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10월호

출발했다는 것의 반증이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하면, 이 문장은 틀렸다. 왜일까? “반증(反證)”은 입증책임이 없는 쪽이 상대방이 입증책임을 지는 사실을 부정할 목적으로, 그와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 여 제출하는 증거, 또는 그 증명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쉽게 말해 반대되는 증거인 것이다. 반면에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 는 않지만, 주변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 명에 도움을 주는 것이나 그 증거를 가리키는 말은 “방 증(傍證)”이다. 이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고 반팔옷 을 입으면 춥기까지 하다는 것은, 가을이 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동거동락’ 아니고 ‘동고동락’, 언어유희에 속지 말자 「동거동락」이란 제목의 T.V. 예능 프로그램이 있 었는데, 대학로에는 같은 이름의 카페도 있더라. 그런 데 함께 지내고 좋은 일, 궂은일을 같이 경험한다는 의 미의 사자성어는 “동고동락(同苦同樂)”이다. 프로그램 제작진이 언어유희로 새롭게 만들어낸 말을, 일상적으로 쓰이는 보통명사로 알고 쓰는 우(愚) 를 범하지 말자. 비슷한 경우로 “도찐개찐”이 있는데, “도긴개긴”이 맞다. ‘글씨를 아무렇게나 써놓은 모양’을 일컫는 “개발 새발”도 “괴발개발”이 정확한 말이다. 괴(고양이) 발이 나 개 발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개발새발”도 표준어 로 인정되었단다. 그래도 필자는 어원을 알고 있다고 자랑할 겸 원래의 표준어를 고집하고 싶다. ‘쌍팔년도’의 ‘쌍팔년’은 ‘1988년’? 사자성어는 아니지만 “쌍팔년도”라는 말도 흔히 사용하고 있는데, 이 해가 과연 몇 년일까? 보통은 1988년으로 알고 있지만, 틀렸다. 1988년은 서울올림 픽을 치렀던 해이고,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을 이루어 부강한 나라가 됐음을 세계에 과시한, 먹고살 만해진 때이다. 반면에 아주 오래된 옛날, 고리타분한 이야기, 초 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던 시절, 호랑이 담배 피우 던 때 등의 의미로 말하는 “쌍팔년도 이야기 하고 있 네”라는 표현에서 말하는 이 해는 정확히 말하면 서기 1955년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불렀을까? 바로 단기(檀 紀) 4288년이기 때문이다. 1955년에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했다고 전해지는 기원전 2333년을 더하면 단기 4288년이 나오는 것이 다. 우리가 세계적 보편의 추세에 따라 서기(西紀)만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단기나 불기(佛紀)가 함 께 적힌 달력이 많았다. 전후(戰後)의 배고픔, 보릿고 개, ○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했던 그 시절을 우리는 “쌍팔년도”로 불러왔던 것이다. 그 시절을 통과해 온 선배께 경의를 표한다. ‘팬서’와 ‘팬더’는 서로 과가 다른 동물 내친김에 영어 이야기지만 하나만 더 얘기해 본 다. “와칸다 포에버(Wakanda Forever)”라는 대사로 유명한, 고(故) 채드윅 보즈먼(Chadwick Boseman) 주연의 영화 「블랙 팬서(Black Panther)」에서 ‘팬서 (panther)’는, 표범(leopard), 재규어(jaguar), 어떨 때 는 퓨마(puma)까지 가리키는 고양잇과의 맹수다. 잭 블랙(Jack Black)이 분(扮)한 액션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Kung Fu Panda)」에서 무술로 악당을 물 리쳤던 귀여운 ‘판다(panda)’는 곰이고. ‘팬서’와 ‘팬더’는 서로 과(科)가 다른 동물이란 거, 기억하자. WRITER 김청산 법무사(서울중앙회) · 연극배우 · 공연예술 평론가 73 2024. 10. October Vol.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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