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의견청취서’를 보내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알다시피 의뢰인은 어머니가 전남편에게 노 출되는지 여부를 매우 민감해했다. 친생부인허가청구의 청구권자는 사건본인의 모, 또는 전남편이어서 의뢰인은 청구인이 될 수 없어 그 어머니를 청구인으로 하여 사건 을 진행했는데, 법원에서 전남편 관련 서류들을 제출하라 고 하니 가뜩이나 예민한 의뢰인의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 진 것이다. 친생부인 허가청구로 진행하면 어머니가 전남편을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해서 사건을 진행한 것인데, 이제 와서 전남편을 만나야 한다고 하냐며 사건을 진행할 수 없다고 흥분하는 의뢰인을 진정시키며, 나는 이후 가능한 3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법원이 전남편 분에게 의견청취서를 보냈을 때, 예 상되는 반응은 3가지입니다. 첫째는 무반응. 그렇다면 제 가 1달 정도 후에 “의견서를 내지 않은 것은 사건에 동의 한다는 것이니 결정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할 거예요. 이것이 가장 가능성 높고, 사건이 원활하게 종료되는 경우 입니다. 둘째는 이 사건에 동의한다는 의견서를 보내주는 경 우. 이때는 결정이 빠르게 나오겠지만 현실성은 없습니다. 마지막 셋째는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인데, 이때는 법원에서 ‘심문기일’을 잡을 수 있고, 심문기일이 잡히면 청구인인 어 사건을 다시 접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당황했지만,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비송은 안 되 니 소송으로 하라고 하지 않고, 관할을 바꿔 접수하라고만 했으니 어쨌든 비송사건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 아닌 가. 나는 서둘러 사건을 재접수(2024.4.25.)한 후 의뢰인에 게 친부와 유전자검사를 진행해 결과를 보내달라고 했다. 전남편 관련 서류 제출하라는 법원, 예민해진 의뢰인 굴곡이 있긴 했지만 사건은 제대로 풀려가고 있었던 반면, 의뢰인은 그렇지 못했다. 이 문제로 어릴 때는 놀림 을 받고, 성인이 되어서는 고민이 많았던 의뢰인은, 사건 진 행과정 하나하나에 예민했고, 사건 수임 전에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지금은 왜 통화가 어렵냐며 서운해했다. 가사사건을 맡은 법무사는 상담이 끝난 후에는 의뢰 인보다 구청의 담당 공무원과 소통할 일이 더 많다. 가사 사건은 ‘판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판결문을 받아 (엉뚱하게 진행할 경우, 아무 쓸데 없는 판결문을 받는 경 우가 왕왕 있다) 구청에서 “신고” 업무를 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사건도 그 목적은 친생부의 “인지신고”가 되어 가족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므로, 나는 그 목적을 위해 구 청 담당자들과, 과연 이 사건이 비송사건인 ‘친생부인허가 청구’로 진행 가능한지, 비송 결정문으로 인지신고가 가능 한지 등에 대해, 진이 빠지도록 소통하고 있었다. 물론 의뢰인은 법무사의 업무를 잘 모르니 그렇겠지 만, 자신이 원할 때 통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 하던 의뢰인이 “결정이 안 나면 수임료를 환불해 달라”고 까지 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던 나로서 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한편, 그 와중에 관할이 수정된 사건을 재접수한 서 울가정법원에서 보정명령이 내려왔다. 친생추정이 미치는 의뢰인 어머니의 전남편에 관한 서류(기본증명서, 가족관 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주민등록초본, 후견등기사항 증명서)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이전 사건의 경험상, 전 12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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