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의 경우는 이혼신고 후 아이 출생까지 252일 이 지났었다. 역시 친생추정 300일에 걸리는 기간이다. 아이 엄마는 유전자검사로 살인범도 잡는 시대에 이런 규 정이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펄쩍 뛰면서 빨리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나는 법적 유부녀가 다른 남성과 아이를 낳은 후 친생추정에 따라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게 되자 친생부 가 아이를 따라 비극적 선택을 했던, ‘하민이 사건’ 등을 접 하며 미혼부의 출생신고 등과 관련한 출생신고제도에 관 심이 많았고, 출생통보제 도입 등 출생신고 되지 않는 아 이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변호사 친구 덕분에 이런 경우 친생부인의 소가 아닌, 비송사건인 “친생부인의 허가 청구”로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친생부인소송”을 하겠다는 의뢰인에게 비송 사건으로 간단하고 빠르게 결정을 받아 출생신고 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신청부터 결정까지 3달이 채 걸리지 않 아 사건을 해결했었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친 생부인허가청구” 사건으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판단한 것이다. 그렇지만 첫 사건처럼 친생부인허가청구에 전형 적인 케이스는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의뢰 인에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일단 비송으로 진행해 보 기로 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소송보다 비교적 빠르고 간단 한 비송사건으로 친생추정을 깰 수 있게 됐지만, 혼인 중 자녀로 출생신고 된 경우는 해당이 안 돼 무조건 소송해 야 합니다. 하지만 의뢰인님은 출생신고가 되어 있긴 해도 ‘혼외자’로 되어 있어 비송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해요. 물 론 소송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비송으로 접수하고, 이후 법원 판단에 따라 진행해 가시지요.” 그러나 사건은 관할부터 삐거덕거렸다. 친생부인허 가청구 사건의 관할은 ‘사건본인의 주소지’ 또는 ‘출생지’ 가정법원이다. 첫 사건의 경우는 아이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기에 당연히 주민등록초본도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출생한 병원을 기준으로 관할을 정했었다. 그래서 이번 사건도 ‘출생지’가 관할일 것이라 생각하 고 사건을 접수했는데, 법원으로부터 사건본인의 주민등 록이 이미 된 경우에는 ‘주소지’로 관할을 정해야 한다며, 정(2017.10.31. 공포, 2018.2.1. 시행)하여, 혼인종료 300일 이내에 출생했으나 이미 혼인 중의 자녀로 출생신고가 되 지 않은 자녀인 경우는 복잡한 소송을 하지 않아도 비송 사건인 ‘친생부인의 허가청구’를 통해 친생추정을 배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니까 의뢰인의 경우도 어머니가 그토록 무서워 하는 전남편과 마주치며 친생부인소송을 하지 않아도 비 송인 ‘친생부인의 허가청구’를 통해 친생추정을 배제하고, 인지신고를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의뢰인의 경우는 출생 신고가 된 사례이긴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혼중자’가 아닌 ‘혼외자’로 출생신고 되었으므로 청구가 가능할 것으 로 보았다. ‘혼외자’로 이미 출생신고 된 경우도 ‘친생부인 허가청구’ 가능할까? 필자는 2021년, 친생부인 허가청구 사건을 해본 경험 이 있다. 아이 엄마가 혼외자로 출생신고 하려 했으나, 이 제는 전산화가 된 덕분인지 친생추정이 미치는 전남편이 확인되어 친생부인 관련 판결문이 없으면 아이의 가족관 계등록부에 전남편이 아버지로 남는다고 하자 필자를 찾 아왔었다. 11 2024. 09. September Vol.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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