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을 싼다. 창피한 나머지 집으로 휭하니 도망을 간 다. 그러나 공화파이자 자상한 그레고리오 선생님은 몬초를 찾아와 따뜻한 말을 건네며 학교에 돌아올 것 을 설득한다. 선생님은 그런 몬초와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로 나가 참새들이 구애하는 방법과 나비도 혀가 있음을 설명하며 자연의 경이와 아름다움을 가르친다. 가톨릭교도인 몬초의 어머니는 선생님이 무신론 자라는 소문이 조금 걸리기는 해도 그런 선생님을 진 심으로 존경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스페인에서 쿠데타 가 발생한다. 스페인 국내의 공화파로서는 막강한 군대를 이길 수 없어서 드디어 전세계 청년들이 국제여단을 조직해 스페인 내전에 참여한다. 마을은 순식간에 쿠데타군 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분열한다. 동심마저 파괴한 ‘증오가 만든 지옥’ 영화의 한 장면, 가톨릭 사제가 총을 들고 공화파 대원을 향해 저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곧 공화파 대원들에게 체포돼 응징을 당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한 영향력을 익히 봐온 한국 가톨릭을 생각한다면,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격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 히틀러와 무솔리니까지 가세 한 쿠데타군에 짓밟혀 스페인은 프랑코의 수중에 떨 어진다. 이제는 쿠데타군이 점령군이 되어 스페인의 각 도시와 마을을 수색하며 공화파를 체포하기 시작 한다. 그중에 한 사람이 그레고리오 선생님. 쿠데타군 이 선생님을 체포해 트럭에 싣고 어딘가로 데려간다. 이때 그 장면을 지켜보던 몬초의 어머니는 쿠데 타군에 의해 가족들이 해를 당할까 봐 남편에게는 공 화파임을 끝까지 숨기라고 하고, 몬초에게는 선생님더 러 “ateo(무신론자)”라는 욕을 하라고 시킨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트럭이 그레고리오 선생님을 비롯한 공화파들을 싣고 스페인 시골 마을의 먼지 나 는 골목길을 돌아나갈 때, 몬초는 돌을 들고 그레고리 오 선생님을 향해 “ateo”라고 소리치며 돌을 던진다. 집권세력이 시민들에게 자기 생각을 진리라고 강 요하며 횡포를 부릴 때, 신의와 연대, 가족, 사제지간마 저 갈가리 찢겨 서로를 증오할 때, 그곳은 사람이 평화 를 이루어 사는 곳이 아니라 바로 지옥이 된다. 그레고리오 선생님이 몬초에게 한 말이 떠오른다. “지옥은 이 세상 너머의 어떤 곳에 있는 것이 아니 라 서로가 서로를 증오할 때 그곳은 바로 지옥이 된다” 묻고 싶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 자 는 누구인가? WRITER 주영진 법무사(인천회) 73 2024. 11. November Vol.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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