. 아이 엄마가 혼외자로 출생신고 하려 했으나, 이 제는 전산화가 된 덕분인지 친생추정이 미치는 전남편이 확인되어 친생부인 관련 판결문이 없으면 아이의 가족관 계등록부에 전남편이 아버지로 남는다고 하자 필자를 찾 아왔었다. 11 2024. 09. September Vol. 687

남편에게 ‘의견청취서’를 보내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의뢰인은 어머니가 전남편에게 노 출되는지 여부를 매우 민감해했다. 친생부인허가청구의 청구권자는 사건본인의 모, 또는 전남편이어서 의뢰인은 청구인이 될 수 없어 그 어머니를 청구인으로 하여 사건 을 진행했는데, 법원에서 전남편 관련 서류들을 제출하라 고 하니 가뜩이나 예민한 의뢰인의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 진 것이다. 친생부인 허가청구로 진행하면 어머니가 전남편을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해서 사건을 진행한 것인데, 이제 와서 전남편을 만나야 한다고 하냐며 사건을 진행할 수 없다고 흥분하는 의뢰인을 진정시키며, 나는 이후 가능한 3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법원이 전남편 분에게 의견청취서를 보냈을 때, 예 상되는 반응은 3가지입니다. 첫째는 무반응. 그렇다면 제 가 1달 정도 후에 “의견서를 내지 않은 것은 사건에 동의 한다는 것이니 결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할 거예요. 이것이 가장 가능성 높고, 사건이 원활하게 종료되는 경우 입니다. 둘째는 이 사건에 동의한다는 의견서를 보내주는 경 우. 이때는 결정이 빠르게 나오겠지만 현실성은 없습니다. 마지막 셋째는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인데, 이때는 법원에서 ‘심문기일’을 잡을 수 있고, 심문기일이 잡히면 청구인인 어 사건을 다시 접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당황했지만,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비송은 안 되 니 소송으로 하라고 하지 않고, 관할을 바꿔 접수하라고만 했으니 어쨌든 비송사건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 아닌 가. 나는 서둘러 사건을 재접수(2024.4.25.)한 후 의뢰인에 게 친부와 유전자검사를 진행해 결과를 보내달라고 했다. 전남편 관련 서류 제출하라는 법원, 예민해진 의뢰인 굴곡이 있긴 했지만 사건은 제대로 풀려가고 있었던 반면, 의뢰인은 그렇지 못했다. 이 문제로 어릴 때는 놀림 을 받고, 성인이 되어서는 고민이 많았던 의뢰인은, 사건 진 행과정 하나하나에 예민했고, 사건 수임 전에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지금은 왜 통화가 어렵냐며 서운해했다. 가사사건을 맡은 법무사는 상담이 끝난 후에는 의뢰 인보다 구청의 담당 공무원과 소통할 일이 더 많다. 가사 사건은 ‘판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판결문을 받아 (엉뚱하게 진행할 경우, 아무 쓸데 없는 판결문을 받는 경 우가 왕왕 있다) 구청에서 “신고” 업무를 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사건도 그 목적은 친생부의 “인지신고”가 되어 가족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므로, 나는 그 목적을 위해 구 청 담당자들과, 과연 이 사건이 비송사건인 ‘친생부인허가 청구’로 진행 가능한지, 비송 결정문으로 인지신고가 가능 한지 등에 대해, 진이 빠지도록 소통하고 있었다. 물론 의뢰인은 법무사의 업무를 잘 모르니 그렇겠지 만, 자신이 원할 때 통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 하던 의뢰인이 “결정이 안 나면 수임료를 환불해 달라”고 까지 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던 나로서 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한편, 그 와중에 관할이 수정된 사건을 재접수한 서 울가정법원에서 보정명령이 내려왔다. 친생추정이 미치는 의뢰인 어머니의 전남편에 관한 서류(기본증명서, 가족관 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주민등록초본, 후견등기사항 증명서)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이전 사건의 경험상, 전 12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머니께서 법원에 출석해야 합니다. 하지만 심문기일에 그 사람이 나올지 안 나올지는 미지수예요. 이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전남편 분이 어떤 행동을 취 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고, 그에 대해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알 수 없으니 지금은 일단 기다려 보는 것이 최 선입니다.” 그러나 심문기일에 어머니가 전남편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의뢰인의 예민함이 폭주했다. 가사사건을 다양하게 경험하다 보면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좋 지 않은 감정으로 얽혀 있는 당사자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될 때가 가끔 있다는 것이 큰 고충이다. 전남편 반대에도 법원은 인용 결정, ‘진실한 혈연관계 회복’에 방점 어머니의 전남편인 그 남자는 의견청취서를 받고 과 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실 나도 신경이 쓰였다. 제발 아 무것도 하지 말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그는 법원에 ‘의견서’ 를 보냈다. 나는 의견서가 접수된 것을 확인하고, 참지 못 해 법원에 전화해서 그 내용을 알 수 있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의견서를 송달해줄 테니 내용을 보라고 하 면서, 덧붙여 말하길 “반대하는 의견서라 판사님이 어떤 결정을 할지 기다려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 마이 갓! 최악 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었다. 신경이 곤두서 있는 의뢰인 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 기적이 일어났다. 전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바로 인용 결정(2024.6.11.)을 내려준 것이다. 사실 ‘유전자검사’로 인해 친생추정은 깨진 것이고, 전남편은 의뢰인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 사실이 다. 혼외자로 출생신고 되어 친생부와 함께 자랐기에 그는 의뢰인과 평생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다. 그에게 아버 지로서의 발언권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법원은 ‘진실한 혈 연관계’의 회복을 더 중요하게 본 것이다. “좋은 소식이에요. 판사님이 전남편의 의견서는 무시 했나 봅니다. 바로 인용결정을 내려주셨어요. 확정된 후 확정증명서와 결정문을 가지고 구청에 가셔서 인지신고 를 하시면 됩니다.” 의뢰인의 친생부도 조선족이다. 조선족은 가족관계 등록부에 성명을 표기할 때 중국식 발음을 원지음으로 표 기할 수 있으나, 한국식 발음의 한글로 표기할 수도 있다. 지금 어머니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중국식 발음으로 기 재되어 있는데, 나는 기왕 아버지의 이름을 가족관계등록 부에 올릴 수 있게 되었으니 같은 성으로 기재하면 좋겠 다는 생각에 이에 관한 내용까지 안내해 드렸다. 결론이 좋으면 다 좋다고, 의뢰인도 인용 결정이 나자 진심으로 기뻐하였다. 나는 심판문에 “문언의 해석상 혼인 외 자녀 로 출생신고가 된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허가청구를 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쓰인 문구를 읽고, 나의 법령 해석이 옳았음에 법률가로서 희열을 느꼈다. 의뢰인은 한번 찾아뵙고 싶다며 결정문을 받으러 사 무실을 찾아와, 로또 한 장을 선물로 주고 갔다. “진실한 혈연관계를 회복”한 의뢰인을 떠올리며, 나는 오늘도 짜릿 한 보람을 느낀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내게 기적이 일어났다. 전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바로 인용 결정을 내려준 것이다. 사실 ‘유전자검사’로 인해 친생추정은 깨진 것이고, 전남편은 의뢰인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의뢰인과는 평생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인 그에게 아버지로서의 발언권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법원은 ‘진실한 혈연관계’의 회복을 더 중요하게 본 것이다. WRITER 김선미 법무사(경기중앙회) 13 2024. 09. September Vol. 687

대영제국은 어떻게 현재의 자본주의를 만들었나? 엘리자베스 여왕 일대기로 본 영국 경제사, 드라마 「더 크라운」 ⓒ Netflix 제공 더 크라운(THE CROWN, 2016.~2023.) 정보 : 영국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즌 1~6(완결) 제작 : 피터 모건 실제 사건들에서 영감을 얻어 픽션으로 극화한 드라마.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 왕국들의 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재위 중 정치적 투기와 로맨스, 그리고 20세기 후반 세계의 지각을 형상한 사건 등 여왕의 일생과 여왕의 통치에 영향을 준 정치적, 개인적 사건들을 조명한다. 법으로 본 세상 14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비트코인, 메타버스, NFT, 그리고 주식 투자는 모두 하 나의 전제 속에서 가능한 존재입니다. 바로 자본주의가 무너 지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잘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이 자본 주의가 앞으로도 계속 잘나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주 의 탄생의 역사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18세기 대영제국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 이 정설입니다. 지금은 ‘영국(United Kingdom)’인 이 나라(한 반도의 1.103배 크기, 우리와 비슷한 약 6,796만 명의 인구 규 모)가 어떻게 세계 최초로 자본주의 국가가 되었을까요? 그 탄생의 뿌리를 「더 크라운」의 이야기와 함께 알아봅니다. 대영제국 엘리자베스 여왕 재위기, 사회·경제상 그린 드라마 일단 15세기부터 20세기인 1997년까지 존속했던 대영 제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였는지 그 규모부터 알아보죠. 퀴 즈 하나를 낼 테니 맞혀보세요. Q. 다음 세 나라 중 가장 영토가 넓었던 나라는? ① 대영제국 ② 몽골제국(징기스칸 당시) ③ 러시아제국(폴란드 점령) ⓒ Netflix 「더 크라운」은 영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배경으로 왕실의 이야기를 통해 영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특히 전후 복구 노력부터 대처리즘의 신자유주의, 그리고 세계화시대의 도전까지 영국 자본주의의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시리즈 6편 중 가장 흥미로웠던 편은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비중 있게 그려지는 ‘시즌 4’입니다. 정답은 2번으로 생각하신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1번 대 영제국입니다. 18세기 당시 대영제국의 영토는 3,500만 ㎢였 고 몽골제국은 그보다 한참 뒤진 2,300만 ㎢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단일국가로는 가장 컸던 러시아제국(구소 련과 영토가 거의 겹치나, 현재의 폴란드까지 포함되어 있어 더 큼)이 2,200만 ㎢였으니, 대영제국은 그야말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는 걸 알 수 있죠. 이러한 대영제국의 위상과 자본주의 탄생의 뿌리에 대 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지난해 시즌 6까지 완성해 방영한 「더 크라운」을 강추합니다. 현재 찰스 3세 영국 왕의 어머니이자 영국 빅토리아 여 왕(64년)보다 더 장기간 재위(70년)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 왕의 전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럼, 각 시리즈의 내용을 경제 적 관점에서 한번 정리해 볼까요? 시즌 1 전후 영국의 재건과 군주제의 역할(1947~1955) 현대사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경 제적 어려움, 윈스턴 처칠의 재집권과 엘 리자베스 2세의 즉위. 냉전 시대의 시작 과 영국의 국제적 역할 변화. 경제 ● 전후 복구 노력, 배급제와 긴축 정 책, 산업 국유화 및 복지국가 확립. 군주 제는 국가적 단합과 안정의 상징으로서 경제 재건에 기여. 15 2024. 09. September Vol. 687

시즌 6 새로운 천년과 군주제의 지속(1997~2003) 현대사 ● 토니 블레어 총리의 등장과 신 노동당 정책,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참 전, 엘리자베스 2세의 황금 희년. 경제 ● 경제 안정과 성장, 하지만 세계화와 기술 변화에 따른 도전. 군주제는 현대 사회 에서도 국가적 상징과 안정의 역할을 유지.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영국왕실과 영국 경제에 미친 긍정적 영향 「더 크라운」은 영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배경으로 왕실의 이야기를 통해 영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를 보 여줍니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전후 복구 노력부터 대 처리즘의 신자유주의 정책, 그리고 세계화시대의 도전까지 영국 자본주의의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시리즈 6편 중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편 은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가 비중 있게 그려지는 ‘시즌 4’입니다. 대처 역은, 잊을 수 없 는 「X파일」의 스컬리(질리언 앤더슨 분)가 맡았는데, 영화 「철 의 여인」(2012)에서 대처 역을 맡았던 메릴 스트립보다 훨씬 더 대처 같았어요. 말투며 표정이며, 제스처까지 거의 빙의 수준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즌 4의 10개 에피소드 중 5화 「실직자」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혼남인 주인공은 직장을 잃은 실업 자로 평범한 영국 시민이죠. 그런 그가 황실에 몰래 잠입해 여 왕에게 하소연합니다. “대처, 그 여자가 영국을 망치고 있다”고. 이는 가십성 에피소드로 볼 수 있는데, 제작진이 굳이 이 사건을 집어넣은 것을 보면 40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신자유주의는 결국 빈부격차를 더욱 키우고, 사회적 약자의 삶을 더욱 핍진하게 만든 원흉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엘리자베스 전 여왕과 찰스 왕(드라마 ‘시즌 6’ 개봉 전까지는 왕세자였음) 사이에는 바로 이 여인, 다이애나 왕세 자빈이 있었습니다. 찰스 왕세자와 결혼 전, 다이애나 공비 (Princess of Wales) 시절부터 시작해 1980년대 다이애나는 마 시즌 2 격동의 1950년대와 수에즈 위기(1956~1964) 현대사 ● 보수당 정부의 연속 집권, 헝가 리혁명과 수에즈 위기로 인한 영국의 국제 적 위상 약화, 냉전 심화와 핵무기 경쟁. 경제 ● 전후 호황과 소비사회의 도래, 산 업구조 조정과 기술 발전. 수에즈 위기는 영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파 운드화 가치 하락 초래. 시즌 3 1960년대의 변화와 도전(1964~1977) 현대사 ● 노동당 정부의 집권과 사회개혁 시도, 탈식민화 가속화와 영연방의 변화. 냉전 완화와 데탕트 시대. 경제 ● 경제성장 둔화와 파운드화 평가 절하, 노사갈등 심화와 파업 증가. 석유 파동으로 인한 경제위기와 인플레이션. 시즌 4 마거릿 대처 시대의 개막과 1980년대의 격변 (1979~1990) 현대사 ● 대처 총리의 등장과 신자유주의 정책의 추진, 포클랜드 전쟁 승리와 대처 리즘의 절정. 냉전종식과 소련붕괴. 경제 ● 대처리즘의 시장개방과 규제 완화, 국영기업 민영화와 금융 자유화. 경제 회 복과 성장, 하지만 빈부 격차 심화와 사회 불안 증가. 시즌 5 격동의 1990년대와 왕실의 위기(1990~1997) 현대사 ● 대처 총리의 사임과 존 메이저 총리의 취임, 영국경제의 침체와 유럽통 합 논쟁.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비극적인 죽음과 왕실의 위기. 경제 ●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가, 블랙 수 요일 사태로 파운드화 폭락. 유럽 환율메 커니즘 탈퇴와 경제회복 노력. 슬기로운 문화생활 16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세계적 인기는 영국 왕실 브랜드의 세계적 인지도와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영국의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국 방문 관광객 수가 증가하고, 왕실 관련 기념품 시장이 성장했으며, 다이애나의 삶과 왕실과의 관계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책 등의 매체들이 증가하며 미디어 산업의 경제적 가치 또한 높였습니다. 돈나나 마이클 잭슨과 함께 10대들의 우상이었죠. 1981년 그녀 의 결혼식이 당시 TV에서 생중계되던 것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다이애나가 결혼해 왕세자빈으로 영국왕실에 입성한 후, 다이애나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영국 왕실은 그 입지 가 매우 높아졌을 뿐 아니라 영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항을 주었습니다. 다이애나와 영국 왕실의 관계를 경제적으로 분 석하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영국이란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데, 다이애나가 미친 사회경제적 영향을 크게 3가지로 나눈 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 왕실의 경제적 가치 제고 다이애나의 인기는 왕실 브랜드의 세계적 인지도를 높 였습니다. 관광객 수가 증가하고, 켄싱턴궁처럼 다이애나 비 관련 장소들에 관광객 수가 급증하며 관광수입이 크게 증가 했죠. 또, 다이애나 관련 기념품이 인기를 끌면서 왕실 관련 기념품 시장이 성장하고, 다이애나와 왕실 관계 등을 다룬 다 큐멘터리, 영화, 책 등의 매체들이 증가하며 미디어 산업의 가 치 또한 높였습니다. ● 대중의 관심과 소비패턴의 변화 다이애나는 패션 아이콘으로서 대중의 소비 패턴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녀가 착용한 옷과 액세서리는 즉시 유 행이 되었고, 그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은 큰 주목을 받으며 매 출이 급성장했습니다. 이는 패션 관련 산업에 직접적인 경제 적 이득을 가져왔죠. 또, 다이애나에 대해 다룬 잡지, 신문, 방 송들은 높은 판매율과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미디어산업도 함께 성장했습니다. ● 자선 활동과 사회적 영향 확대 다이애나는 많은 자선 활동에 참여했는데, 그녀가 지지 한 자선단체들은 더 많은 기부금을 받았고, HIV/AIDS, 지뢰피 해자 지원 등의 활동은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국민적 인 ⓒ Netflix 17 2024. 09. September Vol. 687

식을 높이고, 관련 산업 및 단체들의 활성화로 이어졌습니다. 다이애나 특수를 누렸던 영국 왕실은 2017년 기준으로 그 경제적 가치가 약 675억 파운드(약 100조 원)에 이릅니다. 왕실 소유 재산, 관광산업 기여, 왕실 인증 프리미엄 효과 등 을 종합한 결과죠. 대영제국은 한물갔어도 대영제국을 만든 영국 왕실은 여전히 건재한 이유입니다. 영국에서 자본주의가 탄생한 이유 ① –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막강한 해군력 그럼, 이제 엘리자베스 여왕 이전에 영국 자본주의가 탄 생한 뿌리에 대해 살펴볼까요? 세계 최고의 빈곤 전문가 제 프리 삭스 교수는 1776년을 자본주의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해 로 꼽습니다. 그해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것보다 더 중요한 일 이 있었으니 바로 자본주의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가 「국부 론」을 통해 자본주의의 정신과 본질을 공식적으로 알리기 시 작한 때입니다. 자본주의뿐 아니라 현대 경제학의 뿌리이기도 한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시장가격)’을 강조하며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자유롭게 만나 서로가 합 의한 가격에 물건을 판매할 때 거래는 완성되며, 이를 합법적 으로 지켜주는 역할이 국가의 임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이유가 제빵사들의 이타심이 나 동정심 때문이 아니라 돈을 벌고자 하는 이기심 때문이라 는 유명한 말도 했죠. 자본주의를 대강 요약하면 바로 이 두 명제(보이지 않는 손과 이기심)로 정당화됩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 자이기 이전에 윤리학자였습니다. 그가 젊었을 때 쓴 「도덕 감정론」에서는 인간의 이기심 이나 탐욕에 대한 칭찬보다는 동정심과 인류애를 더욱 강조 했었죠. 그래서 그가 구상했던 보이지 않는 손은 차가운 손이 아니라 ‘따뜻한 손’이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로 이어지는 영국의 경 제학자들은 자본주의의 3번째 법칙인 ‘무역을 통한 국제적 부의 축적’을 지향했습니다. 스미스는 무역은 지식의 확산을 돕고, 마침내 세력의 재균형을 가져온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영국 자본주의의 탄생에 애덤 스미스 한 사람에 게만 특허권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여 기에 ‘넓은 영토를 지킬 수 있는 강한 해군력’을 더했습니다. 섬나라인 영국은 도버 해협이 지켜주고 있어서 외국으로부 터 침입을 당하지 않았죠. 물론 로마는 바다를 건너 영국을 정복한 최초의 이민족 ⓒ Netflix 슬기로운 문화생활 18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이었고, 영국의 핵심인 잉글랜드를 세운 민족도 덴마크와 독 일 북부에 있던 게르만족인 앵글로와 색슨족이었던 걸 고려 하면, 영국이 아시아의 일본처럼 침략을 전혀 안 받은 국가라 는 주장에는 얼마든지 반론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북부에 근거지를 둔 노르만족(게르만족 의 일부) 역시 앵글로 색슨이 지배하던 잉글랜드를 다스린 적 이 있으니까요. 아시아의 섬나라 일본을 아시아 최강국으로 만든 비결이 일본의 해군력이었듯이 영국을 대영제국으로 만든 것도 영국의 해군력이었습니다.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지도 제작에 앞장서며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도왔습니다. 왕립과학원에서 세계지도를 만들 기 시작한 건 외국에 식민지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이었죠. 하지만 영국 해군은 먼저 세계를 제패한 스페인의 해군과 는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스페인 축구 대표팀을 16세기의 스페인 해군과 비유해 ‘무적함대’라고 하겠습니까? 이때 공헌한 사람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무적함대를 무찌른 엘리자베스 1세였고,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나폴레옹을 이긴 넬슨 제독이겠지만, 실제 영국 해군의 출발은 해적이었습니다. 영국 해군의 창시자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해적이었죠. 카리브 해의 스페인 식민지로 가는 배를 털면서 스페인으로 부터 ‘죽일 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입니다. 이를 발탁해 영국 해군을 맡긴 인물이 바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었습니 다. 해적에서 기사로 일약 신분이 상승한 것이죠. 영국에서 자본주의가 탄생한 이유 ② - 경험론의 지적 토양과 풍부한 석탄 제프리 삭스는 영국 자본주의 탄생의 뿌리에 몇 가지 요 소를 덧붙입니다. 바로 대학의 존재와 그 대학에서 세상의 본 질은 무엇인가, 인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탁상공론을 넘어 경험론에 입각한 실용적 학문을 배우고, 인재를 양성하 는 교육제도를 마련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경험론의 기초를 제공한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 컨’이 없었다면 대영제국이 그렇게 오랫동안 세계를 지배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제프리 삭스의 의견에 주석을 달자면, 실사구시와 실용성을 앞세운 경험론의 전통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혁신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경험론은 사람들이 상상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적 토양을 쌓았습니다. 18세기 영국시인 윌리엄 블 레이크가 자신의 시, 「천국과 지옥의 결혼(The Marriage of Heaven and Hell)」에서 “현재 증명된 것은 한때 우리 상상 속 에서만 존재했던 것”이라고 말한 그대로 영국의 경험론은 상 상 속에서 꿈꾸던 물건들을 현실로 만들어내도록 했습니다. 대량생산의 초석이 되었던 방적기와 방직기, 그리고 산업혁 명의 핵심인 증기기관차 등등.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자원이 그리 많 지 않은 영국에 유달리 많은 석탄이 매장되어 있어 그 채굴과 사용이 자유로웠다는 것입니다. 영국은 1882년 런던의 홀번 비아덕트 지역에 세계 첫 중앙제어 석탄발전소를 개설한 이 래 199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이 전체 에너지원의 46.5%를 차지할 만큼 석탄 의존도가 높은 나라였습니다. 특히 뉴캐슬과 글래스고 지방의 석탄 매장량이 엄청나 게 많았죠. 유럽국가 중 맨 먼저 9세기에 석탄을 발견한 곳이 바로 영국입니다. 그런 나라가 2025년까지 석탄 제로 정책을 도입해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현재 존속한 3개의 석탄발전소 마저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이날이야말로 대영제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 아닐까요? WRITER 신진상 재테크 전문 저술가 · 입시 컨설턴트 경험론의 기초를 제공한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없었다면 대영제국이 그렇게 오랫동안 세계를 지배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영국의 경험론은 사람들이 상상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적 토양을 쌓았고, 대량생산의 초석이 되었던 방적기와 방직기, 그리고 산업혁명의 핵심인 증기기관차 등 상상 속에서 꿈꾸던 물건들을 현실로 만들어내도록 했습니다. 19 2024. 09. September Vol. 687

문제의 소재 – 「형법」 제98조, 간첩죄 처벌이 ‘적국’에 한정 등 최근 국군정보사령부 군무원이 북한 정찰총국 정보원일 가능성이 있는 중국 동포에게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를 계기로 현행 「형법」 제98조(간첩) 규정의 문제점이 수면위로 등장하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범죄와 형벌을 다룬 기본법인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 는 간첩죄 규정으로 위 사안을 다룰 수는 없는 것일까? 「형법」 제98조제1항은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2항은 “군사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로 규정하고 있으며, 1 헌 법재판소와 대법원 모두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북한이 국가가 아닌 이상 적국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다. 따라서 ‘죄형법정주의’ 라는 대원칙을 관철하는 한 위 사안을 「형법」 제98조 간첩죄로 다루는 것이 어렵게 된다. 이 외에도 본조에는 다른 문제점들이 존재하므로 「형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된 바 있으나 임기만료 폐기되는 등 실질적인 변화 없이 지 금에 이르러 뒤늦은 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하여 과거를 탓하는 것은 지양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 는 동종 내지 유사범죄를 합리적인 법률개정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도 처벌할 수 없는, 「형법」 제98조 01. 간첩죄 적용범위 확대 「형법」 개정의 쟁점과 과제 Attention 법으로 본 세상 주목 이 법률 20

고, 우방국이라고 해서 적대적인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것 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방국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국가 안전을 위태롭게 하려는 목적으로 국가기밀을 탐지ㆍ수집 하는 등의 행위가 있으면 간첩죄 성립을 인정하는 방향으 로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슈는 세계적으로 최 근의 일만이 아니며, 대한민국도 테러로부터 결코 안전지 대라고 단정할 수 없기에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큰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가 있었 는지 여부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 따라서 테러집단과 같은 외국인 단체를 위한 간첩행위도 개정안의 내용으로 신설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나. 국가기밀의 정의와 관련한 문제와 개정방향 간첩의 개념과 관련해서는 해석의 대립이 있지만 행 위의 객체가 국가기밀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국가기밀이 되기 위한 요건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법원은 “…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 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8이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 판소는 “비공지의 사실로서 적법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 서의 표지를 갖추고 그 누설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 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함으로써 국가기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①비공지성과 ②기밀로서의 실 구체적 개정방향 논의 가. 적국에 한정된 경우의 문제점과 개정방향 반복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 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 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도 “북한괴 뢰 집단이 하나의 불법단체로서 국가로 인정할 수 없음은 물론···”2이라고 판시함으로써 북한을 국가가 아닌 반국가 단체로 파악하고 있다. 대법원은 한때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기 위 해 북한을 적국에 준하는 것(준적국)으로 파악함으로써 간 첩죄의 성립을 인정한 적도 있다.3 하지만 「형법」 제102조 (준적국)는 “제93조 내지 전조의 죄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에 적대하는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는 적국으로 간주한 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북한이 국가가 아님과 동시에 외국인으로 구성된 단체도 아닌 한 현행 「형법」 상으로는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4 결국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는 우리 국민으로 구성된 반국가단체를 위해 간첩행위를 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으 므로, 위 사안을 「형법」 상 간첩죄 규정으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라는 대원칙에 반하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반국가 단체를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있 도록 본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적국개념과 관련한 두 번째 문제로서, 현행 「형법」으로는 적국이 아닌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를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국 제정세나 외교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적국과 우방국의 확 연한 구별이 어렵고,5 실제 적국에 해당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 것이므로 외환의 죄의 규율영역이 지나치게 좁아질 염려가 있다.6 물론 「형법」은 적국개념의 축소를 우려하여 제102조 에서 준적국 규정을 두고는 있지만,7 ‘대한민국에 적대하 는’이라는 구성요건으로 인해 그 범위가 또다시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여 준적국 규정을 삭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장래의 일을 전적으로 예견할 수 없 1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2 대법원 1959.7.18.자, 4292형상180결정; 대법원 1971.9.28.선고, 71도 1498판결; 대법원 1983.3.22.선고, 82도3036판결. 3 “북한괴뢰집단은 우리 「헌법」 상 반국가적인 불법단체로서 국가로 볼 수 없으나, 간첩죄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국가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한 다.”(대법원 1983.3.22.선고, 82도3036판결). 4 「형법」상 간첩죄 규정은 이와 같은 한계가 있으므로, 사안에 따라 특별법 인 「군형법」, 「군사기밀보호법」, 「국가보안법」 등을 적용하여 왔다. 5 임웅, 『형법 각론』, 법문사, 2023, 898면. 6 신동운, 「간첩죄와 국가기밀」, 『고시연구』, 고시연구사, 1998, 213면. 7 「형법」 제102조 “제93조 내지 전조의 죄에 있어서는 대한민국에 적대하 는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는 적국으로 간주한다.” 8 대법원 1997.7.16.선고, 97도985전원합의체판결. 02. 21 2024. 09. September Vol. 687

이와 달리 군사기밀은 “기밀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에 한정하지 아니하고”라고 함으로써 기밀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기밀가치만 있으면 충분하다 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기밀과 군사기밀은 유종관계, 즉 군사기밀 은 국가기밀의 한 종류이므로 군사기밀이 국가기밀의 범주 에 포함되는 형태로 규정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문제된다. 따라서 위 개정안의 내용은 오히려 반대의 모습 을 취하고 있어 체계논리에 어긋나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 개정안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국가기밀로 분류된 사항만을 국가기밀로 보게 된다면, 국가기밀로서의 실질적인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국가기밀로 분류 되지 못한 내용을 유출한 경우 간첩죄로 다룰 수 없는 문제 가 있고, 국가기밀로 분류 및 지정을 위한 절차를 밟는 도중 에 해당 기밀이 유출될 경우에도 본죄로 다룰 수 없는 문제 가 있으므로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국가기밀로 지정 및 분류된 사항만을 국가기밀로 인정해야 한다는 형식적 요건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다. 간첩의 개념과 관련한 문제점과 개정방향 간첩의 의미를 놓고 학계에서는 ①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는 행위만을 의미한다는 견해와9 ②국가기밀을 탐 질적 가치라는 2가지 요건을 갖춰야만 한다. 이와 같이 판례의 법리가 정착되어 있지만, 제22대 국 회에서 국가기밀의 정의를 명문화한 「형법」 일부개정법률 안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판례의 입장이 변경될 가능 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인권보장 차원에서 법 률로써 국가기밀의 개념과 요건을 명문화한 것은 유의미하 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체계논리를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유의할 점이 있다. 특히 「형법」 일부개정법률안(2202437)은 국가기밀의 개념을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한정된 인원만이 알 수 있 도록 허용되고 다른 국가 또는 집단에 대하여 비밀로 할 사실ㆍ물건ㆍ시설 또는 지식으로 분류된 사항을 말한다.”라 고 하고 있으며, 이와 달리 군사기밀은 “국가안전보장을 위 하여 군사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법령에 따라 기밀 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외 부에 알려지지 아니하는 것이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이 익이 있는 사항을 말한다.”라고 함으로써 국가기밀과 군사 기밀의 요건을 달리 규정하고자 하였다. 본 개정안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말하고 있는 바 와 같이 국가기밀의 요건인 ①비공지성과 ②기밀로서의 실 질성이라는 2가지 요건을 모두 담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국가기밀을 “…분류된 사항을 말한다.”라고 함으로써 국가 기밀로 지정 또는 분류라는 형식을 갖춰야 한다는 3번째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첩죄의 처벌 범위에 대해 규정한 「형법」 제98조가 ‘적국’에 한정되어 있는 문제점 해결에는 여야 불문 이견이 없다. 다만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다양한 법률 선진국들의 입법례와 국제 정세에 비추어 ‘외국’ 및 ‘외국인 단체’를 위한 간첩행위도 구성요건화해야 하며,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형법」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반국가단체’를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 법으로 본 세상 주목 이 법률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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