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10월호

한 상담 요청이 왔다. 이 사건 역시 강간고소사건이었다. 사연인즉슨, 그의 50대 아내가 친척처럼 친하게 지내 던 옆집 남자에게 무려 10년간이니 지속적으로 강간을 당 한 사실이 밝혀져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는데, 분명 해 바라기센터의 조사 보고서에는 “가해자 처벌을 원한다”고 기재되어 있었음에도, 이상하게 경찰서 조사 진술서에는 “가해자와 교제를 하였으므로 처벌이 아닌 합의를 원한다” 고 기재되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가해자는 이를 빌미로 자신의 처와 자녀를 소형트럭 에 태워 의뢰인의 집을 돌며 확성기로 동네방네 사건에 대 해 떠들어댔고, 피해자인 아내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수치 심에 “창피해 도저히 살 수 없다”며 농약을 마시고 죽겠다 고 했다는 것이다. 분노한 남편은 반드시 가해자를 죽이겠다며 이를 갈 았다. 실제로 가해자와 논두렁에서 뒤엉켜 싸워 서로 상처 를 낸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 역시 증거와 증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차로 한 시간 반 거리의 먼 시골 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냐고 하니, 다 돌아다녀도 사건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이 사건은 10년이라는 긴 시간, 강간, 해바라기 센터, 증거가 없고 피해자가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 등 한 달 전의 강간고소사건과 너무도 흡사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대응 요령 역시 동일했다. 나는 피해자인 아내를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어차피 가해자가 남편을 상해죄로 고소할 가능성이 높으 니 먼저 상해죄로 고소하자고 제안하고, 진단서를 첨부해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 고소장 접수만으로도 부부의 얼굴 에는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피해자의 자살충동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 었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결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 였다. 나는 서둘러 피의자의 신문조서를 첨부해 경찰서 청 문감사실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어 검찰청에 이의 신청 을 하고, 대검찰청에 재항고까지 진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경찰조사 결과가 부당하면 권익위원 회나 경찰청에 민원을 넣는데,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 해당 경찰서의 청문감사실이 그 민원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사건의 마무리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의 뢰인의 모친이란 사람이 나를 찾아와 고맙다는 말은커녕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한 것이다. 아마도 가해자가 진행 상 황을 알아내 사람을 써 의뢰인의 모친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였다. 나는 “무작정 고소를 취하하면 나중에 무고죄로 고소 당할 위험이 큰데, 따님이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미 고소장은 접수되었고, 취하는 고소 진행 중에도 얼마 든지 할 수 있다”며 모친을 설득해 간신히 고소 취하를 막 을 수 있었다. 그 다음날, 관할 검찰청으로부터 피해자의 국선 변호 사로 선정되었다며, 한 여성 변호사가 전화를 했다. 이제는 내 선의 사건은 종결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나는 그렇게 판단하고, 의뢰인의 모친에게 따님을 잘 보살피시라 당부 한 후 사건을 마무리했다. 의뢰인에게도 그간의 고생을 치하하며, 꼭 경찰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는데, 이후 몇 차례에 걸쳐 “법무사님 이 아니었으면 죽었을 것”이라며 감사 문자를 보내왔다. 이후에도 크리스마스와 신년이 되면 안부 문자를 보 내왔는데, 나는 의뢰인이 새로운 삶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문자를 자제토록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가해자가 강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는 의뢰인의 모친에게 사건을 넘겼고, 국선 변호사가 선임되었으니 더 이상 내가 관여해 야 할 일은 없었다. 나는 지금도 가끔씩 사무실 문이 열릴 때마다 의뢰인 이 처음 방문했을 때처럼 조용히 들어와 경찰관 제복을 입 고 경례를 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사건 2 농부 아내의 강간 고소사건 - 법적 절차 진행만으로, 사건 해결 및 피해자 심리치료 위 사건을 마무리한 다음달, 60대의 농부에게서 절박 62 나의 사건 수임기 현장활용 실무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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