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에 모셔진 묘가 60기이니, 그 종원이 최소 100 명은 넘을 텐데, 출석인원 40명은 회의 성원이 될 수 없는 인원이다. 나는 본소제기가 위와 같이 소송요건에 흠결이 있으 므로, 소를 각하해 달라는 내용을 먼저 기재하고, 본안에 대한 항변으로 종중 명의신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주장, 입증했다. 종중 명의신탁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토지에 관해 등기명의인 앞으로 등기가 경료될 당시 어느 정도의 유기 적 조직을 가진 종중이 존재해야 하고, 토지가 종중 소유 로 된 과정이나 내용이 직접 증명되어야 한다. 직접 증명이 어려운 경우는 간접증거로 제세공과금 납부, 등기명의인과 종중의 관계, 등기명의인 앞으로 등기 가 경료된 경위, (명의신탁에 대한 종중 회의록) 등 여러 정황을 미루어 볼 때 그 토지가 종중 소유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당한 자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세금 은 피고가 계속 납부해 왔고, 피고가 등기명의인이 된 시 점에 피고는 종중의 대표자도 아니었다. 어느새 일주일이 후딱 흘러 변론기일 하루 전날. 나는 이런 점들을 차곡차곡 정리한 준비서면을 마침내 완성하 여 법원에 제출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 그 사건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0개월 차 신입 법무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2019년 5월, 법무사등록이 되고 그다음 달에 준비서면을 제출했으니 말이다. 판사가 권유한 합의 결렬, 증거의 흠결 다룬 2차 준비서면 제출 일찌감치 고향을 떠나 경기도에 살고 있는 피고가 이 소송 때문에 충주까지 내려가 변론에 참석했다. 판사님이 앞으로도 이렇게 서면을 정리해 제출하면 된다고 하면서 원고 측과 잘 협의해 보라며 변론기일을 한 번 더 잡아주 었다고 한다. 합의시간도 3달 이상 넉넉히 주었다. 나도 내심 원만한 합의가 더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소송 과정에서 피고와 원고 종중 간의 사이는 더욱 벌어 한 달 만에 작성한 1차 준비서면 제출 - 종중의 명의신탁 요건의 흠결 나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서둘러 준비서면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의뢰인은 종중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 고 하여 본안 전 항변에 해당하는 내용을 먼저 정리했다. 원고인 종중 대표자의 대표자 자격을 부정한 것이다. 원고가 제출한 종중정관의 제2조는 “본 문중의 종원 은 ○○의 후손으로서, 성년 이상의 남자를 구성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가 소유한 선산에는 ○○보 다 더 윗대의 조상도 모셔져 있으므로, 선산의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그 조상을 모두 포함한 선조를 모시는 종중이 어야 한다. 그러나 원고는 종중을 급조하면서 일부의 사람으로 만 종중을 구성했다. 나는 이 점을 지적하면서, 남자를 구 성원으로 한다는 것도 고유한 의미의 종중과는 맞지 않으 며, 대표자를 선출한 정기총회가 무효라는 점도 함께 주 장했다. 종중정관에는 매년 10월, 첫째 일요일에 정기총회를 개최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종중은 11월에 정기총회를 개최했고, 회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결의한다는 정관의 규정과 달리 회의록에 적힌 참석인원은 40명으로 매우 적었다. “원고 패!” 우리의 승리였다. 사건을 맡아줄 변호사가 없다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동문 후배와의 인연으로 시작한 사건이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1심을 승소한 덕분인지 2심을 맡아줄 변호사는 쉽게 나타났다. 2심도 역시나 의뢰인측이 승소했다. 원고는 상고까지 했으나 최종 패소했다. 제세공과금을 수십 년간 납부해 온 의뢰인 아버지를 이길 순 없었다. 12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