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10월호

사회적 약자에게 따뜻한 관심을 필자는 수원고등법원 바로 앞에 사무소를 두 고 있다. 이곳에는 일 년에 수십 번씩, 법원과 검찰 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들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찾아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피커와 확성기로 고 래고래 소리치고 또 소리치며 시위를 벌인다. 특히 유명 정치인을 재판이나 수사 중일 때 는 시위가 절정에 이른다. 정치적 신념이 극단으 로 치닫는 자들과 그에 편승한 유튜버들, 그리고 그들을 통제하려는 전경들이 뒤엉키는 현장은 혼 돈 그 자체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지난 6월, 화성시 아리셀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 고로 24명의 노동자가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공 장 노동자 대부분이 사망한 이 충격적이고 어처 구니없는 사건 이후, 사망한 노동자들의 동료와 가족들이 법원 앞을 찾아왔다. 그들은 8월 한여름의 땡볕 아래, 아침부터 저 녁까지 어둡고 무거운 표정으로 눈두덩이가 시커 멓게 파일 때까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확 성기나 스피커도 없었고, 주장을 소리 높여 외치 지도 않았다. 말 한마디 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돗자리 하나 없이 법원 앞 경계석에 앉아 벌이는 그들의 침묵시위는 서툴지만 간절하고 절박해 보 였다. 법원의 업무가 끝난 후에는 인적이 드문 법 원 담 구석에 모여 조용히 의견을 나누는 듯하더 니, 이내 누군가 서글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일부는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나는 퇴근길에 그들의 모습을 보았지만 정면 으로 마주할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죄책감과 가슴 속 깊이 알 수 없는 무거움이 내 걸음을 더욱 무겁 게 했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적 같은 발전을 이루어냈다.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자 군사대국이 되었 다. 이 모든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그러나 이 성장의 이면에는 성장통을 겪으며 고통받는 사회 적 약자들이 존재한다. 세상은 더 많은 풍요를 갈망하고, 더 높은 효 율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 효율은 종종 인간의 존 엄성을 희생시키며 얻어진다. ‘함께’라는 말보다는 ‘적자생존’이라는 논리가 만연해지면서, 많은 사회 적 약자들이 그늘진 곳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 고 있다. 대한법무사협회의 새로운 집행부가 이제 닻 을 올렸다. 우리 모두가 앞만 보고 달릴 때, 협회가 앞장서서 남모를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사회적 약 자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손을 내밀어주길 바란다. 세상이 없으면 우리도 존재할 수 없기 때 문이다. Letter ; Editorial Board’s WRITER 김정준 법무사(경기중앙회)·본지 편집주간 90 편집위원회 레터 동정·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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