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소제기가 소송요건을 흠결하였으므로 소를 각하해 달라는 내용을 먼저 기재하고, 본안에 대한 항변으로 종중 명의신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주장, 입증했다. 종중 명의신탁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제세공과금 납부, 등기명의인과 종중의 관계 등 상당 자료가 필요하나 세금은 피고가 계속 납부해 왔고, 피고가 등기명의인이 된 시점에 피고는 종중의 대표자도 아니었다.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등기의 추정력을 인정한다. 동어반복 같지만 등기 추정력은 등기부에 적힌 내용이 사 실이라고 “추정”되는 힘을 말한다. 부동산 등기부에 기재된 내용은 진실하고 적법한 것 으로 추정되므로, 이를 반박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주장과 입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기부에 기재 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명확한 반증을 제시한다면, 등기의 추정력은 깨지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의뢰인 아버지가 소유자로 등기되 어 있기에 적법한 소유자로 추정된다. 그러면 소유자가 따 로 있다는 주장, 즉 종중이 명의신탁 하였으므로 실제 그 토지 소유자는 종중이라고 주장하는 원고가 그 증거를 제 출하여 등기 추정력을 깨야만 자기 소유권이 인정된다. 위의 판례를 참고하면, 종중에서 ‘세금을 직접 납부해 왔고, 등기필증을 갖고 있으며, 직접 토지를 관리해 왔다’는 증거를 내야 하고, 처음 토지를 종중이 갖게 된 경위와 등 기명의인 앞으로 등기한 경위를 모두 주장, 입증해야 한다. 즉, 등기의 추정력이 인정되면 이를 깨고 자기 소유를 주장하기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서도 마찬가지로 원고인 종중에서 세금을 계속 납부해 온 피고의 등기 추정력을 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루어 그 토지가 종중 소유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 당한 자료가 있는 경우라면, 그 토지가 종중의 소유 로서 등기명의인 앞으로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인정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판결요지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제세공과 금의 납부관계’였다. 소유에는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의 무가 따른다. 국가는 부동산과 차량 같은 자산 소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여 정부의 재원을 마련한다. 그러므로 납세 의 의무는 소유자가 당연히 부담해야 할 터. 종중이 불가피 하게 종원에게 부동산 명의신탁을 한다면, 세금이 명의자 앞으로 부과되더라도 실제 납부는 종중에서 할 것이다. ‘세금은 지금까지 우리가 냈는데, 땅을 내놓으라니 억 울해요.’라는 감정은 권리와 의무에 대한 상식이 반영된 지극히 당연한 감정인 것이다. 법원에서도 ‘명의신탁 요건’ 을 파악할 때 이 부분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것을 확인 하니 나는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의뢰인에게 아버지가 지금까지 세금을 납부해 왔다 는 주장을 입증할 수 있도록 관련 증거를 최대한 많이 모 아 오도록 하여, 증거 1번과 2번으로 세금고지서와 세금납 부 영수증을 제출했다. 과연 원고는 ‘등기의 추정력’을 깰 수 있을까? 부동산등기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비롯한 각종 권리 관계를 공시하는 중요한 제도다. 국민들은 이 등기부등본 을 얼마나 믿고 신뢰할 수 있을까? 이때 알아야 할 개념이 등기의 공신력과 등기의 추정력이다. 등기의 공신력이란, 등기부에 적힌 정보가 틀리더라 도, 그 정보를 믿고 거래한 사람을 보호해주는 힘이다. 등 기부등본의 내용을 믿고 거래한 제3자를 강력하게 보호 해주는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등기에 공신력이 있 다면 현재 수없이 발생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 중의 일 부는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현재 등기 공신력을 11 2024. 11. November Vol.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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