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10월호

정리된 부분도 다시 한번 중요 내용을 체크해 두었다. 족 보만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상세히 정리된 판결문의 내용이 등기관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한편, 의뢰인 아버지 외 공동소유자 한 명이 증여받 은 날짜가 생년월일보다 빠름에도 동일인 증명 후 부동산 을 처분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동일인보증서에 “같은 상 황에 있는 공유자도 부동산을 처분하였으니 이번 사건도 처리를 부탁드린다”는 내용도 기재했다. 또, 주소 등도 착 오기재 했듯이 증여일자도 1960년을 1950년으로 오기한 것은 아닌지,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적었다. 이렇게 장장 8페이지에 달하는 동일인보증서를 작성 하고, 관련자료 전부를 첨부해 다시 충주등기소에 제출했 다. 이때의 심정은 “이제 나는 내 몫을 다 했으니 판단은 등기관께 맡기겠다. 교합이 안 될 것 같으면 각하하시라. 의뢰인에게는 이의신청해 다투시라 하겠다”는 것이었다. “정 부담되면 각하하시라” 배짱, 다음날 모든 등기가 교합 처리 충주에서 돌아와 나는 의뢰인에게 지금까지의 상황 을 알렸다. 의뢰인은 황당하다고 했다. “예전의 착오 때문에 지금의 사람들이 고생해야 하 나요? 소송하는 과정에서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등기는 소송과 많이 다르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결과 나오면 알려주세요.” 그런데 얼마 후 등기관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고생해 서 자료를 제출한 건 알겠으나, 교합하기는 부담이 된다는 얘기였다. 어쩌겠나. 그렇다면 각하하셔야지. 나는 각하될 경우에는 이의신청으로 다투겠다고 했다. 등기처리가 어려운 경우, 대개는 법무사가 사건을 취 하한 후 서류를 가져오지만, 나는 이 부동산의 소유자가 의뢰인의 아버지라는 너무 명확한 확신을 갖고 있었고, 과 거에 있었던 착오는 현재를 사는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 하여 어느 정도는 용인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래서 “나는 사건을 취하하지 않을 것이니 정 부담이 되면 각하하시라”고 배짱을 부린 것이다. 내가 이렇게 세게 나오자 등기관도 “아니, 그게 아니 라 우리가 이 등기사건을 잘 해결하자는 취지…”라며 한 발 물러섰지만, 나는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몰라 한숨 이 몰려왔다. 사실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등기관에게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고, 안양에서 충주까지 서너 번의 출장을 다녀왔다. 정의감으로 분기탱천해 열정적으로 진행한 사건 이지만, 이쯤 되니 나도 심신이 지쳐 “옛날에 등기가 잘못 된 걸 왜 나한테 그래.” 하는 원망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법. 바로 다음 날, 내가 신청한 모든 등기가 교합 처리된 것이 아닌가. 주소가 잘못되었던 등기는 경정등기 후 소유권이전 처리 되었고, 문제의 토지 d도 형제들에게 지분증여가 잘 이루어졌다. 법무사로 일하며 이렇게 과거의 기록 오류 때문에 고 통 받는 스트레스도 많지만, 과거와 현재의 중간에서 각 종 서류의 원활한 처리를 도맡아 처리하는 법무사의 존재 는 신과 인간 사이에서 소통을 중재하는 ‘메신저’와 비슷 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보기에는 작은 사건 같아도 법무사는 보이지 않는 곳 에서 ‘백조’처럼 힘차게 발길질을 하고 있다. WRITER 김선미 법무사(경기중앙회) 17 2024. 10. October Vol.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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