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파산 사건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할 때, 나는 반드시 ‘본인이 조사한 바로는…’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경과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서명과 직인을 찍는다. 이때는 마치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가 소견서 를 발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본 글에서는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사건의 의뢰인은 모두 성폭행의 피해를 입은 여성들로, 그로 인해 자살충동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 었다. 이런 상황은 나에게 극도의 긴장감을 주었으나, 두 사람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법무사님 아니었으면 죽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나의 사건 처리와 심리적 처방이 성 과를 보았다는 의미다. 법무사로서 '처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다소 어색하지만, 이것을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없을까 하는 바 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내가 그들에게 해준 것은 특 별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법무사가 통상적으로 하는 사건 처리였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자살충동으로 인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사건처리로 인해 부지불 식간에 정신적 치유가 되고 있었음을 서로간에 자각하지 못한 채 지나갔을 뿐이다. 매년 가을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라는 가사로 유명한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노래다. 이 노 래처럼 나도 ‘법률심리상담사’ 제도에 대한 작은 바람을 가 지고 있다. 들어가며 – 법적 처리와 동시에 심리적 처방의 필요성 나에게는 두 아이를 키우며 운명적으로 심리학을 연 구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한 연유로 의뢰인과의 상 담에 임할 때, 크게 사건을 두 가지로 분류하게 된다. 당면 한 사건으로 인해 의뢰인이 정신과 치료나 약물 처방이 필 요한 상태인가, 그렇지 않은가다. 전자라면 사건 처리와 함께 나름대로의 심리 처방을 해보면서 그 효과나 과정을 추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꺼이 환영한다. 이는 사건의 원활한 처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법무사는 법률로써 의뢰인의 고통 치유하는 ‘법률심리상담사’ 두 건의 강간고소 사건과 ‘법률심리상담사’ 제도 도입의 필요성 Part. 1 58 나의 사건 수임기 현장활용 실무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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