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9월호

이었고, 영국의 핵심인 잉글랜드를 세운 민족도 덴마크와 독 일 북부에 있던 게르만족인 앵글로와 색슨족이었던 걸 고려 하면, 영국이 아시아의 일본처럼 침략을 전혀 안 받은 국가라 는 주장에는 얼마든지 반론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북부에 근거지를 둔 노르만족(게르만족 의 일부) 역시 앵글로 색슨이 지배하던 잉글랜드를 다스린 적 이 있으니까요. 아시아의 섬나라 일본을 아시아 최강국으로 만든 비결이 일본의 해군력이었듯이 영국을 대영제국으로 만든 것도 영국의 해군력이었습니다. 영국은 국가 차원에서 지도 제작에 앞장서며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도왔습니다. 왕립과학원에서 세계지도를 만들 기 시작한 건 외국에 식민지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이었죠. 하지만 영국 해군은 먼저 세계를 제패한 스페인의 해군과 는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스페인 축구 대표팀을 16세기의 스페인 해군과 비유해 ‘무적함대’라고 하겠습니까? 이때 공헌한 사람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무적함대를 무찌른 엘리자베스 1세였고,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나폴레옹을 이긴 넬슨 제독이겠지만, 실제 영국 해군의 출발은 해적이었습니다. 영국 해군의 창시자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해적이었죠. 카리브 해의 스페인 식민지로 가는 배를 털면서 스페인으로 부터 ‘죽일 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입니다. 이를 발탁해 영국 해군을 맡긴 인물이 바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었습니 다. 해적에서 기사로 일약 신분이 상승한 것이죠. 영국에서 자본주의가 탄생한 이유 ② - 경험론의 지적 토양과 풍부한 석탄 제프리 삭스는 영국 자본주의 탄생의 뿌리에 몇 가지 요 소를 덧붙입니다. 바로 대학의 존재와 그 대학에서 세상의 본 질은 무엇인가, 인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탁상공론을 넘어 경험론에 입각한 실용적 학문을 배우고, 인재를 양성하 는 교육제도를 마련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경험론의 기초를 제공한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 컨’이 없었다면 대영제국이 그렇게 오랫동안 세계를 지배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제프리 삭스의 의견에 주석을 달자면, 실사구시와 실용성을 앞세운 경험론의 전통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혁신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경험론은 사람들이 상상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적 토양을 쌓았습니다. 18세기 영국시인 윌리엄 블 레이크가 자신의 시, 「천국과 지옥의 결혼(The Marriage of Heaven and Hell)」에서 “현재 증명된 것은 한때 우리 상상 속 에서만 존재했던 것”이라고 말한 그대로 영국의 경험론은 상 상 속에서 꿈꾸던 물건들을 현실로 만들어내도록 했습니다. 대량생산의 초석이 되었던 방적기와 방직기, 그리고 산업혁 명의 핵심인 증기기관차 등등.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자원이 그리 많 지 않은 영국에 유달리 많은 석탄이 매장되어 있어 그 채굴과 사용이 자유로웠다는 것입니다. 영국은 1882년 런던의 홀번 비아덕트 지역에 세계 첫 중앙제어 석탄발전소를 개설한 이 래 199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이 전체 에너지원의 46.5%를 차지할 만큼 석탄 의존도가 높은 나라였습니다. 특히 뉴캐슬과 글래스고 지방의 석탄 매장량이 엄청나 게 많았죠. 유럽국가 중 맨 먼저 9세기에 석탄을 발견한 곳이 바로 영국입니다. 그런 나라가 2025년까지 석탄 제로 정책을 도입해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현재 존속한 3개의 석탄발전소 마저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이날이야말로 대영제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 아닐까요? WRITER 신진상 재테크 전문 저술가 · 입시 컨설턴트 경험론의 기초를 제공한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없었다면 대영제국이 그렇게 오랫동안 세계를 지배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영국의 경험론은 사람들이 상상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적 토양을 쌓았고, 대량생산의 초석이 되었던 방적기와 방직기, 그리고 산업혁명의 핵심인 증기기관차 등 상상 속에서 꿈꾸던 물건들을 현실로 만들어내도록 했습니다. 19 2024. 09. September Vol.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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