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나 가라!” 사람들이 분노를 표출할 때 흔히 하는 말이지만, 누군가 를 축복할 때 “죽어서 꼭 천당 가세요!”라고 말하는 경우는 드 뭅니다. 영어로도 마찬가지입니다. “To hell with the devil”은 정말 흔하게 쓰이지만 “Take the stairs to heaven”이라는 표 현은 없습니다. 이는 단순한 언어 습관을 넘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지 옥이 천국보다 더 가깝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 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천국보다 지옥을 더 가깝 게 느낄까요?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첫째로는 ‘부 정적인 감정의 강렬함’일 것입니다. 분노와 증오, 저주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 강렬하고 표현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지옥에나 가라!”라는 말은 상대방에 대한 강렬한 분노와 적개심을 표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천 당 가세요!”라는 말은 감정적으로 다소 평범하고, 실제로는 외려 비꼬는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현실적인 어려움’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삶 속에서 고통, 불행, 불의와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들은 지옥과 같은 고통스러 ⓒ Netflix 연상호 감독의 「지옥」 시즌 1, 2 시리즈는 갑작스러운 지옥행 ‘고지’를 받은 사람들이 초자연적인 존재들에게 잔혹하게 심판당하는(‘시연’) 기이한 현상을 배경으로 인간의 공포와 불안, 광기를 섬뜩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운 경험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반면, 천국은 현실과 동떨어 진 이상적 공간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일상적인 대화에서 쉽 게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종교적 영향’입니다. 일부 종교에서는 지옥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신자들을 통제하고 교리를 강화 하려 합니다. 이는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지옥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고, 지옥을 더욱 현실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지옥에나 가라!”는 표현은 단순한 욕설이나 감정 적인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러한 표현이 널리 사용되는 것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지옥과 같은 고통과 어려움을 더 자주 경험하고, 이를 언어로 표출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 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사람들의 언어 습관은 그들의 인식과 경험을 반영하므 로, “지옥에나 가라!”는 표현이 천국보다 더 많이 자주 사용되 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옥」 시리즈는 어떤 작품인가? 연상호 감독의 「지옥」 시리즈는 갑작스러운 지옥행 ‘고 지’를 받은 사람들이 초자연적인 존재들에게 잔혹하게 심판 당하는(‘시연’) 기이한 현상을 배경으로 인간의 공포와 불안, 광기를 섬뜩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23 2024. 12. December Vol.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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