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그림을 멀리서 바라보면 풍경 없이 인물이 무의 미하고, 인물이 없는 풍경도 의미가 없다. 두 객체는 서로 상호 유 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언뜻 자연을 정복하는 희열을 느끼는 듯 한 등산객의 뒷모습이지만, 관객이 그의 뒷모습에 감정을 이입하 며 위대하게 느낄수록 그의 눈앞에 펼쳐진 자연 역시 단순한 자연 이 아닌 숭고한 그 무언가로 승화된다. 풍경화 같기도, 인물화 같기도 한 이 작품은 고전적인 작품 구성을 파괴하며, 현대미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화가가 추 구하는 자연의 숭고함은 그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 보면 자연스럽 게 납득된다. 북부 독일 그라이프스발트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일찍 이 어머니를 여의고 신실한 루터교 아버지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 한다. 한 살 어린 동생이 그의 눈앞에서 익사하는 불행한 사건은 그를 평생 괴롭힌 우울증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미술에 입문하며 배운 풍경과 건축물 스케치는 그의 작품 곳 곳에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수학적 비율의 바탕이 되었다. 그리고 20대에 정착한 드레스덴의 아름다운 풍광은 화가에게 끝없는 영 감을 주었다. 당시 유행하던 낭만주의에 더해 그가 자연으로부터 얻은 영감은 신비로우면서도 엄숙한 분위기의 풍경화로 재창조되 었다. 다시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로 돌아가 보자. 현실의 풍광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그는 여러 장소의 일부를 모아 풍경을 재창조하였다) 배경과 그림 한가운데 대담하게 등을 돌린 사내의 모습은 강렬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그림을 볼수록 그 적막함에 압도되어 숨이 막혀온다. 화가는 홀로 자연을 마주할 때 순수한 내면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 다고 강조하였고, 이를 예술로 표현하려 애썼다. 브람스의 헌정 소나타, 자유는 고독을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하다 고독은 추운 북쪽지방에서 태어난 이들의 숙명일까? 프리드 리히가 태어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함부르크에서 1733년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대가, 요하네스 브람스가 태어난다. 스승 로 베르트 슈만의 아내 클라라에 대한 순애보로 유명한 그는, 종종 사색과 고독의 음악가로 대중에 회자된다. 1753년, 브람스는 스승의 제의에 따라 당대 최고 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힘에게 바이올린 소나 타를 헌정한다. 이 음악적 영감이 넘치는 선물에는 슈 만, 브람스 그리고 또 다른 슈만의 제자 알베르트 디트 리히가 참여하였다. 당시 요하임은 연인과 헤어지고 실의에 빠져있던 상태였는데, 이런 그에게 슈만의 모토인 “자유롭지만 고독하게(frei aber einsam)”는 안성맞춤이었다. 각 음 절의 첫 알파벳 “F-A-E”는 음악적으로 변형되어 F(파) 에서 시작되어 A(라)로 이어진 다음 E(미)로 이어지는 모티브를 가진 바이올린 소나타로 재창조되었다. 재미있게도 슈만의 모토 외에도 요하임의 연인이 었던 ‘기젤라’를 암시하는 듯한 (G-E-A)를 차용한 코드 도 마치 수수께끼처럼 숨어있다. 브람스는 이 중 세 번 째 악장인 ‘스케르초’를 맡았는데 요하임은 단지 연주만 해보고도 누가 어떤 악장을 작곡했는지 알아맞혔다고 하니 이들의 우정이 얼마나 끈끈했는지 알 수 있다. ‘스케르초’는 젊은이의 질풍노도처럼 셋잇단음표 로 강렬하게 시작된다. 이어 새로운 주제가 자유로움 을 노래하듯 레가토로 여유 있게 이어지다 다시 처음 에 나왔던 셋잇단음표가 반복되며 긴장이 고조되지만, 결국 고독을 받아들이고 자유의 환희를 상징하는 듯 한 코다로 절정에 이르며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은 젊은 브람스가 작곡한, 매우 희귀한 바 이올린 소나타로 패기 넘치면서도 순수한 젊은 작곡가 의 감성 때문인지 오늘날 단독으로 자주 연주된다. 이후 이 F-A-E 진행방식은 브람스의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사용되며, 브람스의 인생을 표현할 때 종종 차용된다. 브람스와 프리드리히, 이 두 예술가의 삶과 작품 을 보면 고독과 자유는 흡사 동의어처 럼 느껴진다. 그리고 홀로 당당히 서 있는 방랑자의 뒷모습은 우리에게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 라면…. WRITER 최희은 미술·음악 분야 작가 · 번역가 79 2024. 11. November Vol.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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