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10월호

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결국 진정 효과 만 있을 뿐, 근본적인 변화를 이룰 수는 없다. 뇌를 수술할 수 없으니 당연한 논리다. 그런데 마약중독자가 마약중독 치료사가 되거나 도박중독자가 도박중독치료사가 되겠다 고 결심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나는 이 현상을 '압도론'이라 부른다. ‘뇌 회로를 압도 하는 동기 부여’라는 뜻이다. 이번 사건에서 나는 고심하다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고, 압도론에 따른 심리적 처방을 해보기로 했다. 의뢰인에게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보 라고 권유한 것이다. 수사관이 되어 가해자를 직접 처단하 라고 한 것인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나는 추가 고소장 작성을 위해 본격적인 증거 수집에 들어갔다. 일단 “특정인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증 상이 악화되어 자살 사고까지 보이고 있다”고 기재된 의사 의 진단서는 수사관의 마음을 돌리기에 충분한 증거가치 가 있었다. 그러나 의뢰인이 용산 전자상가에 복원을 의뢰했던 가해자와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이나 카카오톡 대화는 원본이 모두 삭제되어 복원이 불가능했고, 사건의 발단이 된 불법촬영 고소 건에 대한 조회를 해본 결과, 고소는 사 실이 아니었지만 가해자가 그런 협박을 했다는 증거는 없 었다. 그러나 나는 순간 번뜩이는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바 로 의뢰인에게 연락해 고소 접수증을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겠냐고 물었다. 수사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가 다 르게 증세가 호전되어 정신과 약도 끊고, 자살충동에서도 벗어난 의뢰인은 결국 가해자가 보여주었다는 ‘고소 접수 증’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그림 1> 참조). 고소 접수증은 당사자 외 제3자가 알 수는 없어, 내용 이 맞다면 원본과 같은 증거능력을 가지게 된다. 드디어 강 간범죄의 단초가 되는 협박죄의 실마리를 잡은 것이다. 이제는 고소장의 기승전결이 가능하게 되었으니, 가 해자가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간 현장을 적나라하게 제대로 묘사해 작성하는 일만 남았다. 의뢰인은 하루빨리 경찰관이 되어 가해자를 처벌하겠 다는 생각에 고무되어,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는 고통을 잘 견뎌내며 적극적으로 진술하였다. 는 대로 했음에도 원치 않는 성관계가 그치지 않자 의뢰인 은 점차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돌멩이로 가해자 약국 유리창을 긋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 이때마다 가해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의뢰인은 데이트 폭력 가해자가 되어 벌금을 물거나 접근금지 처분 을 받았다. 법적 처분을 받은 의뢰인은 공포감에 다시 가해 자를 찾아가 용서를 빌어야 했고, 그러면 도돌이표처럼 또 다시 악몽 같은 생활이 시작되었다. 결국 정신적으로 폭발한 의뢰인은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았고,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이른바, 전형적인 그루 밍과 가스라이팅 사건이었다. 가해자의 가스라이팅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가 하 면, 심지어 가해자를 강간죄로 고소한 후에도 의뢰인은 가 해자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그가 불러주는 장소로 가 서 자의반 타의반 성관계를 맺은 후 그가 주는 용돈을 받 았다. 가해자는 이렇게 상호 합의하에 이루어진 성관계라 는 완벽한 방어논리를 만들 수 있었고, 이로 인해 고소사 건이 무혐의로 종결되면 무고와 협박을 무기로 ‘시즌 2’를 시작할 참이었다. 자신의 힘으로는 결코 탈출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 과 절망감을 느꼈을 의뢰인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 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사건이었다. 나와의 법적 상담이 진행되던 중에도 가해자는 의뢰 인의 고소 사실을 알고는 의뢰인 집 관할 지구대에 의뢰인 의 정신이상을 설명하며, 정신병동 이송을 요청했다. 의뢰 인의 모친은 출동한 경찰관의 설득에 따라 의뢰인의 강제 입원에 동의할 뻔하기도 했다. 의뢰인은 도심에 있는 한 모텔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 살을 시도하다 주인에게 발각되었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 장이 없었지만, 얼마 후 옆집 이웃을 가해자가 보낸 사람이 라고 착각해 폭행하는 사고를 일으켜 경찰서의 조사통지 서를 받기도 했다. 압도론에 따른 심리적 처방의 효과와 추가 고소장 제출 현행 심리 상담과 정신과 처방의 문제는 뇌 회로를 근 60 나의 사건 수임기 현장활용 실무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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