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반영한 드라마, 요즘 자주 등장하는 가사조사관 요즘 OTT에는 다양한 이혼사건을 다룬 법정 드라마 가 많다. 필자는 법정 드라마를 가장 즐겨보는데, 근래 들 어 주인공들이 이혼하는 과정에서 ‘가사조사관’이 자주 등 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드라마에서는 ‘가사조사관’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장면은 거의 없기 때문에 요즘의 이혼절차를 잘 모르는 시 청자들로서는, 난데없이 정장을 갖춰 입고 나타나 아이나 당사자들을 앉혀놓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저 사람은 대체 누구냐?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가사조사관’이 누구인지는 「가사소송규칙」 제8조에 잘 규정되어 있다. “가사조사관은 재판장, 조정장, 또는 조 정담당판사의 명을 받아 사실을 조사하고 의무이행상태를 점검하며 당사자 또는 사건관계인의 가정, 기타 주위환경 의 조정을 위한 조치를 행”하는 사람들이다. 쉽게 말해 드라마에서처럼 단지 이혼사건뿐 아니라, 가사사건 재판장이 명하는 것은 무엇이든 조사하는 사람 들을 ‘가사조사관’이라 할 수 있겠다. 혼인, 이혼, 친생자관 계, 인지, 입양·파양, 미성년·성년후견 등 가정법원에서 다 루는 수많은 가사사건이 이들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세태를 반영해야 인기를 얻는 드라마에 가사조사관 이 자주 등장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가사재판에서 가사조사관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혼사 건에서는 가사조사관이 작성하는 「가사조사보고서」가 재 판장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강훈 법무사(52·대전세종충남회)는 법원 공무원으 로 일하던 2016년, 가사조사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2022년 법원을 퇴직한 후 법무사로 새롭게 출발한 이 법무사는, 22년간 법원공무원으로 일하며 등기, 민사, 경매, 가족관계등록, 개인회생·파산, 공탁, 성년후견 등 다 양한 업무를 두루 거쳤는데, 그중에서도 가사조사관 업무 가 가장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사조사관 활동, 보람 있었지만 힘들었던 이유 “어떻게 가사조사관이 되었냐고요? 2016년에 순환보 직으로 가사조사 업무를 맡게 되었어요. 가사조사는 법원 공무원의 다양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여러 업무 중 가사조 사도 하는 것이지요.” 필자가 지난 8.22.(목) 태풍 ‘종다리’가 남부지방을 휩쓸 고 간 다음날, 대전시 서구 대전지방법원 근처의 이강훈 법 무사님 사무실을 찾아가 첫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웃으며 위와 같이 대답했다. 우리나라에 가사조사관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생각 보다 꽤 이른 1963년이다. 당시 가정법원이 신설되고, 「가사 심판법」이 제정되면서 ‘가정법원 조사관’이라는 제도가 탄 생했다. “복지·후견적 법원의 실현”이라는 가정법원의 지향 을 위해 외부 심리학, 복지학, 교육학 등의 인간관계학 전문 가를 사법적 절차에서 활용하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전문가 활 용은 어려웠고, 법원 공무원들이 순환보직으로 조사관 업무 를 해오는 이중적 체제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2001년 “제 가사조사보고서와 법원 결정이 달랐던 적은 없습니다.” 51 2024. 09. September Vol.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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