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10월호

WRITER 변해근 법무사(부산회) 도 한다고 한다(미술 작품을 보고 이와 같은 감정의 소용돌 이에 빠지는 것을 ‘스탕달 증후군(Stendhal syndrome)’ 1 이 라고 한다). 베토벤 작품의 위대함에 대해서는 필자보다 저명한 음 악가들의 평가가 더 설득력 있을 것이다. 바그너는 “베토벤 교향곡 9번 이후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고 했고,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현악 제4중주 13번을 듣고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어떤 음악을 작곡해야 하나”라며 좌절을 표 했다. 리스트는 베토벤 교향곡 9개를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후 자신의 모든 음악적 재능을 다 쏟아냈다며 “더 이상 바랄 것 이 없다”고 말했다. 슈베르트는 베토벤을 존경한 나머지, 자신 의 죽으면 “베토벤 무덤 옆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그 유언은 실행되어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 빈 중앙 묘지 베토 벤의 무덤 옆에 나란히 잠들어 있다. 덕분에 이곳은 매년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성지가 되었다. 고난을 극복하고 삶의 지향점을 제시한, 위대한 음악가 세계에는 수많은 고전 음악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베토벤이 특별히 영웅적 존재로 칭송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가 음악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인류에게 환희를 선사하려는 철학을 음악 속에 담았기 때문 일 것이다. 베토벤은 40대 중반 이후 완전히 청각을 상실했다. 1802년, 그는 하일리겐슈타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유서에서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나를 붙잡아 준 것은 오직 ‘나의 예술’뿐이었 다.”고 적었다. 베토벤은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예술과 학문만이 인 간을 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Art and Science only can raise man to Godhood)”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개인적인 성 취를 넘어 인류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의 인생관을 보여준다. 후세 사람들이 베토벤을 위대한 영웅으로 추앙하는 이 유는 단순히 그가 위대한 음악가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련 과 고난을 예술로 승화시켜 인류에게 삶의 지향점을 제시한, 위대한 철학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평생 모차르트를 연구한 알프레드 아인슈타인(Alfred Einstein)은 “죽음이란 모차르트의 음악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라며, 모차르트에 대한 그에 절대적인 경외심 을 드러냈다. 베토벤의 전기를 쓰고, 그를 모델로 한 소설 「장 크리스토프」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소설가 로맹 롤 랑도 베토벤에 대해 “만약 신이 인류에게 범한 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베토벤의 귀를 빼앗아 간 것이다.”라고 하여 깊 은 존경을 표한 바 있다.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베토벤의 명곡이 울려 퍼지 고 있다. 이 위대한 음악을 아무런 대가 없이 누리고 향유할 수 있음에 우리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1 매우 아름답거나 감동적인 예술작품을 접할 때 극도의 감정적, 신체적 반 응을 경험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이 증후군은 가슴 두근거림, 어지러움, 혼 란, 심지어는 환각이나 공황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19세기 프랑스 작가 스탕달 이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르네상스 미술품을 감상하던 중 격렬한 감정적 반응 을 경험한 것에서 유래했다. 그는 이 경험을 자신의 책에 기록했으며, 1979년 이 탈리아 정신과 의사 그라치엘라 마케리니가 이를 ‘스탕달 증후군’이라고 명명하 였다. 75 2024. 10. October Vol.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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