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9월호

머니께서 법원에 출석해야 합니다. 하지만 심문기일에 그 사람이 나올지 안 나올지는 미지수예요. 이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전남편 분이 어떤 행동을 취 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고, 그에 대해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알 수 없으니 지금은 일단 기다려 보는 것이 최 선입니다.” 그러나 심문기일에 어머니가 전남편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의뢰인의 예민함이 폭주했다. 가사사건을 다양하게 경험하다 보면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좋 지 않은 감정으로 얽혀 있는 당사자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될 때가 가끔 있다는 것이 큰 고충이다. 전남편 반대에도 법원은 인용 결정, ‘진실한 혈연관계 회복’에 방점 어머니의 전남편인 그 남자는 의견청취서를 받고 과 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실 나도 신경이 쓰였다. 제발 아 무것도 하지 말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그는 법원에 ‘의견서’ 를 보냈다. 나는 의견서가 접수된 것을 확인하고, 참지 못 해 법원에 전화해서 그 내용을 알 수 있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의견서를 송달해줄 테니 내용을 보라고 하 면서, 덧붙여 말하길 “반대하는 의견서라 판사님이 어떤 결정을 할지 기다려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 마이 갓! 최악 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었다. 신경이 곤두서 있는 의뢰인 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 기적이 일어났다. 전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바로 인용 결정(2024.6.11.)을 내려준 것이다. 사실 ‘유전자검사’로 인해 친생추정은 깨진 것이고, 전남편은 의뢰인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 사실이 다. 혼외자로 출생신고 되어 친생부와 함께 자랐기에 그는 의뢰인과 평생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다. 그에게 아버 지로서의 발언권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법원은 ‘진실한 혈 연관계’의 회복을 더 중요하게 본 것이다. “좋은 소식이에요. 판사님이 전남편의 의견서는 무시 했나 봅니다. 바로 인용결정을 내려주셨어요. 확정된 후 확정증명서와 결정문을 가지고 구청에 가셔서 인지신고 를 하시면 됩니다.” 의뢰인의 친생부도 조선족이다. 조선족은 가족관계 등록부에 성명을 표기할 때 중국식 발음을 원지음으로 표 기할 수 있으나, 한국식 발음의 한글로 표기할 수도 있다. 지금 어머니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중국식 발음으로 기 재되어 있는데, 나는 기왕 아버지의 이름을 가족관계등록 부에 올릴 수 있게 되었으니 같은 성으로 기재하면 좋겠 다는 생각에 이에 관한 내용까지 안내해 드렸다. 결론이 좋으면 다 좋다고, 의뢰인도 인용 결정이 나자 진심으로 기뻐하였다. 나는 심판문에 “문언의 해석상 혼인 외 자녀 로 출생신고가 된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허가청구를 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쓰인 문구를 읽고, 나의 법령 해석이 옳았음에 법률가로서 희열을 느꼈다. 의뢰인은 한번 찾아뵙고 싶다며 결정문을 받으러 사 무실을 찾아와, 로또 한 장을 선물로 주고 갔다. “진실한 혈연관계를 회복”한 의뢰인을 떠올리며, 나는 오늘도 짜릿 한 보람을 느낀다. 세상에 이런 일이! 내게 기적이 일어났다. 전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바로 인용 결정을 내려준 것이다. 사실 ‘유전자검사’로 인해 친생추정은 깨진 것이고, 전남편은 의뢰인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의뢰인과는 평생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인 그에게 아버지로서의 발언권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법원은 ‘진실한 혈연관계’의 회복을 더 중요하게 본 것이다. WRITER 김선미 법무사(경기중앙회) 13 2024. 09. September Vol.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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