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11월호

납세의무를 통한 소유권 정당성 입증, 방어전략에 딱 맞는 판례 찾아내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컴퓨터에 앉아 종중 사건에 관한 판례를 검토하며 서면의 아웃라인을 잡아나가는 한 편, 현재 사건의 진행 내역을 찾아 살펴보았다. 피고(의뢰 인의 아버지)는 소장 송달 후 사건을 맡아 줄 변호사를 찾 지 못해 제때 답변서를 제출하지 못했고, 그러자 법원에서 무변론판결 선고기일을 잡아 통지서를 송달했다. 피고는 어쩔 수 없이 청구이유에 관한 구체적인 답변 은 뒤로 미룬 채 일단 청구취지에 대한 답변만을 작성해 제출했는데, 법학도로 법률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던 의뢰 인이 일단 그런 식으로 임시방편 처리를 해둔 것이었다. 그렇게 잡힌 변론기일이 2019.6.12. 내가 서면작성에 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주일. 서면작성 시간을 벌기 위해 서둘러 송달영수인 신고를 하고 ‘변론기일 변경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급박하게 신청한 변경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1주일 안에 준비서면을 완성해야 하는 상황. 나는 불굴의 의지를 다지며 신속하게 서면작성 준비 에 돌입했다. 종중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파악하려면 내부 규칙인 ‘정관 또는 규약’을 검토해야 하고, 그 종중이 집안의 정당한 대표자인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의사록’ 을 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부동산의 명의신탁은 불법이지만, 종중은 농지를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대표자에게 명의신탁을 할 수 있다. 의 뢰인 아버지가 소유한 땅이 선산이라 조상의 묘가 모셔진 것이 맞고, 그래서 의뢰인이 여러 법률 사무소에서 상담했 을 때 “종중한테 소유권을 이전해야 한다”는 견해를 냈던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의뢰인의 억울하다는 주장은 정의의 문제였 다. 땅의 값어치가 없을 때는 나 몰라라 하며 소유명의자 에게 모든 책임을 미뤄놓고는 이제 땅의 가치가 오르니 땅 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것이다. 비록 그 땅을 선산으로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나 역시도 같은 의문이 들었고, 분명히 같은 생각을 반영한 판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종중 관련 소유권이전 청구에 관한 주요 판례를 찾아 연구 조사를 해나갔다. 그 러다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서 마침내 딱 원하던 내용이 담긴 판례(대법원 2000.7.26.선고 99다11397판결) 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 판례의 판시사항은 ‘종중과 종중원 등 등기명의 인 사이에 토지에 관한 명의신탁을 인정할 수 있는 요건’ 이었다. ▶ 대법원 2000.7.26.선고 99다11397판결 종중과 종중원 등 등기명의인 사이에 어떤 토지에 관 한 명의신탁 여부가 다투어지는 사건에 있어서, 일단 그 토지에 관하여 등기명의인 앞으로 등기가 경료될 당시 어느 정도의 유기적 조직을 가진 종중이 존재한 사실이 증명되고, 그다음 그 토지가 종중의 소유로 된 과정이나 내용이 직접 증명된 경우는 물론, 등기 명의인과 종중과의 관계, 등기명의인이 여럿이라면 그들 상호간의 관계, 등기명의인 앞으로 등기가 경료 된 경위, 시조를 중심으로 한 종중 분묘의 설치상태, 분묘수호와 봉제사의 실태, 그 토지의 규모와 관리상 태, 그 토지에 대한 수익의 수령·지출관계, 제세공과 금의 납부관계, 등기필증의 소지관계 등 여러 정황에 10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