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이 왔다. “법무사님, 보내주신 동일인보증서 잘 보았습니다. 꼼 꼼히 잘 보내주셔서 최종 교합을 하려고 했는데, 소유자가 출생하기 전 증여받은 부동산이 있네요. 이거 확인하셨습 니까?” 나는 깜짝 놀라 부랴부랴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았 다. 동일인 소명을 위해 소유자의 이름과 주소에 대해서만 집중하다 보니 엉뚱한 곳에서 일이 터졌다. 토지 d의 등기 원인에 기재된 증여일자가 소유자 출생일보다 빠르니 신 청인과 등기부상 소유 명의자가 동일인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등기관의 말이었다. 가족 중 다른 동명이인 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냐며. 어찌 보면 인생은 이래서 재미난 것이다. 예상한 위험 만 일어난다면, 인생이 얼마나 단조롭고 무료하겠는가. 나 는 위기에 강하고, 시련이 닥치면 에너지가 솟는다. 그래, 어찌된 일인지 뒤져볼 수 있는 건 다 뒤져보자. “등기관님, 제가 추가로 자료 준비해 동일인보증서를 다시 제출하겠습니다.” 문제가 된 부동산 d는 ‘임야’에서 분할된 후 농지로 등록전환 된 토지다. 그래서 분할 전 토지 등 관련 토지 전 부의 폐쇄등기부등본과 해당 토지의 폐쇄 등기부등본을 준비했다. 우선 해당 토지와 관련해 확인 가능한 최초 등 기부등본부터 발급 받았다. 그 등기부등본에서는 1940.1.13. 접수, 1940.1.9. 매매등기부터 확인되었다. 이 당 시 소유자는 의뢰인의 할아버지(소유자의 아버지) 및 그 와 같은 항렬의 가족 대표였다. 그 와중에 공유자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 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것이다. 해방 후 토지소유권 관련 제도가 허술하던 시기여서 상속이 발생하면 등기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4명의 소유자가 어린 자 녀들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큰 틀에서 소유권이 어떤 식으로 이전된 것인지가 파 악되니 동일인보증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도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4년 전 소송 당시 증거자료로 받아둔 의 뢰인 가문의 족보를 검토해 그 안에 동명이인이 있는지도 체크했다. 족보에는 동명이인이 확인되지 않았다. 또, 예전 승소 판결문에서 토지의 소유 경위에 대해 다. 이번에는 지번은 맞게 쓰고 동명을 이사하기 전 주소 지로 오기했다. 시간 순서상으로 보면 c를 먼저 등기한 후 a, b를 등기했을 텐데 실수를 한 맥락이 동일했다. 좋아! 이 정도 경위를 파악했다면, 이제 이 내용을 정 리해 동일인보증서를 제출해도 될 것이다. 이제는 등기관 도 상황을 파악하고 등기를 해줄 것이다. 나는 동일인보증 서에 민사소송 승소 판결문 등을 첨부해 신청인이 소유자 와 동일인이라는 것을 소명했다. 다행히 토지 d는 주소지 가 초본에 나온 것과 일치해 별도의 소명 없이 증여등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유자 출생 전 증여받은 부동산의 출현, 다시 작성한 동일인 보증서 마침내 동일인 증명의 퍼즐을 모두 맞춘 후 충주에서 증여등기 접수를 마치고, 안양 내 사무실로 돌아왔다. 워 낙 제출한 자료가 많고, 경정 후 소유권이전을 하는 것이 라 등기 교합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하 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얼마 후 등기소에서 뜻밖의 나는 이 부동산의 소유자가 의뢰인의 아버지라는 명확한 확신을 갖고 있었고, 과거에 있었던 착오는 현재를 사는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어느 정도는 용인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등기관님에게 “나는 사건을 취하하지 않을 것이니 정 부담이 되면 각하하시라”고 배짱을 부렸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내가 신청한 모든 등기가 교합 처리된 것이 아닌가. 16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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