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9월호

고, 우방국이라고 해서 적대적인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것 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방국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국가 안전을 위태롭게 하려는 목적으로 국가기밀을 탐지ㆍ수집 하는 등의 행위가 있으면 간첩죄 성립을 인정하는 방향으 로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슈는 세계적으로 최 근의 일만이 아니며, 대한민국도 테러로부터 결코 안전지 대라고 단정할 수 없기에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큰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가 있었 는지 여부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 따라서 테러집단과 같은 외국인 단체를 위한 간첩행위도 개정안의 내용으로 신설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나. 국가기밀의 정의와 관련한 문제와 개정방향 간첩의 개념과 관련해서는 해석의 대립이 있지만 행 위의 객체가 국가기밀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국가기밀이 되기 위한 요건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법원은 “…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 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8이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 판소는 “비공지의 사실로서 적법절차에 따라 군사기밀로 서의 표지를 갖추고 그 누설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 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함으로써 국가기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①비공지성과 ②기밀로서의 실 구체적 개정방향 논의 가. 적국에 한정된 경우의 문제점과 개정방향 반복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 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 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도 “북한괴 뢰 집단이 하나의 불법단체로서 국가로 인정할 수 없음은 물론···”2이라고 판시함으로써 북한을 국가가 아닌 반국가 단체로 파악하고 있다. 대법원은 한때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기 위 해 북한을 적국에 준하는 것(준적국)으로 파악함으로써 간 첩죄의 성립을 인정한 적도 있다.3 하지만 「형법」 제102조 (준적국)는 “제93조 내지 전조의 죄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에 적대하는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는 적국으로 간주한 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북한이 국가가 아님과 동시에 외국인으로 구성된 단체도 아닌 한 현행 「형법」 상으로는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4 결국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는 우리 국민으로 구성된 반국가단체를 위해 간첩행위를 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으 므로, 위 사안을 「형법」 상 간첩죄 규정으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라는 대원칙에 반하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반국가 단체를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있 도록 본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적국개념과 관련한 두 번째 문제로서, 현행 「형법」으로는 적국이 아닌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를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국 제정세나 외교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적국과 우방국의 확 연한 구별이 어렵고,5 실제 적국에 해당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 것이므로 외환의 죄의 규율영역이 지나치게 좁아질 염려가 있다.6 물론 「형법」은 적국개념의 축소를 우려하여 제102조 에서 준적국 규정을 두고는 있지만,7 ‘대한민국에 적대하 는’이라는 구성요건으로 인해 그 범위가 또다시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여 준적국 규정을 삭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장래의 일을 전적으로 예견할 수 없 1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2 대법원 1959.7.18.자, 4292형상180결정; 대법원 1971.9.28.선고, 71도 1498판결; 대법원 1983.3.22.선고, 82도3036판결. 3 “북한괴뢰집단은 우리 「헌법」 상 반국가적인 불법단체로서 국가로 볼 수 없으나, 간첩죄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국가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한 다.”(대법원 1983.3.22.선고, 82도3036판결). 4 「형법」상 간첩죄 규정은 이와 같은 한계가 있으므로, 사안에 따라 특별법 인 「군형법」, 「군사기밀보호법」, 「국가보안법」 등을 적용하여 왔다. 5 임웅, 『형법 각론』, 법문사, 2023, 898면. 6 신동운, 「간첩죄와 국가기밀」, 『고시연구』, 고시연구사, 1998, 213면. 7 「형법」 제102조 “제93조 내지 전조의 죄에 있어서는 대한민국에 적대하 는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는 적국으로 간주한다.” 8 대법원 1997.7.16.선고, 97도985전원합의체판결. 02. 21 2024. 09. September Vol.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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