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또 하나의 인상적인 오페라 아리아가 등장 하는데, 허영인이 무대 위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르 는, 비제의 「카르멘」 중 「하바네라」다.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1838-1875)는 1863년 오페라 「진주조개잡이」를 비롯해 1872년 연극을 위한 부 수음악 「아를의 여인」 등을 작곡한 프랑스의 음악가다. 1875년 사망하기 직전 프랑스의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 메(Prosper Merimee)’의 소설 「카르멘(Carmen)」을 기 반으로, 자신의 대표작이 된 4막의 오페라 「카르멘」을 완 성한다. 자유롭고 도발적인 카르멘의 「하바네라」, 새처럼 날고 싶은 마음 표현 스페인의 남부도시 ‘세비야’의 집시, ‘카르멘’은 경비 부대 소속 군인들에게 선망의 대상과도 같은 매력적인 여인이다. 카르멘은 사랑하는 약혼녀가 있어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돈 호세’에게 흥미를 느끼고, 카르 멘의 유혹을 떨쳐낼 수 없었던 돈 호세는 동료 여직공과 의 싸움으로 연행된 카르멘이 도망가도록 도와주고 감 옥에 간다. 결국 그는 군인 신분을 박탈당하고, 밀수업에 가담 하게 되는 등 점차 나락에 빠진다. 시간이 흘러 돈 호세 에게 싫증을 느낀 카르멘은 투우사 ‘에스카미요’를 선택 하고, 이성을 잃은 돈 호세는 카르멘을 칼로 찌르며 비극 은 막을 내린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라 할 수 있는 비제의 「카르멘」은 등장하는 모든 곡이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 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곡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과 2막에 등장하는 「투우사의 노래(Toréador)」, 1 막에 등장하는 카르멘의 아리아 「하바네라」가 가장 유명 하다. 특히 「하바네라」는 영화 「업(Up)」, 「보헤미안 랩소 디」 등에도 사용되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카르멘」에서 자유롭고 도발적인 매력의 여주인공, 카르멘은 메조소프라노가 맡았다. 보통 오페라의 여주인 공은 소프라노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주인공이 ‘카르멘’처럼 강렬한 매력을 가진 여성일 때는 매혹적인 중저음의 메조소프라노가 맡는 경우가 있다. 프랑스의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 라」에서 팜므파탈의 매력을 뽐내며 영웅을 유혹하는 악 녀 ‘데릴라’나 독일의 작곡가 ‘엥겔베르트 훔페르딩크’의 「헨젤과 그레텔」에서 아이들을 유혹하는 마녀 역도 모두 메조소프라노가 맡았다. 「하바네라(Habanera)」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유행한 춤과 음악의 스타일을 일컫는데, 카르멘이 돈 호 세를 유혹할 때 부르는 아리아 「사랑은 길들지 않은 새 (L’amour est un oiseau rebelle)」가 바로 대표적인 ‘하바네 라’ 곡이다(그래서 이 곡을 「하바네라」라 부르기도 한다). ‘마리아 칼라스’, ‘조수미’와 같은 유명 소프라노들도 아주 드물게 메조소프라노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이 곡 을 부를 정도로 「하바네라」는 매혹적이고, 오페라를 상징 하는 곡 중의 하나다. 드라마 「정년이」에서도 소프라노인 ‘허영인’이 「하바네라」를 부르는 것 역시 그러한 까닭이다. “사랑은 길들지 않은 새, 누구도 길들일 수는 없어. 한 번 싫다면 그만…” 「정년이」 속 허영인이 부르는 「하바네라」는, 자신보 다 더 가능성이 높은 동생 허영서가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새처럼 높이 뻗어나가길 바라는 언니의 마음인 동시에 허영인 자신의 미래를 보여주는 노래라는 것을, 드라마의 마지막까지 함께한 사람들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정년이」가 방영된 이후 그 명맥만이 간신히 이어져 오고 있던 여성국극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며, 해 당 공연이 매진되는 열풍을 일으켰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국악과 판소리 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폭시켰다. 우리의 것을 다루는 K-드라마 「정년이」에서 감초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 클래식 명곡, 카르멘의 「하바네 라」도 함께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85 2025. 01. January Vol. 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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